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instagram.com/p/CzIn5HasGT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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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정답이 있나요? 나의 첫 도쿄 여행

그동안 여러 차례 일본을 여행했지만 도쿄는 아직이었다.

내게 도쿄는 이상하게도 무언의 압박 같은 것을 주는 곳이었는데, 달리 말하면 욕심이 나는 도시이기도 했다. 볼거리가 가득한 도쿄를 후회 없이 둘러보고, 원 없이 경험하며 여행을 잘 할 자신이 없어 매번 망설였다.

그런데 여행을 잘 한다는 건 뭘까?
여행을 하는 것에 정답이 있긴 한 걸까?
꽉 채운 여행만이 의미 있는 것일까.

DAY 1
츠키지 시장에서 저녁 먹기

도쿄에 잔득 겁을 먹은 내가 세운 목표는 단, 하나. 하루에 하나만 잘 하자!였다.

느즈막한 저녁 시간에 도쿄에 도착한 첫날의 해야 할 일은 호텔이 있는 츠키지 시장(히가시 긴자 역)에서 맛있는 저녁 한 끼를 먹는 것.

도보로 그리 멀지 않은 긴자로 가면 왁자지껄한 식당이 넘쳐날 테지만, 조금은 소박한 곳이라도 좋으니 차분하게 맛있는 한 끼를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곳은 츠키지 시장 안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트라토리아 츠키지 파라디조. 신선한 해산물이 가득한 파스타를 먹고, 소화를 시킬 겸 긴자 역 일대를 산책하며 도쿄를 탐색했다.

  • 트라토리아 츠키지 파라디조
    트라토리아 츠키지 파라디조
    음식점 · 도쿄(긴자)
DAY 2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 가기

이제서야 도쿄 여행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2021년에 문을 연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 때문이었다.

코로나 여파가 심할 때만 해도 방문 인원에 제한을 둔 예약제로 운영을 했는데 지난 7월부터 예약을 하지 않고도 갈 수 있게 되었고, 때마침 하루키의 신간이 나와 여러모로 타이밍이 좋았다.

이곳에는 하루키의 저서를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한 도서가 전시되어 있음은 물론, 하루키의 서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공간과 오디오 룸까지 있어, 그의 플레이리스트를 직접 들을 수도 있다.

특히, 짱짱한 스피커에서 재즈가 흘러나오는 오디오 룸의 소파에 앉아 꽤 오랜 시간 머물렀는데 이상하게 감격스러워서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내가 하루키의 공간에 있다니!'

나의 덕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 하루키를 테마로 한 철 지난 잡지를 사기 위해 다이칸야마에 있는 츠타야 서점으로 향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
    관광명소 · 도쿄(신주쿠)
  • 츠타야 서점 다이칸야마 점
    츠타야 서점 다이칸야마 점
    관광명소 · 도쿄(시부야)
DAY 3
국립 신미술관 전시 보기

꽤 오래전에 한 책을 보고, 도쿄에 간다면 여기는 꼭 가봐야겠다고 메모해둔 국립 신미술관. 오랜 시간 내 마음을 빼앗았던 그곳은 실제로 보니 더 아름다웠다. 곡선이 주는 우아함과 부드러움, 웅장한 기품과 나무와 어우러진 풍경까지. 외관만으로도 완벽했다.

내가 방문했던 시기에는 총 2개의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홈페이지에서 미리 눈여겨 봐둔 입생로랑 전시를 택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650엔)를 이용한 덕분에 조금 더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뜻밖의 쇼핑도 했다. 입장권 소지자에 한해 전시 굿즈를 판매해 마음에 쏙 드는 작은 가방을 하나 샀다. 지하와 1층(팝업 스토어) 기념품 숍은 티켓이 없어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데, 꽤 유니크한 아이템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전시 관람부터 쇼핑, 근처에 있는 블루 보틀에서 커피 한 잔까지 즐기며,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했다.

  • 국립 신미술관
    국립 신미술관
    관광명소 · 도쿄(롯폰기)
  • 블루 보틀 커피 롯폰기 점
    블루 보틀 커피 롯폰기 점
    음식점 · 도쿄(롯폰기)
DAY 4
쇼핑 데이

일본에서 제일로 손꼽히는 것들이 한 자리에 모인 도쿄. 이번 여행에서는 일본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드럭스토어나 백화점 대신 내 취향에 맞는 쇼핑몰과 아이템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이런 컨셉의 쇼핑에 가장 만족스러웠던 곳은 오모테산도아오야마 일대. 청바지로 유명한 브랜드인 아나토미카에 가서 마음에 드는 바지와 내 취향에 따라 향을 고를 수 있는 인센스 전문점 리슨에서 향이 부드러운 인센스를 샀다.

  • 아나토미카 아오야마
    아나토미카 아오야마
    관광명소 · 도쿄
  • 리슨 아오야마 점
    리슨 아오야마 점
    관광명소 · 도쿄(시부야)

숙소 가까이에 '긴자 식스' 같은 대형 쇼핑몰이 많았지만, 이번 여행 중에 찾은 큰 쇼핑몰은 단 한 곳. 도쿄 역에 있는 키테였다.

일본의 색깔이 선명한 소품을 구매할 수 있는 특색있는 숍이 많아보였고, 무엇보다 도쿄 역 일대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아래의 매거진을 기억해뒀다가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 키테
    키테
    관광명소 · 도쿄(긴자)
  • 호쿠로쿠 소우스이 키테 마루노우치 점
    호쿠로쿠 소우스이 키테 마루노우치 점
    관광명소 · 도쿄(긴자)
  •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 도쿄 본점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 도쿄 본점
    관광명소 · 도쿄(긴자)
DAY 5
무사히 나리타 공항 가기

나는 꼭 여행 마지막 날에 어리바리한 짓을 하고야 만다. 가령, 호텔 서랍에 여권을 두고 오거나 시간 계산을 잘못해 아슬아슬하게 공항에 도착하는.

그래서 마지막 날의 목표는 단 하나,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공항까지 잘 가자! 였다.

호텔이 있었던 히가시긴자 역에서 긴자 역까지 도보로 꽤 갈만해서 저렴한 공항 버스(로우 코스트 버스)를 타고 나리타 공항으로 향했다.

마지막 날은 언제나 아쉽기 마련이지만, 공항에 여유롭게 도착해 면세점에 판매하는 과자와 인형을 구경하는 재미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여행을 나답게 내 취향대로!

욕심을 부리면 끝도 없을 여행지, 도쿄. 시간과 체력만 있다면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정말 많은 곳이다.

SNS 속 화려한 피드와 여행기들을 보며 '내 도쿄 여행은 이래도 되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이게 나 다운 거라면, 하는 수 없지!' 하고 비교하고 싶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욕심을 버린 도쿄는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 도시, 다음을 기약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나는 다시 도쿄행 티켓을 끊었다.

  •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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