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 첫 유럽 배낭여행이 기억난다.
큰맘 먹고 가는 유럽, 뽕을 뽑아야 했다. 고르고 골라 열흘 동안 4개국(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을 가는 일정을 잡았다. 도시 간 이동이 잦다 보니 저가 항공을 예매해야 했는데, 이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별생각 없이 예약했다 환승 공항이 달라져 당황하고, 도심에서 공항까지 너무 멀어 하루를 거의 다 쓰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 (젊었을 때라 가능한 일정이었다...)
첫 유럽 여행 이후 10년. 이제 유럽 저가 항공 예약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 십 년간의 시행착오와 해답을 엮어 여러분께만 살짝 알려드리고 싶다.
어떤 도시에 갈지 결정한 다음은 교통수단 정하기. 도시 간 이동이 잦을 경우 비행기를 타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저가 항공이라고는 하지만 서너 번 예약하면 백만 원이 훌쩍 넘을 수도 있다. 한푼이라도 아끼고 싶다면 아래의 방법들을 새겨두자.
① 항공권 검색은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저렴한 표를 사고 싶다면 폭풍 검색은 필수. 가격 비교 사이트를 이용하면 검색 시간을 줄일 때 도움이 된다. 스카이 스캐너, 카약 등의 사이트에서 도시와 일정을 넣고 검색해보자. 가장 저렴한 표를 보기 쉽게 정리해주어 선택이 빨라진다.
② 내가 본 가격이 ‘가장 싼 가격’
저가 항공은 싼 좌석부터 판매하기 때문에 처음 검색한 가격이 가장 쌀 때다. ‘조금 더 고민해보고 밥 먹고 와서 예약해야지~' 하면, 1시간 뒤에 몇만 원이 훌쩍 올랐을 수도 있다. 실제로 글을 쓰는 와중에도 가격이 올랐다.
유럽에는 한국처럼 땡처리 항공권이 없기도 하고, 하루 전에 사는 표가 가장 비싸다. 추석, 연말 같은 성수기를 제외하면 기간이 많이 남아있을수록 티켓이 저렴하다.
③ 가장 싼 가격에 현혹되지 말라
그런데 이때도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최저가라고 후다닥 예약하면 안 된다. 자세히 보면 가장 싼 표들은 새벽 6시 출발 같은, 비인간적인 스케줄이 대부분이다. (오전 6시 출발이면 공항에는 새벽 4시 즈음 도착해야 한다..)
인간적인 스케줄로 출발하는 11시 티켓은 최저가보다 당연히 비싸다. 그러므로 항공편 시간을 잘 확인하고, 내가 원하는 시간대의 최저가를 찾아야 한다.
④ 출도착 공항 확인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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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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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보배 공항.
내가 원하는 시간대의 최저가 항공권을 찾았다고 기뻐하기엔 아직 이르다. 런던에는 공항만 5개가 있기 때문. 파리, 로마에도 각각 3개씩 있다. 인천 공항만 있는 우리에게는 어색하지만, 여기에서 실수가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파리 보배 공항에서 도심까지 2시간 넘게 소요된다. 반면 샤를 드골 공항은 30분이면 도착한다. 우리는 1분 1초가 아쉬운 여행자다. 무조건 시내 중심에서 가까운 공항을 골라야 돈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그러니 런던, 파리, 로마와 같은 대도시로 갈 때는 공항 선택에 유의하기를 바란다. 어느 공항이 가장 좋은지를 보고 싶다면, 국적기 취항 공항을 참고하면 된다.
항공권 날짜와 시간, 공항까지 다 확인했는데 웬걸. 가격 비교 사이트는 시간과 가격만 알려줄 뿐, 실제 예약은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해야 한다. (숱한 대행사가 있지만 비싸며, 환불 규정도 까다로워서 추천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유럽 저가 항공사들은 한국어 서비스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정신 똑바로 차려야 쌩돈을 날리지 않는다.
① 수하물 포함된 운임인지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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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에어의 티켓별 운임.
www.easyjet.com
이지젯의 티켓별 운임. 차이가 꽤 크다.
한국-유럽 같은 장거리 노선은 기본적으로 23kg 수하물이 운임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유럽의 저가항공은 짐에 대한 비용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수하물이 있는 여행객은 2단계, 3단계 옵션으로 선택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기내 가방 같은 경우도 개수, 무게, 사이즈를 정말 엄격히 검사하니 본인의 상황에 맞게 잘 선택하도록!
② 가능하다면 앞 좌석 선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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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에어 좌석 선택화면.
저가 항공사는 자리를 선택해도 돈을 내라고 한다. 돈을 아끼고 싶다면 자리 선택을 스킵하거나 뒤쪽 자리를 고를 것. 좋은 자리를 원한다면 빠르게 타고내릴 수 있는 앞 좌석이 좋다.
③ 예약 확정 전 확인, 또 확인!
유럽 저가 항공은 비행기보다 버스에 가깝다. 즉, 가성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교환과 환불은 거리가 멀다. (물론 가장 비싼 옵션의 티켓을 구매했을 경우엔 교환, 환불이 가능하다.) 그러니 일정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면 가장 비싼 티켓을 택하거나,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같은 국적기를 추천한다.
제나융 님의 사진
나도 바르셀로나-파리 구간에서 8시간가량 연착된 경험이 있다.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람들과 함께 속수무책 기다렸다. 유럽 항공법규를 보면 n시간 이상 연착은 보상 가능하다고 나와 있지만, 실제로 보상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 나도 중간에 포기했다.
저가 항공이니만큼 자연재해나 출발 지연에 관한 보상 규정은 국적기만큼 잘 갖추어지지 않았다. 혹시 모를 비상금은 보유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유럽 저가 항공 예매,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지칠 수도 있다. 하지만 순탄한 여행을 위한 필수 관문이니 차근차근 준비해서 잊을 수 없는 추억 만드시기를. 항공권에서 아낀 돈으로 맛난 한 끼 즐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