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곽민지 님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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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의 자유여행, 제가 해보았습니다

부모님과의 해외 자유여행을 꿈꾸시는 효자 효녀 유나이티드 여러분! 경험자로서, 여러분이 꼭 알아야 할 점 몇 가지를 밝혀둡니다. 일단 결론 먼저 이야기하고 뒷얘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빠밤.
"내 부모님도 그냥 아줌마 아저씨입니다."
이 모든 여정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마치려면, 가족애에 모든 것을 걸지 말고 서로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여러분에 대한 사랑으로 부모님이 인내해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고, 여러분도 부모님에 대한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럼, 시작해볼까요?
"우리 딸이 데려가면 아무데나 좋지. 엄마 신경쓰지 말고 결정해."
이거 거짓입니다. 엄마가 거짓말을 했다는 게 아니라 엄마의 심정만 진실합니다. 여기서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아무데나’는 어머니 기준입니다. 저를 예로 들어볼까요? 저는 호스텔 20인실에서도 잘 잡니다. 이런 제가 ‘아무데나’에 저희 어머니를 데려가잖아요? 호래자식입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말하는 '아무거나'
· 패키지여행에서의 숙소 컨디션 · 간간이 한식 제공 · 적어도 1일 2관광지, 1맛집을 포함한 뭐라도 짜인 일정 · 변수의 부재
부모님과 자유여행을 꿈꾼다면 알아야 할 5가지
그럼 지금부터, 여행에 필요한 각종 예약과 진행을 앞둔 우리가 부모님의 말씀을 어떻게 통역하고 또 준비해야 하는지 열거해보겠습니다. 엄마 아빠를 향한 애정 필터를 과감하게 걷어내시고, 그저 두 중년의 패키지여행을 책임질 가이드의 마음으로 파이팅 있게 읽어보세요.
1. "엄마 아빤 아무거나 잘 먹어."
아니요. 엄마 아빠의 마음은 진심이지만, 결과적으로 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모님이 호기롭게 라면 없이도 해낼 수 있다고 하셔도, 꾸역꾸역 라면과 꼬마김치를 싸봅시다. 현지식이 세 끼를 넘어가면 고객님들 컨디션 차이가 나기 시작하거든요. 현지식 사이에 익숙한 음식을 끼워넣으면 되는데, 라면이 다 떨어졌고 한식당도 없다면 구글맵에서 Vietnamese Restaurant를 검색해보세요. 세계 대도시라면 어딜 가나 쌀국수집이 있거든요! 익숙한 맛을 그리워질때쯤 여행의 활력소가 될 거예요.
2. 엄마 아빠는 나이가 많습니다.
'이게 무슨 당연한 소리야'싶겠지만, 중요합니다. 숙소 예약할 때 반드시 주소를 알아내서 우리가 이용할 교통수단에서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합시다. 만약 그게 지하철인 경우 출구에 엘리베이터는 있는지, 숙소 자체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등을 숙소에 문의해 확인한 후 예약하시길 추천드려요. 그렇게 해서 알아낸 정보는 반드시 미리 공유합시다.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도착하면 만날 숙소 컨디션은 어떤지 알려준다면 의연하고 건강하게 따라나서실 수 있을 거예요.
3. 잘 외운 메뉴 하나, 평생 사골 된다.
내 자식이 외국 가서 스무스하게 주문을 한다는 것, 이거 굉장히 자식뽕이 차오르는 순간입니다. 그게 그 나라 언어를 유창하게 해야 한다는 뜻 이 아니에요. 추로스 집 가서 “(손가락 1) 추로스, (손가락 1) 뽀라스, 초콜라떼 뚜!” 이런 거를 알아봤다가 써먹으라는 겁니다. 메뉴에서 콕 찍어도 좋고요. 그리고 물/탄산수/맥주/레드와인/화이트 와인 같은 걸 알아갔다가 말해봅시다. 이게 귀국 후에 3개월쯤 지나면 “걔가 스페인어로 프리토킹을 하더라” 정도의 무용담이 됩니다. 저것을 내가 키웠다니!
4. 엄마 아빠와 나 사이의 문화차이를 인정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자유여행을 하는 일은 엄마 아빠의 세계를 알게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값싼 식당이 아닌데도 서비스가 느릴 때, 유럽 집 벽들이 얇아서 내 돈 주고 예약한 숙소에서 큰 소리로 대화하지 못할 때, 그냥 빨리 계산하고 나가고 싶은데 테이블에서 계산하고 또 잔돈을 테이블에서 기다려야 할 때……. 여행하면서 그런 순간을 엄마 아빠가 직면하게 되면 우리가 그 상황에 처음 놓였던 때를 떠올려서 ‘여긴 그렇더라고’ 하고, 마음으로라도 같은 편이 돼주세요. 내가 이 불편에 익숙해졌다고 엄마 아빠도 내가 겪은 과정을 똑같이 겪어온 건 아니니까요.
5. 우리는 사실 남이에요.
마치 내가 “우리 엄마 아빠도 그냥 아줌마 아저씨다” 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해둬야 더 많은 배려와 더 현명한 선택이 가능한 것처럼, 엄마아빠에게도 “자식새끼지만 어차피 남임”을 알려 드려야 우리 모두가 행복해져요.
생각해보면 하루종일 엄마 아빠랑 같이 있었던 적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 은근 많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서로 어떤 순간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요. 그러니 원하는 걸 꼭 말해줄 것, 그리고 말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알아주지 않았다’고 서운해하면서 본인과 다른 일행의 기분을 망치지 않을 것. 요거는 약속합시다!
진짜 후회 안 하실 거예요.
이렇게까지 이것저것 치밀하게 노력하지 않더라도, 부모님과 함께하는 자유여행은 원래 힘들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여정을 가지고 동행한다는 건 여행이든 연애든 결혼이든 원래 그런 게 본질 같아요. 하지만 그만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순간들로 금방 채워져요.
셋이서 함께 어떤 풍경 앞을 마주할 때, 너무 아름답고 행복한데 지금도 1분 1초가 간다는 게 슬펐던 순간들 같은 걸로요. 그러니까 피곤해도 퐈이팅하세요. 갔다 와본 입장에서 말하는데 진짜 후회 안 하실 거예요. 효녀 효자 여러분, 그리고 예민한 자식들과 동행할 세상의 수많은 엄마 아빠 여러분의 개고생을 응원합니다.
부모님과 자유 여행하기 좋은 여행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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