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유신의 고향 가고시마 역사 스팟

가고시마 여행을 하다보면 많은 동상들을 마주할 수 있고, 아저씨 캐릭터가 그려진 다양한 기념품이 있어 궁금증이 들곤 한다. 이 아저씨는 바로 '사이고 다카모리'. 메이지 유신을 이끈 1등 공신이자 가고시마 출신으로, 그래서 관련된 답사지가 많고 여전히 영웅으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가고시마는 조선 공략론인 '정한론'의 발상지기도 해 우리 입장에서는 과거의 아픈 역사와 마주하게 된다.

일본은 에도막부 시절 미국에 의해 개항이 되면서 서구의 군사적 위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 일본의 하층 무사들을 중심으로 700년의 무인 정치를 끝내고 왕권을 회복시키자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이때 다양한 개혁이 시작되었는데 이를 '메이지 유신'이라고 한다.

가고시마 곳곳에는 메이지 유신과 관련된 많은 역사 스팟들과 조형물들을 만날 수 있다. 덴몬칸에서 가고시마 중앙역 가는 길, 다리 위에 서 있는 조형물은 메이지 유신을 이끈 3인 중 한 명인 오쿠보 도시미치로 1876년 강압적인 방법으로 조선과 강화도조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세이난 전쟁을 진압하는 등 한때 압도적인 권력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가고시마 출신으로 메이지 유신을 이끈 사이고 다카모리는 일본 내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역사적인 인물 중 하나다. 변혁 과정의 중심에 서 있던 그는 유신 이후 몰락해 가는 사무라이들과의 의리 때문에 자신이 세운 메이지 정부에 반역했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런 드라마틱 한 인생역전은 <세고돈>이란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곳곳에 그의 조형물과 관련 캐릭터 제품들이 많다.

유신 후루사토관은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 시마즈 나리아키라 등 메이지 유신을 이끈 인물과 유신 전후의 상황 등에 대해 다양한 전시를 해놓고 있다. '유신 체감 홀'이란 곳에서는 막부 말기에서 메이지에 걸친 사츠마(가고시마의 옛 이름)의 역사와 당시의 상황을 음향과 조명, 로봇 등으로 연출한 드라마를 상영하고 있다.

유신 후루사토관 바로 근처에는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쳐 활약한 사이고 다카모리와 하급 무사들의 거주지가 남아있다. 당시 고쓰키 강변을 따라 70호 정도의 하급무사 거주지가 있었으며 '후타츠야'라는 주거 형태를 사용했다. 지푸라기나 억새로 만든 지붕, 응접실, 부엌, 방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어 과거의 생활상을 추측해 볼 수 있다.

1877년 세이난 전쟁 당시 사이고 다카모리가 이끄는 사츠마 군은 시로야마를 최후의 결전지로 삼았다. 전쟁 종결 직전까지 5일간 시로야마 등산로에 있는 한 동굴에서 머물렀으며 9월 24일 정부군의 총 공격이 있던 날 그는 자결했다. 이곳을 '사이고 동굴'이라 하며 동굴 앞에는 그의 동상이 자리하고, 내부에는 이와 관련된 소규모 전시가 되어있다.

난슈 공원 내 난슈 묘지에는 사이고 다카모리를 비롯한 세이난 전쟁의 전사자, 사츠마 군 2023명이 묻혀 있다. 사이고 다카모리의 성장기부터 세이난 전쟁에서 전사할 때까지의 역사자료가 전시되어 있는 사이고 난슈 현창관도 있으며 묘지와 연결된 난슈 공원에선 사쿠라지마를 조망할 수 있다.

센간엔 초입에 있는 박물관 상고 집성관은 1865년 건설된 슈세이칸의 철공 기계공장으로 1923년 박물관으로 개축해 시마즈 가문의 역사 자료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당시 부국강병과 식산흥업을 목적으로 실시했던 핵심 사업의 하나로 일본 최초의 근대식 석조 양식 건물로 지어졌고 나라의 중요 문화재로도 지정되어있다. 일본인이 촬영한 현존하는 최고의 은판 사진, 공장으로 가동되던 당시의 기계 등 약 1만점을 소장하고 있다.

사무라이 정신이 돋보이는 가고시마에서 무사들의 저택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치란 부케야시키. 가고시마의 작은 교토라 불리며, 가고시마 시내에서 가려면 1시간 이상 소요된다. 전통 일본식 가옥과 돌담길, 1760년대 교토에서 온 정원사들에 의해 가꿔진 정원들을 잘 유지해오고 있다.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는 집들을 제외하면 정원 내부까지 돌아볼 수 있으며 거리 중간에 음식점과 카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