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승무원으로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다가 일본에 정착한지 4년.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하던 내가 지금은 니혼슈 검정시험 준 1급에 합격할 정도로 일본 술 전문가가 되었다.
‘일본에서 어떤 술을 꼭 먹어봐야 해? 뭘 사야 해?’
지인들이 자주 묻는 질문에 술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데 그만큼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 일본 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 친구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오늘 선보일 트리플 매거진으로 대신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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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자주 보이는 ‘일본에 가면 꼭 사 와야 할 일본 사케 리스트'를 보다 보면 사케와 사케가 아닌 술들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사케는 엄밀히 말하면 ‘니혼슈(일본주)'에 더 가까운데 니혼슈는 크게 세 가지 요건을 갖춘 술을 일컫는다.
따라서 위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우메슈(매실주)’나 ‘유자 사케’는 정확히는 니혼슈가 아니다.
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사케와는 색깔부터가 다르지만, 일본의 막걸리로 불리는 ‘니고리자케’는 일본에서 대표적인 니혼슈로 손꼽히기도 한다.
일본에서 맛봐야 할
특색 있는 니혼슈 BES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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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색에 고형물이 남아있는 니고리자케는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정말 비슷하다. 하지만 탁주인 막걸리와는 달리 청주에 속하는 니고리자케는 여과 과정을 거친다.
거친 천을 이용하기 때문에 고형물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여과를 거쳐 그런지 막걸리보다는 깔끔한 맛이 특징. 알코올 도수는 15도 이상으로 6~8도 정도의 막걸리 보다 높은 편이다.
🍶 현지인 추천 니고리자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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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고리쥬 시로키텐류 (にごり酒 白貴天龍)
쌀의 구수한 향과 혀에 닿는 크리미한 느낌이 고급스러운 막걸리를 연상시키는 니혼슈다. 가격은 720ml에 1,000엔 정도. 알코올 도수 15~16%로 IWC2021 혼죠주 부분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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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처럼 숙성된 술을 좋아한다면 쥬쿠세코슈를 맛보길 추천한다. 일본 장기숙성연구회에 따르면 주큐세코슈는 첨가물 없이 만 3년 이상 숙성시킨 니혼슈를 일컫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니혼슈와는 다르게 위스키처럼 호박색이나 캐러멜색을 띠고 있으며 향신료, 견과류 등을 연상시키는 향과 맛이 짙어 냄새가 강한 치즈나 숯불 향이 나는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린다.
🍶 현지인 추천 주쿠세코슈
hakkaisan.co.jp/

준마이다이긴죠 핫카이산 유키초조산넨 (純米大吟醸 八海山 雪室貯蔵三年)
눈이 많이 내리는 우오누마 지역의 설실(雪室)에서 3년간 숙성시킨 니혼슈. 1,000톤가량의 눈을 이용해 섭씨 3도 전후를 유지하면서 저온 숙성시켜 순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720ml에 3,800엔 대, 알코올 도수는 1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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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MZ들 사이에서는 스파클링 니혼슈가 인기다. 일본의 많은 양조장에서 니혼슈의 대중화를 위해 스파클링 제품을 개발했는데 쌀과 누룩, 자연 발효되어 나온 탄산가스만을 사용해 마치 샴페인 같은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기존의 니혼슈와는 다른 색다른 풍미를 즐길 수 있으며, 니혼슈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마실 수 있다.
🍶 현지인 추천 스파클링 니혼슈
발포청주 스즈네 (発泡清酒 すず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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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도 흔히 구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스파클링 니혼슈. 샴페인과 같이 10℃로 차갑게 마시면 입안 가득 부드러운 거품을 느낄 수 있다. 가격은 300ml에 1,000엔 대, 알코올도수는 5%로 플루트 잔(샴페인 잔)에 따라 마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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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슈를 사러 가거나 이자카야에서 주문할 때, 병에 붙은 라벨만 보고는 주문하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니혼슈의 라벨 표기는 양조장마다 임의로 기재하는 경우가 많아 초보자가 분별하기 어렵고, 쌀과 효모, 물 등 비슷한 원재료를 이용하지만 맛과 향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라벨만 보고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 정도만 알아도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니혼슈 기본 용어를 모아봤다.
✅ 알아두면 좋을 라벨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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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주도 (日本酒度)
당분 함량을 표기한 것. 물보다 무거운 니혼슈는 (-)로, 가벼운 니혼슈는 (+)로 표기된다. 이때 -10에 가까울수록 단 맛이 강하고 +10에 가까울수록 단 맛이 덜하다.
산도 (酸度)
니혼슈에 포함된 산의 총량을 표기한 것. 평균은 1.5로, 0에 가까울수록 깔끔한 맛이고 2.5에 가까울수록 농후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아마구치 (甘口) / 카라구치 (辛口)
아마구치는 단 맛이 강한 니혼슈를, 카라구치는 알코올의 쓴맛이 강한 니혼슈를 일컫는다. 그러나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다소 주관적인 기준일 수 있다.
정미보합 (精米步合)
쌀을 도정한 후 남아 있는 쌀의 비율을 일컫는다. 많이 깎아 정미보합이 낮을수록 고급스러운 술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쌀에서 유래되는 고유의 맛과 향이 사라질 수 있다.
✅ 니혼슈의 4가지 분류
쿤슈 (薫酒, 훈주)
사계절 중 봄에 마시면 좋은 타입으로 과일 혹은 꽃향기가 짙은 니혼슈를 일컫는다.
소슈 (爽酒, 상주)
사계절 중 여름에 마시면 좋은 타입으로 깔끔한 향과 맛이 특징. 시원하게 마시면 더 맛있는 니혼슈를 일컫는다.
쥰슈 (醇酒, 순주)
사계절 중 가을에 마시면 좋은 타입으로 쌀과 누룩의 향이 강해 감칠맛이 다른 술에 비해 뛰어난 니혼슈를 일컫는다.
쥬쿠슈 (熟酒, 숙주)
사계절 중 겨울에 마시면 좋은 타입으로 오래 보관된 숙성주라서 견과류 혹은 향신료와 같은 풍미가 짙은 맛과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Coming Soon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준마이다이긴죠'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