“서울의 어떤 동네를 좋아하세요?” 이 질문에 고민 없이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그때그때 달라요, 모르겠어요, 그런 질문을 왜 하시는 거죠? 혹시 저 좋아하세요? 여러 예상 답변이 떠오른다.
나는 서울에서 가장 애정 하는 동네로 연남동을 꼽고 싶다. 연남동은 이태원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걷기 좋은 조용한 골목이 있고, 을지로보다 ‘인스타그래머블’하진 않지만 적당한 가격의 수준 높은 음식으로 만족감을 주는 식당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오늘은 연남동에서 맛볼 수 있는 세계 음식점, 그중에서도 아시안 음식점 세 군데를 소개한다.
돼지고기 꼬치구이의 이데아
락희돈
락희돈은 연남동에 있는 ‘작은 일본’이다. 음악, 인테리어는 마치 도쿄 시내를 걷다가 우연히 방문한 식당의 인테리어처럼 꾸밈없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일본인의 비율이다. 찾아오는 손님을 포함해 쉐프, 서버까지 일본인의 수가 많아(코로나 시국이라 지금은 줄었다) 이곳이 한국인지 한국 손님이 많은 오사카 술집인지 헷갈릴 정도다.
출처 blog.naver.com/spring5867/222249064196
락희돈은 연남동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 꼬치구이를 파는 식당이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일본인 쉐프가 운영하고 있다.
추천 메뉴는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는 꼬치모둠이다. 항정상, 볼살 등 10종의 꼬치가 나온다.
가격은 3만 5,000원으로 조금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기 한 덩이의 크기가 상당해서, 꼬치모둠만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홍대역 인근이라 접근성도 좋다.
출처 에디터 B
출처 에디터 B
- 락희돈 본점음식점 · 서울 마포구
짜장면계의 에르메스
중화복춘
짜장면은 서양의 면 요리에 비해 고급스럽지 않다는 이미지가 있다. 삼선짜장 같은 메뉴는 좋은 식재료를 아낌없이 씀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비싼 짜장면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중화복춘의 짜장면을 먹고 나면 그 생각이 달라질 거다. 이곳에 가면 두 번 놀라게 된다. 첫 번째는 메뉴판에 적힌 가격 때문이다.
짜장면은 1만 3,000원, 짬뽕은 1만 5,000원이다. 보통 중식당의 두 배가 넘는 가격이다.
출처 instagram.com/p/B35zcOLn5QF/
짜장면을 맛본 뒤에 두 번째로 놀라게 될 거다. 짜장면에는 소고기, 표고버섯, 청경채, 새우가 아낌없이 들어갔다. 지금껏 짜장면이라는 음식을 서민의 음식 정도로 생각하며 짜장면에 한계를 지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능력 좋은 요리사가 좋은 식재료를 쓰면 맛있는 음식이 탄생한다는 진리를 새삼스레 깨닫게 되는 곳이 바로 중화복춘이다.
아낌없이 돈을 쓰고 싶다면 화요25 같은 증류주를 주문할 수도 있고, 한라산 같은 희석식 소주도 있으니 취향껏 페어링하자.
출처 에디터 B
출처 에디터 B
- 중화복춘 연남 점음식점 · 서울 마포구
국적 불명의 중식
홈보이서울
지금까지 소개한 네 군데 식당은 오로지 맛에만 집중한 곳이다. 그래서 다섯 번째 식당은 조금 ‘인스타그래머블’한 곳으로 골랐다. 물론 지금 소개하는 이곳도 평균 이상의 맛을 보장한다.
홈보이서울은 아메리칸 차이니즈 레스토랑이다. 중식을 미국식으로 해석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직접 먹어보면 중식도 미국식도 아닌 국적 불명의 맛이다.
어쨌든 결론은 맛있다. 중국인 대학생이 미국에 유학을 갔다가 미국을 사랑하게 되어 정착을 한 후 중식당을 차리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출처 에디터 B
시그니처 메뉴는 몽골리안포크, 단단누들인데 맥주를 함께 마신다면 세트 메뉴도 있으니 저렴하게 세트로 주문할 것을 추천한다.
왠지 모르게 홍콩 영화가 떠오르는 빨강, 초록 조명의 조화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한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더 분위기가 좋으니 장마 소식이 있을 때 홈보이서울에 가길 권한다.
출처 에디터 B
출처 에디터 B
출처 에디터 B
- 홈보이 서울음식점 · 서울 종로구
작가의 한 마디 ✍️
마포구, 홍대, 연남동, 이쪽 동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슴 속에 품은 단 하나의 문장이 있다. ‘홍대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다’ 오늘 추천한 식당이 아니어도 좋으니 연남동에서 길을 잃어 보는 건 어떨까. 아무리 맛집이 달콤해도 낯선 여행보다 더 달콤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