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yanolja visual lab
출처 ⓒyanolja visual lab

옛 모습이 그대로, 서울 레트로 카페

서울에는 다양한 컨셉의 레트로, 뉴트로 카페가 있어요. 레트로풍, 뉴트로풍으로 꾸며진 공간도 근사하지만 실제 오랜 세월을 이어온 레트로 공간은 더없이 특별합니다. 오랜 시간을 운영해온 서울의 카페 3곳을 소개합니다. 평균 나이는 58년. 카페라는 익숙한 단어 대신 다방 또는 커피숍, 빵집으로 불려온 공간들이 그 주인공이죠. 오랜 세월의 흔적마저도 멋스럽게 느껴지는 곳에서 특별한 오후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64년간 힙플레이스
1️⃣ 학림다방 since 1956
대학로 대로변 붉은 벽돌 건물 2층. 이곳은 64년간 같은 자리에서 운영되고 있는 카페, ‘학림다방’입니다. 수많은 이들이 걸었을 낡은 나무 계단을 오르면, 곧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귓가에 다가옵니다. 앤티크한 분위기, 아늑함이 느껴지는 공간을 먼저 눈으로 감상해보았어요. 시선이 닿는 어디에도 새것이라 불릴만한 것은 없더라고요. 코팅이 벗겨진 반질반질한 테이블, 낡은 소파, 빼곡히 꽂혀있는 LP 판, 피아노 등의 가구와 소품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멋스럽게 묻어납니다.
모두의 아지트였던 곳
지금 봐도 근사한 학림다방은 처음 ‘별장’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을 때부터도 늘 인기가 좋았다고 해요. 인근 서울대학교의 학생들뿐 아니라 음악, 미술, 연극, 문화 등 예술계 인사들의 사랑방이었습니다. 천상병, 김지하 시인 등 내로라하는 문인들과 가수 김광석, 배우 송강호도 이곳의 단골손님이죠. 80년대에는 여러 학생운동이 계획되었던 곳으로 알려져 대학생들의 순례지가 되기도 했으며, 요즘은 그 시절의 추억을 찾아 다시 방문하는 단골들과 레트로의 매력에 빠진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그때도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들을 이곳으로 이끈 매력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시절의 대표 메뉴 맛보기
이곳에 방문한 이들은 누구나 한 번씩은 맛보았을 학림다방의 인기 메뉴인 비엔나커피와 크림치즈케이크를 주문해보았습니다.
비엔나커피
오랜 감성이 느껴지는 공간의 분위기와 참 잘 어울리는 비주얼이죠? 커피 위 듬뿍 올려진 생크림은 먹음직스러운 그 모습만큼이나 달콤하고 부드러웠고, 한입에 커피와 곁들여 먹었을 때는 더 환상적이었어요. 커피의 맛도 굉장히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언제나 맛있는 비엔나커피지만 역사 깊은 공간은 달콤 쌉싸름한 그 맛을 한층 더 풍성하게 해주더라고요. 두고두고 생각날 맛이었습니다.
크림치즈케이크
일반적인 케이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의 케이크예요. 치즈케이크는 꾸덕꾸덕한 노란 치즈케이크와 부드러운 푸딩의 중간쯤의 식감이었어요. 달지 않고 부드러운 맛에 상큼 달콤한 잼을 취향껏 곁들이면 완벽한 조화로움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 학림
    학림
    음식점 · 서울 종로구
80년대 음악다방의 모습이 그대로
2️⃣ 터방내 since 1983
흑석동의 한 골목 지하.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한낮의 밖과는 다른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웅장한 분위기의 클래식 음악이 어두컴컴한 공간을 가득 채우고, 그곳을 밝히는 붉은 전등 불빛들은 오래된 호텔의 로비 같기도 해요.
모든 것이 변함없이 그대로
음악다방이 많았던 1983년에 처음 문을 연 음악다방 터방내는 37년 전도, 지금도 줄곧 중앙대생들의 아지트가 되어온 곳입니다. 벽을 빼곡히 채운 낙서들에서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죠.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온 것도 대단하지만 이곳을 더 특별하게 하는 것은, 모든 것이 37년 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리모델링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이어온 개업 당시의 인테리어, 심지어 테이블의 담배 자국까지도 그대로 남아있죠.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요즘의 카페들과는 달리, 각각의 자리는 아치형의 벽이 테이블을 빙 두르고 있는데요. 이 모습도 80년대의 카페에서 유행하던 인테리어 방식이라고 해요. 분리된 공간 덕에 사람이 많아도 비밀공간에 온 듯 조용하고 아늑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기에도 좋고요. 또 모든 커피 메뉴는 증기의 압력으로 커피를 뽑아내는 ‘사이펀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방식도 80년대의 그 방식 그대로죠. 주문한 메뉴가 나오지 않아 슬며시 바라본 부엌 공간에는 정말로 사장님께서 정성 가득 커피를 내리고 계셨답니다.
