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를 찾아가는 아테네 여행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 아테네. 과거에는 학업으로 현재는 일과 여행으로 수없이 찾은 아테네는 나에게 제2의 고향과 다름없는 곳이자 일상과 여행이 공존하는 곳이다.

자주, 오래 보아 지겹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아테네는 늘 나에게 반복과 새로움을 선물하고, 바쁜 일상 가운데 잠시 한 템포 쉬어갈 곳이 되어준다.

한국에서의 치열하고 바쁜 생활을 잊게 할 만큼 마음에 위안과 여유를 주는 아테네의 추천 스팟을 소개한다.

사람들이 아테네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도시의 대표 유적인 아크로폴리스를 보기 위함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 역시 수십 번 넘게 가보았지만 아크로폴리스에 오를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시간대마다 달라지는 빛과 신전의 어우러짐을 매번 다른 매력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테네에서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것이 아크로폴리스 둘레길 산책하기다. 이건 아마 나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아테네 시민들 대부분이 이 도시를 즐기는 방법일 것이다.

아크로폴리스 역에서 시작해 아크로폴리스 근처 산책로, 모나스티라키, 플라카를 거쳐 다시 아크로폴리스 역 근처로 돌아오는 코스는 아테네의 매력을 제대로 감상하기 좋다. 유적지를 오른쪽에 두고 천천히 걸으면서 만나는 풍경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산책 중간 잠깐의 휴식이 필요하다면 괜찮은 카페를 골라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기념품 가게에 들르기도 한다. 아크로폴리스 주변을 산책하며 발길 가는 대로 골목골목 들어가 길을 잃어보는 재미도 있다.

산책하기 다음으로 아테네에서 꼭 해야 할 것 중 하나, 일몰 보기. 아테네의 풍경은 어떤 언덕에 오르냐에 따라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특히 필로파포스 언덕과 리카비토스 언덕은 경치를 즐기며 산책하기 좋고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아테네에 올 때마다 꼭 한번은 가는 곳이다.

언덕에 오르면 아크로폴리스의 풍경과 멀리 내다보이는 바다가 늘 인상적인데, 앙드레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에 나오는 “그리스의 어떤 주에서건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작은 식탁보처럼 어른거리는 바다가 보였다.”라는 구절 그 자체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언덕 위에서 또는 언덕을 오르면서 때때로 멍하게 바라보게 되는 바다의 풍경이 작은 위로를 주는 것 같다.

시장은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슈퍼마켓이나 시장은 꼭 가보는 편이다. 아테네에서는 머무는 동네에 시장이 서는 날은 꼭 확인하고 방문한다.

사람들 사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행 중에 즐길 신선하고 맛있는 과일을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아테네 현지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몇천 원어치 과일에 충만한 만족감을 얻게 되는데, 비싼 비행기표를 내고 그리스에 왔지만 어쩐지 돈을 버는 느낌이랄까?

해마다 열리는 에피다우로스 축제를 맞이하며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에서 열리는 오페라나 음악회는 아테네 사람들도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다. 좁고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진 좌석에 앉아 과거를 상상하면서 고대극장에서 공연을 보는 것은 시간을 넘나드는 경험이다.

음악회를 보려고 모여든 수많은 사람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편하지만은 않은 돌계단에 앉아 공연을 보다 보면 금방 허리가 아파지지만, 그걸 잊게 해주는 주변의 풍경이 힘듦을 상쇄한다.

아테네에서는 늘 하던 것들을 대부분 반복하지만, 새로운 박물관이나 전시, 식당, 카페 등을 찾으며 도시의 새로운 변화를 알아가기도 한다. 이번에는 새로운 공간을 갖춘 아테네 국립 현대 미술관에 방문했는데, 다양한 작품들을 보며 그리스 미술을 이해할 좋은 기회였다.

또, 건물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는 리카비토스 언덕과 주변 동네의 풍경은 그림과 잘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시원한 실내에서 쉬어가는 느낌으로 그림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에 참 좋은 곳이었다.

아테네에 오면 한국에서와는 다르게 조금은 여유로워진 나 자신을 느끼게 된다. 삶의 속도가 달라 처음엔 당황스러울지 몰라도 여행하는 동안만큼은 고대의 철학자처럼 사색의 여유를 가져 보는 것이 아테네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과거의 유산을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간직하고 있는 이 도시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매력을 많은 여러분도 발견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