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한눈에 알아보는 베를린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 베를린을 이처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독일의 수도이지만 분단의 상처를 안고 다른 도시들에 비해 낙후될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도시. 대신 가난한 예술가의 성지로 재탄생하면서 새로운 숨을 불어넣게 되었다. 현재 베를린은 독일의 눈부신 발전과 발맞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이제는 풍요롭고 섹시한 도시, 베를린을 이해하기 위한 일곱 가지 키워드.

독일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 역사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 전통적인 것과 트렌디한 것. 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 베를린. 그 가운데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과거와 현재가 기막히게 어우러지는 거리의 분위기이다. 수백 년 전 만들어진 웅장한 관광지와 현대식 마천루가 공존하는 것은 기본, 질서정연한 독일식 거리 풍경과 가난한 예술가들이 그린 자유분방한 무국적 거리 풍경이 공존한다.

한때는 냉전시대의 상징이었으나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평화통일을 일궈낸 위대한 도시. 베를린이 어떠한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엄청난 에너지를 품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통일은 베를린의 자부심이다. 그리고 통일이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한국인에게 반드시 베를린을 직접 보고 느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독일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켜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준 가해자였다. 전쟁이 끝난 뒤 그들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였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를 입증하듯 베를린 곳곳에 현대사의 기록이 가득하다. 과거에 어떻게 야만적인 폭력을 행사했는지 솔직히 고백하고 그들에게 상처 입은 피해자를 기억하는 수많은 박물관과 기념비가 있다. 베를린은 부끄러운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 그 지성의 현장은 진심 어린 감동의 울림을 전한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세계적인 거장의 예술품을 만날 수 있는 곳. 동시대 예술가의 다양한 실험적 시도까지 포용하는 크고 작은 갤러리가 수백여 곳에 이른다. 베를린에 터를 잡은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지트, 그 유명한 베를린 장벽도 예술가의 캔버스가 되는 도시. 세계 3대 악단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공연은 ‘듣는’ 예술의 품격까지 높인다.

베를린 시에서 공식적으로 집계한 박물관의 숫자는 총 175개. 어마어마하게 많은 숫자이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비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다른 용도로 변신하는 수많은 박물관까지 합치면, 베를린에 박물관이 총 몇 곳이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 정도로 베를린은 크고 작은 박물관의 집합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든 취향을 저격하는 박물관이 반드시 하나 이상 존재할 것이라 단언한다.

언제부터인가 ‘제2의 뉴욕’이라 불리고 있는 베를린. 그야말로 유럽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핫한’ 놀이터가 되었다. 특히 금요일과 토요일이 되면 이성의 끈을 내려놓고 아드레날린을 마음껏 분출하는 젊은이들이 세계적인 클럽에서 밤을 지새운다. 베를린 관광청의 집계에 의하면, 오직 클럽에서 놀기 위한 목적으로 베를린을 찾는 외국인이 전체 방문객의 35%에 달할 정도라고 하니 그 유명세는 이미 검증되었다.

곰은 베를린의 상징이다. 도시 이름부터 ‘작은 곰’을 의미하는 배얼라인(Bärlein)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다. 도시를 상징하는 곰은 베를린 곳곳에서 예기치 않게 마주하게 된다. 형형색색으로 채색하여 도시 곳곳에 설치된 버디베어(Buddy Bear)는 베를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념사진 메이트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