총 50종의 메뉴, 당신의 선택은?
‘원두커피 전문점’으로 문을 연 터방내에는 그 이름답게 커피 메뉴도 수십 가지예요. 다른 음료들까지 더하면 그 개수가 50가지가 넘지만 메뉴판에 아주 자세히 적혀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장님께 직접 메뉴 추천을 받을 수도 있어요.
대표적인 메뉴들 중 하나인 로얄커피와 파르페를 주문하고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로얄커피
몇 분 뒤 갑자기 테이블의 조명이 꺼지고, 사장님께서 커피에 불을 붙이니 푸른 불꽃이 타올랐습니다. 불꽃이 꺼지면 커피가 완성되죠. 화려하게 등장한 이 커피가 바로 ‘카페 로얄’. 나폴레옹이 즐겨 먹었다는 커피라고 사장님께서 설명을 덧붙여 주셨습니다. 한 스푼의 양주가 불꽃의 정체였고요. 은근한 술향이 풍겨오지만 맛은 거의 나지 않고, 깔끔한 맛의 커피였어요.
파인애플 파르페
이 우산 장식 참 오랜만에 보지 않나요? 알록달록한 모습에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추억 속 여름 음료 파르페는 총 3가지 맛이 있어요. 추억을 자극하는 달콤하고 시원한 맛은 명불허전입니다. 당 충전 제대로 하고 왔어요.
  • 터방내
    터방내
    음식점 · 서울 동작구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3️⃣ 태극당 since 1946
장충체육관 맞은편에 위치한 태극당은 4층으로 된 밝은 회색의 큰 건물입니다. 큰 규모는 물론 한의원을 연상시키는 파워풀한 이름까지. 지나치면서도 빵집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그런 독특한 외관이었어요. 하지만 이곳은 무려 74년간 자리를 지켜온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입니다.
베이커리 겸 만남의 장소
광복 후 일본인이 운영하던 제과점을 인수해 우리 민족의 이상을 담은 태극당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처음 문을 열었던 때가 1945년, 그 후로 지금까지 3대를 이어 서울시민의 삶과 함께 해오고 있는 곳이죠. 빵을 사러 오는 손님들로 늘 인기가 좋아 당시에는 10개의 지점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1970-80년대에는 미팅 장소로도 인기가 대단했다죠.
건물에 처음 발을 디디면 그 오랜 시간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합니다. 높은 층고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옛날 그대로의 장식품(샹들리에, 금붕어 어항, 돌 조각품 등) 그 모든 것이 정말 레트로한 감성이었거든요. 마치 영화 세트장 같기도 했습니다.
리모델링과 리브랜딩을 거친 현재의 모습이지만 거의 모든 것이 옛 모습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고 해요. 촌스러운 듯 정겨운 패키징만 봐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단골손님들에게는 참 고마운 공간일 것 같아요.
한결같은 맛의 시그니처 메뉴
모나카, 야채사라다, 버터케이크까지. 태극당의 시그니처 메뉴는 그 존재만으로도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한결같다는 그 맛을 확인하기 위해 대표 메뉴 두 가지를 맛보았어요.
모나카 아이스크림
고소하고 바삭한 모나카 껍질 안에 담백한 우유 아이스크림이 가득입니다. 모나카 아이스크림은 1947년부터 선보인 시그니처 메뉴로 예나 지금이나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에요. 인생 우유아이스크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부드럽고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바삭한 모나카 조화는 환상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 맛의 비결은 바로 태극당에서 직접 키운 젖소의 우유에 있다고 해요.
야채사라다
신선한 야채가 빼곡한 야채사라다는 1975년 개발된 메뉴예요. 이*당의 샐러드 빵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고소하고 건강한 맛이었어요. 반만 먹었는데도 배가 든든히 불러올 만큼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었습니다.
  • 태극당 본점
    태극당 본점
    음식점 · 서울 중구
20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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