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잠깐, 여행 다녀올게요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고민이 깊어져도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회사에 퇴사하겠다고 선언한 뒤 바로 항공편을 끊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여행지는 언제든 갈 수 있으니까, 이럴 때 아니면 가기 힘든 유럽으로. 당시엔 지금이 아니면 떠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무계획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좋은 점 중 하나는 언제든 일정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 유독 마음에 드는 도시가 생기면 그 도시에 더 오래 머물기로 했다. 역시나 마음에 든 도시가 있었는데, 바로 오스트리아의 빈이다.

빈의 매력 ①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

튜브 님의 사진

호프부르크 왕궁으로 들어가는 길, 미카엘 문.

튜브 님의 사진

산책하기 좋은 쉰부룬 궁전.

내가 빈에 오자마자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 도심 곳곳에 있는 고풍스럽고 우아한 건축물 덕분이다. 역시 유럽 최대 왕가였던 합스부르크 가문의 도시이기 때문일까. 건축물 하나하나가 우아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 사이를 걸어 다니기만 해도, 마치 역사 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튜브 님의 사진

밤에 보는 오페라 하우스.

그리고 빈의 건물들은 밤에도 정말 예쁘다..! 특히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이 최고였다. 위의 사진은 '알베르티나'라는 미술관의 야외 테라스에서 찍었는데, 꼭 가보길 추천한다. 뷰가 좋아서 그런지 인생샷 찍으러 온 한국인이 많이 보였다.

빈의 매력 ②

광장에서 칵테일 한 잔

튜브 님의 사진

빈을 대표하는 스테판 광장.

튜브 님의 사진

이날은 날씨까지 완벽했다.

나는 어떤 도시를 여행하든 '광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사람이 북적거리고 활기 넘치는 그 느낌이 좋아서다. 별 이유 없이 나와서 걷다가 또 자리를 잡고 앉아 사람 구경하는 게 전부지만, 빈에선 그 순간들이 참 좋았다.

트리플

와인에 탄산수 한 방울!

도시의 중심지인 스테판 광장에는 항상 사람이 붐비고 활기가 넘쳤다. 주요 관광지와 가까워서 나도 거의 매일 들렀다. 이곳엔 야외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이 정말 많은데, 테라스에 앉아 칵테일 한잔 하면 없던 에너지도 생기는 기분이 든다.

빈의 매력 ③

전동 킥보드 타고 슝

튜브 님의 사진

대중교통 대신 타고 다닌 전동 킥보드.

요새 인싸템으로 뜨고 있는(?) 전동 킥보드. 빈은 대부분 평지고 자전거 도로도 잘 되어 있어서, 전동 킥보드 타고 다니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게다가 고개만 돌리면 보일 정도로 대여할 수 있는 킥보드도 많다. 여행하는 내내 대중교통보다는 거의 전동 킥보드만 타고 다녔다. 예쁜 건물들 사이로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었고!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

이렇게 아름다운 쓰레기 소각장이라니.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달리다 우연히 발견한 멋진 장소를 트리플에서만 소개한다. 위의 사진은 오스트리아의 가우디라 불리는 '훈데르트 바서'가 리모델링한 쓰레기 소각장이다. 쓰레기 소각장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이 놀랍고 신기했다.

빈의 매력 ④

여행을 맛있게, 요리와 와인

튜브 님의 사진

슈니첼이 특히 맛있었던 '춤 라이센 라흐팡켈러'.

동유럽의 다른 도시를 여행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음식'이다. 기억에 남는 음식이 별로 없다. 생각만큼 내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빈은 음식마저도 달랐다. 매순간 입이 즐거웠다. 빈에서만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을 슈니첼과 같이 먹으면 환상의 궁합. 맛있어서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취해있는 나를 발견한다.

튜브 님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