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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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이 알려주는 유럽 소매치기 예방법

유럽은 그 이름만으로도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로마의 휴일>, <미드나잇 인 파리>,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등 유럽 배경의 영화가 끊임없이 제작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파리, 로마 등의 지역은 소매치기가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속이는 방법도 각양각색. 큰맘 먹고 귀한 연차 써서 온 여행인데, 소매치기로 망쳐버리는 건 상상만으로도 최악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했다. 현지인 친구들에게 숱하게 들어온 조언과, 프랑스에 살면서 피부로 깨달은 안전 여행 3가지 팁. 지금 공개한다.

첫 번째 원칙
핸드폰은 가방에 넣기
한국에서는 핸드폰을 손에 쥔 채 길을 걷고, 문자를 하며 지하철을 탄다. 심지어 식당 테이블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은 뒤 화장실에 간다. 한국에서는 저-언혀 이상할 것이 없지만, 유럽에서는 소매치기범에게 '어서 가져가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길거리와 관광지에는 너무나 다양한 인간 군상이 섞여 있다. 소매치기범들은 대개 무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들고 있다 뺏겨도 돌려달라고 말하기 어렵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린치 후 강도를 당하기도 하니 원인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 답이다.

핸드폰은 가방에 꼭꼭 넣어야 한다. 옷 주머니도 안전하지 않다. 주변의 프랑스인 친구들도 주머니에 넣었다가 털린 경우가 부지기수다. (애초에 유럽은 지하철에서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으니 액정 볼 일이 별로 없다.)

또 사건이 발생해도 현지 언어를 모를 경우엔 경찰 신고조차 쉽지 않다. 오죽 소매치기가 많으면 파리 경찰청에서는 한글 동영상까지 만들었다. 미연에 방지하는 게 최선이라는 의미다.

두 번째 원칙
길거리에선 무표정으로

한국인은 낯선 사람에게도 친절하고 미소로 화답한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길거리에서 먼저 다가오는 모든 사람을 경계하는 게 이롭다. 한국에서도 갑자기 말 거는 사람들은 홍보 전단 돌리는 중이거나, '도를 믿습니까'라며 다가오거나. 둘 중 하나 아닌가.

한때 파리에선 자기의 전 여자친구가 한국인이었다면서 접근한 뒤, 관광 가이드를 해주고 돈을 요구하는 사기꾼이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유럽도 다르지 않다. 당신에게 먼저 다가오는 사람은 사인을 요구하며 당신의 주머니를 털려고 하거나, 팔찌를 채운 후 돈을 뜯으려 하거나, 아니면 그냥 대놓고 돈 좀 달라고 하거나, 예쁘다고 하거나, 니하오라고 하거나, 안녕? 곤니찌와?라고 할 확률이 높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유럽의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이 여자를 예쁘다고 하는 것은 절대 칭찬이 아니고 캣콜링(성희롱)이니 좋아하면 안 된다. 그런 인간들이 예쁘다고 안 해도 당신은 예쁘다.

친절과 미소는 필요한 때를 위해 아껴두고, 길거리나 지하철에서는 아무에게나 웃어주지 말자.

세 번째 원칙
지하철 탑승도 전략적으로
소매치기 발생 확률이 높은 지하철에서는 탑승도 안전하게,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지하철은 관광지보다 더한 정글이다. 역마다 분위기도 다르고 체감 안전도도 다르다. 파리의 악명 높은 Gare du Nord (북역)과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평화로운 Cité (씨떼역)의 차이를 생각하면 된다. 순찰 도는 경찰관의 수도 다르고, 사람들의 분위기도 다르고, 심지어 냄새도 다르다.

우선 역 플랫폼에서는 사람 많은 곳에서 대기하자. 앉을 확률을 높이겠다고 사람 없는 곳에 서 있으면 불량해 보이는 무리와 같이 탑승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다음 단계는 지하철이 들어오는 순간, 매의 눈으로 지하철 안을 스캔하는 것. 이상한 사람이 탑승하진 않았는지 빠르게 확인하자. 만약 거동 수상자(?)를 발견했다면 자연스럽게 이동한 뒤 탑승해야 한다.

유럽 지하철에서는 우리가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에, 피할 수 있을 때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또 혼자 앉아있는데 옆자리에 이상한 사람이 앉는다면 당장 내리거나 자리를 바꿔야 한다. 자리를 티 나게 바꾸면 쫓아올까 봐 그냥 두 눈 질끈 감고 타는 경우도 있을 텐데, 그러지 말자. 자연스럽게 내리는 척하면서 옆 칸으로 옮겨 타면 된다.

한 번은 밤에 귀가하는데 지하철에 지린내가 진동하는 거다. 알고 보니 만취 상태의 노숙자가 좌석에 앉아 자면서 그대로 용변을 본 거였다. (후...) 만원 지하철이어서 꼼짝없이 그 악취를 견뎌야만 했는데,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

마지막으로 지하철 문 쪽 가까이 앉게 되면 문이 열릴 때를 조심하자. 핸드폰은 반드시 가방에 넣어야 한다. 내리면서 핸드폰을 잽싸게 들고 튀는 소매치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럽은 이렇게 다소 정글 같지만... 몇 가지 규칙을 알면 안전하고,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할 만큼 매력적인 여행지다. 아무쪼록 즐거운 여행을 안전하게 마무리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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