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박솔희 님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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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의 행복, 대만 신베이터우 온천

예스진지 투어 갔다가 비 안 맞아 보신 분? 타이완의 겨울은 한국의 가을 날씨라 눈 대신 비가 내린다. 습한 섬나라라 겨울비가 잦은데, 타이베이 근교 투어로 유명한 예스진지(예류지질공원, 스펀, 진과스, 지우펀) 지역은 지형의 영향으로 유난히 비와 바람이 많다.
온종일 이어진 투어 끝에 쫄딱 젖어 타이베이로 돌아오던 밤. 가이드가 지나가는 말처럼 해준 ‘베이터우 온천’ 이야기가 귀에 콕 박혔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전철 타고 30분만 가면 이용료도 저렴하고 물 좋은 노천온천이 있다고? 다음날 오후 일정은 온천으로 결정됐다.
베이터우 온천은 MRT 신베이터우 역에 있다. 빨간색 R라인의 베이터우 역에서 내려 신베이터우 역까지 한 정거장만 운행하는 특별열차로 갈아타면 된다. 타이베이 중앙역 기준 30분도 안 걸리니 서울에서 온양온천 가는 것보다 훨씬 가깝다.
지상으로 운행하는 MRT 창밖으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타이베이 풍경을 구경하다 보면 금세 목적지에 도착한다. 베이터우 온천 지구는 주말이면 전철에서부터 붐빈다고 하는데 다행히 평일에 방문한 터라 인파는 피할 수 있었다.
신베이터우 역은 새로 지었는지 역사가 깨끗하고 주변도 단정했다. MRT역에서 나와 언덕길을 따라 5~10분 정도 올라가면 목적지인 노천온천 ‘친수공원’에 닿는다.
신베이터우 온천 지구 안에는 여러 온천장이 영업하고 있는데, 호텔에 딸린 고급 온천도 있지만 이곳 친수공원이 가장 유명하다. 입욕료가 40TWD! 우리 돈으로 1500원밖에 하지 않는데 물은 끝내주게 좋아 꽃할배들도 왔다 갔다.
입욕료가 저렴한 만큼 수건이나 세면도구는 제공되지 않는데, 매점에서 살 수도 있지만 가격 대비 품질이 안 좋으니 웬만하면 챙겨 가는 게 좋다. 깜빡 잊고 안 가져간 수건은 입장료보다 비싼 50TWD를 주고 샀는데, 품질이 너무 안 좋아서 발 닦고 버렸다.
가장 중요한 건 수영복!
남녀 혼탕의 노천 온천인지라 수영복 착용이 필수다. 친수공원에 있는 매점에서도 수영복을 판매하고 있지만 품질이 굉장히 나쁘다. 그나마 좀 나아 보이는 검정색 투피스 수영복을 한화 18,000원을 주고 사서 입었다. 수영복 꼭 챙겨 가세요. 꼭꼭.
온도별로 탕이 나뉘어 있어서 왔다 갔다 하면서 즐길 수 있는데, 유황 온천이라 얼굴에 물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중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지만 나처럼 소문 듣고 찾아온 이국의 여행자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한국인 모녀도 있고 서양인 커플도 있었다.
확실히 물 좋은 온천은 동네 목욕탕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온종일 투어 끝에 쌓인 피로도, 자칫 한국까지 가져갈 뻔했던 여독도 친수공원 노천탕의 뜨끈한 유황 온천물에 말끔히 풀어냈다.
친수공원은 해저물녘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운치 있는 노천 온천에서 어스름한 저녁 하늘을 바라보며 목욕하는 경험은 특별한 추억이 된다. 근처에 베이터우 도서관, 베이터우 온천박물관, 디러구 등 둘러볼만한 곳도 많으니 낮에 가서 구경하다가 입욕 시간에 맞춰 온천욕을 즐기면 딱 좋다.
친수공원은 밤 10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맞춰 가면 달빛 아래 온천욕을 즐기는 호사도 누려볼 수 있다. 단돈 1500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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