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에서 사 와야 할 인기 쇼핑리스트로 손꼽히는 일본 술, 사케.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사케 대비 종류가 더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막상 매장에 들어서면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막막해진다. 일본에서 실패 없는 사케 쇼핑을 하고 싶다면 주목! 일본에서도 사케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갖췄다고 인정하는 니혼슈 검정시험 준 1급을 보유한 현지인 상상트레블러가 추천하는 사케 리스트를 준비했다.
SNS에서 자주 보이는 ‘일본에 가면 꼭 사 와야 할 일본 사케 리스트'를 보다 보면 사케와 사케가 아닌 술들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사케는 엄밀히 말하면 니혼슈(일본주)에 더 가까운데 니혼슈는 크게 세 가지 요건을 갖춘 술을 일컫는다.
니혼슈의 종류는 크게 8가지로 구분되는데 그 중 한국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종류는 준마이 다이긴죠다. 이 술은 쌀과 누룩, 물로만 만들어 쌀 고유의 감칠맛과 효모에서 우러난 향이 짙은 편이다. 50% 이하로 깎은 쌀로 만들어 잡미 없는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최고급 양조용 쌀인 효고현의 야마다니시키를 40%까지 깎은 니혼슈. 별도의 압력을 가하지 않고 천을 이용해 여과하는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액만을 담아낸 게 특징이다. 프레시한 향과 꿀처럼 달콤한 맛을 자랑하는데 진한 단맛이 있어, 치즈나 초콜릿 같은 안주를 곁들이기 좋다.
풋사과를 연상시키는 향과 은은한 맛이 인상적인 니혼슈. 향과 맛이 강하지 않아서 알코올 특유의 쓴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과일이나 크림치즈를 함께 곁들이면 좋다.
2023년 일본 가루이자와에서 개최한 G7 외무장관 회의 중 시음회로 소개된 니혼슈. 나가노현에서 생산된 쌀인 미야마니시키를 39%까지 깎아 만든 술로, 은은한 향은 산미와 단맛이 고루 어우러져 배나 풋사과를 연상시킨다. 이 술의 반전 매력은 의외의 쓴맛. 한 모금 넘기면 알코올 향이 확 올라온다.
드라이한 맛의 사케로 코를 가까이 대면 바나나와 같은 부드러운 향이 느껴지지만, 막상 마셔보면 단맛과 신맛 없이 알코올의 씁쓸한 맛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 때문에 단맛을 좋아하거나 니혼슈가 처음인 사람이라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한국에서 인기 많은 닷사이 시리즈. 술의 원료인 쌀을 '얼마나 남기고 깎아냈는가'를 표시하는 정미보합에 따라 23, 39, 45까지 총 세 종류로 나뉜다. 정미보합이 낮을수록 품질이 높은 술로 평가되는데, 23의 맛이 가장 깔끔하지만 가성비를 생각하면 45를 추천한다. 닷사이는 알코올 향 대신 효모에서 우러나온 사과 향과 꽃향기가 짙게 나서, 음식을 곁들이지 않은 채 온전히 니혼슈만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격인 술이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닷사이와 함께 양대 산맥으로 인기 있는 니혼슈. 전문가들은 딸기를 연상시키는 새콤달콤한 향이 난다고 평한다. 맛이 무척이나 깔끔해서 호불호가 크게 나뉘지 않는 편.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니혼슈를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입문용으로 접해보길 추천한다.
색다른 디자인에 눈이 가는 술. 쌀 품종 중 하나인 야마다니시키를 50%까지 깎고 3년간 숙성해 만든 숙성주다. 그래서 향과 맛이 꽤 복잡한 편. 아몬드와 같은 고소함이나 메이플 시럽 같은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맛과 향이 은은해서 끝에 올라오는 알코올의 쓴맛이 비교적 강하게 느껴지는 편. 숙성주 특유의 떫고 진한 맛이 없는 편이라 숙성주를 입문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서양배의 달콤한 향기가 느껴지는 니혼슈. 단맛과 신맛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고급 과일시럽을 연상시킨다. “달콤한 디저트와 어울릴 것 같다”, “마치 음료수를 마시는 듯하다” 등의 후기가 많을 만큼 알코올의 쓴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게 특징. 니혼슈를 처음 마시는 초보자에게 추천한다.
야마다니시키 품종의 쌀로 만든 술을 무려 천일 동안 저온 숙성해 만든 니혼슈다. 상큼한 과일 향이나 꽃향기가 나는 다른 준마이 다이긴죠와 달리 치즈처럼 깊은 향이 나는 게 특징. 대신 향에 비해 맛은 가벼운 편이다. 단, 단맛보다는 신맛과 쓴맛이 강하게 느껴져 초보자가 마시기에는 어려울 수 있는데 따뜻하게 데워 마시면 단맛이 느껴진다.
1977년 국제 품질평가 기관인 몽드 셀렉션에서 니혼슈 최초로 금상을 수상한 오토코야마 준마이 다이긴죠. 38%까지 깎은 쌀인 야마다니시키로 만들어, 과일의 신선한 향이 나는 게 특징이다. 목 넘김 후에는 꽤 강한 쓴맛이 올라오기 때문에 단독으로 마시기보다는 음식과 함께 즐기길 추천한다.
현지에서 주문하거나 사 온 니혼슈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까? 니혼슈의 맛은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비유된다. 니혼슈서비스연구회에서 계절감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을 위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제시한 가이드다.
준마이 다이긴죠는 대체로 프레쉬한 향기가 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 대부분 봄 혹은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5~15℃ 사이의 차가운 온도로 마셨을 때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만약 아츠캉(술을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방법)으로 마실 경우 향은 날아가고 알코올의 맛만 느껴질 수 있으니 참고하자.
에디터 상상트래블러
일본에 거주 중인 관광학 전공한 전직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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