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중,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개인 일정을 모두 마치고 다시 해외로 가기 전에 마지막 국내 일정으로 제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제주도 해외만큼 매력적이니까.
바다 위 서핑과 카트 같은 액티비티도 즐기고, 렌터카 대신 스쿠터로 이동하며 활동적인 여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이때는 미처 몰랐다. 제주에서 재난급 비바람을 만나게 될 줄은.
서핑도 액티비티도 전부 포기. 계획했던 일정을 모두 뒤집어야 했지만 '나만의 방법'으로 힐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2박 3일 제주 스쿠터 여행을 채코제가 가이드 한다.
왕복 7만 원이 채 안 되는 가격으로 트리플에서 항공권 예약. 점심 즈음 제주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스쿠터를 대여하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분홍색(😉) 스쿠터로 배정받았고, 기쁜 마음으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비바람이 몰아칠 줄은..
이번 여행의 첫 식사 메뉴는 물회였다. 해산물이 신선하고 양도 푸짐해서 정말 괜찮았다. 식사를 마치고 방문한 카페는 오션뷰가 참 멋졌다. 날씨 좋은 날 방문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하늘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돌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스쿠터에 쏟아진 비 때문에 바지까지 다 젖었다. 이때 두 가지를 깨달았다. '이 바지 흡수력이 참 좋구나.' 그리고, '이번 제주 여행 서핑은 글렀구나.'
게스트하우스는 처음이라 설렜다. 4인실이지만, 아무도 안 오면 1인실이 되는 마법. 비바람에 지친 몸을 뉘고 나니 출출해졌다. 여기저기 찾아보기 귀찮아서 트리플로 주변 맛집을 추천받았다. 결과는 대성공.
신선한 고등어회에 한라산을 한잔하며 나 홀로 제주여행 첫 밤을 마무리했다.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나와 문어 밥을 먹었다. 숨길 수 없는 진실의 미간이 나온 걸 보니 맛집임이 분명했다.
사장님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카페. 내가 제주에서 애정 하는 공간 중 하나다. 멋진 음악과 분위기 덕에 색다른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비가 오면 파도가 세진다. 서핑하기 좋은 파도를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잠시. 재난급 비바람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무력해진다. 대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며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곧바로 누워버렸다. (...)
여행 마지막 날의 일정은 단순하다. 간단히 밥을 먹고 정든 핑크 스쿠터를 반납한 후, 공항으로 향한다. 마지막 날이니 여기저기 다녀봐도 좋겠지만 이런 여유로운 일정이 나는 좋다. 이번이 마지막 여행은 아니니까. 다음에 왔을 때, 가고 싶은 곳들이 남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