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자를 위한 을지로 먹킷리스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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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에디터 B
출처 에디터 B

한 남자가 파리의 골목을 외롭게 거닌다. 그러다 우연히 마차를 얻어 타고 내린 장소는 다름 아닌 1920년대의 파리. 그 남자는 시간 여행을 한 것이다.

나는 <미드나잇 인 파리>의 한 장면을 보고 을지로가 떠올랐다. 인쇄소, 목공소, 노포가 있던 골목에 트렌디한 카페와 식당이 유입되면서 을지로는 수십 년의 풍경을 담은 거대한 갤러리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을지로의 골목 골목에 있는 식당을 소개할까 한다. 이왕이면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지금, 을지로 골목 여행만으로 해외여행 하는 기분도 느낄 수 있게 다양한 국적의 요리도 함께 준비했다.

영혼이 따뜻해지는 우육면 한 그릇
룽키

나는 살면서 홍콩을 딱 한 번 가봤다. 그런데도 왠지 ‘홍콩’이라고 하면 뭔가 그리운 느낌이 든다. 아마 <화양연화>, <중경삼림> 같은 영화 때문이 아닐까. 룽키는 그런 사람들의 아련한 감성을 진하게 채워줄 수 있는 식당이다.

2층 복층 구조로 되어 있는 아담한 식당 곳곳에는 선풍기, 전화기 같은 빈티지 소품과 함께 홍콩 영화 포스터가 장식되어 있다. 사장님이 하나하나 구하느라 고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슨 뜻인지 모를 한자도 이국적인 느낌을 살린다.

이 가게에서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우육면이다. 우육면은 쉽게 말해 홍콩식 소고기 국수인데, 진하고 깊은 고깃국물이 조금씩 쌀쌀해지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제격이다. 이외에도 대만식 돼지고기덮밥, 땅콩 소스에 비벼 먹는 단단 비빔면도 함께 판매한다.

  • 룽키
    룽키
    음식점 · 서울 중구
골목을 돌아보니 오사카의 일식당
오카구라 라멘&이자카야

서울의 대표 요리는 라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서울에는 수준 높은 라멘집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마포구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다면, 이제는 을지로, 성수동 등 번화가에서도 맛있는 라멘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만약 을지로에서 괜찮은 일식당을 찾는다면, 을지로의 오카구라를 추천한다.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맛집이기 때문에, 피크 타임에 방문한다면 줄을 서야 할 확률 100%다.

만약 기다리기 지친다면 같은 골목에 있는 냉동 삼겹살 전문점 전주집과 코다리찜을 파는 우화식당도 있으니 플랜B도 넉넉한 위치다.

오카구라는 라멘만 파는 식당은 아니다. 면 요리뿐만 아니라 20여 종이 넘는 꼬치구이, 다양한 생선요리도 판매한다. 면 중에 고른다면 기본 중에 기본 돈코츠 라멘과 함께 마제소바를 추천한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오카구라에서는 자리를 잘 잡는 게 중요한데, 통유리로 밖이 보이는 4인석 자리가 저녁을 즐기기에는 가장 좋다. 그러니 느긋하게 술을 마시는 분위기라면 그 자리를 꼭 쟁취하길 바란다.

  • 오카구라 라멘 앤 이자카야
    오카구라 라멘 앤 이자카야
    음식점 · 서울 종로구
50년 전 서울의 핫플레이스
진고개

50년 전 서울엔 어떤 식당이 있었을까, 아마 대식구가 한꺼번에 식사를 할 수 있는 큰 규모의 식당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당시 고급스러운 외식을 상징하던 불고기를 판매할 것 같다. 진고개가 바로 그런 곳이다. 진고개는 1963년에 영업을 시작한 한식당이다.

육수가 잘박한 서울식 불고기를 메인 메뉴로 판매하는데 그 외에도 갈비찜, 양념게장도 유명하다. 솔직히 맛만 놓고 보면 다른 음식점의 불고기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특별한 불고기라고는 할 수는 없다.

진고개의 매력은 마치 <응답하라 1988>에 나올 법한 예스러운 인테리어에 있다. 보통 ‘노포’라고 하면 골목에 작게 위치한 식당을 떠올리기 쉽지만 2층 규모의 진고개는 20세기 말에 돈 좀 벌던 사람들만 올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의 맛이란, 식당의 분위기와 함께 어우러지는 복합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진고개를 쉽게 따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레트로한 옷으로 드레스 코드를 맞추고 진고개에서 불고기에 소주 한잔하면 과거로 여행하는 기분이 날 거다.

  • 진고개
    진고개
    음식점 · 서울 중구
에디터 B
디에디트 에디터

88올림픽의 기운을 받고 태어나 2002 월드컵에 다 써버렸다. 자식복이 있다는 관상가의 말만 믿고 흘러가는대로 사는 중.
https://www.instagram.com/summer_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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