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상하이를 걷다

화려한 도시의 마천루와 중국의 예스러운 거리를 모두 지니고 있는 상하이. 그래서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도 주목받는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속 그 장소는 과연 어디일까.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다른 시간 속의 상하이를 걸어보자.

마치 미래 도시에 온 것 같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 상하이 히말라야 미술관. 영화 <그녀 (Her), (2013)>에서 호아킨 피닉스가 사랑에 빠진 인공지능을 처음 마주하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제임스 본드가 배를 타고 등장하고 추격전을 벌이는 동안 영화의 배경이 되어주는 상하이의 고층 빌딩들. 제작진은 세계적으로 밤이 아름다운 도시 상하이의 이국적인 풍경을 완벽히 활용했다. 영화 <그녀 (Her), (2013)> 속 남자 주인공이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던 길은 바로 푸동 동방명주의 360도 원형 육교. 동방명주, 진마오 타워, 상하이 타워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이다.

영화 속 톰 크루즈가 부인을 구하기 위해 전력 질주했던 거리가 바로 상하이 근교 수향 마을인 시탕에 있다. 수로 옆으로 나 있는 지붕이 덮인 도로인 ‘랑펑’은 오직 시탕에서만 볼 수 있는 양식이라고. 톰 크루즈가 식사를 했다는 식당도 그곳에 있으니 찾아가 보길.

영화 <색, 계 (2007)> 촬영지로 유명한 신창구전. 세트장이 아닌 실제 마을로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1940년대의 상하이를 그대로 간직한 동네다. 영화 속에서 양조위의 첫 암살이 무산된 후 다시 막부인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는 탕웨이가 살았던 곳이 바로 이곳.

영화 촬영지 한두 군데를 찾아가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면 아예 세트장을 관광지로 만들어 놓은 곳을 소개한다. 1998년 준공한 상하이 영시 낙원은 현재도 계속 쓰이고 있는 상하이의 명소다. 상하이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부지가 넓어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야 한다.

· 가는방법 : 지하철 5호선 Beiqiao 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가 사거리에서 KFC 방향으로 건너면 881번 버스를 타는 정류장이 보인다. 그곳에서 2위안을 내고 버스를 타 车墩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 입장료 : 80위안

영시 낙원을 보고 시간이 남으면 근처 템즈 타운(영국 런던처럼 만들어 놓은 테마파크)에도 들르자.

현재의 난징루에는 관광용 미니 열차가 다니지만 상하이 영시 낙원 속 난징루에는 과거의 교통수단인 전차가 정겨운 소리를 내며 달린다. 이안 감독의 영화 <색, 계, 2007>에서 탕웨이와 양조위가 데이트를 즐기고 결국 그를 죽이지 못하고 놓아주는 장면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지금은 유럽식 건물들과 이국적인 카페들로 유명 관광지가 된 프랑스 조계지. 영화 촬영소 속 프랑스 조계지는 20세기 초반 프랑스 통치를 받던 조계지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상하이의 일반 서민들이 살았던 생활환경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조계지가 들어서고 외국인들이 상하이에 밀려들며 부자들은 조계지 안 거대한 저택에 터를 잡았지만 평범한 서민들은 갈 곳이 없어졌다. 그들이 살 곳을 찾은 방법이 좁은 골목 속 빼곡하게 지은 낮은 연립 주택 건물인데 돌문이 있어 스쿠먼(돌문집)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영화 촬영소 속 스쿠먼은 특히 재현이 잘 되어서 지금도 많은 시대물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