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간다면 가장 먼저 방문해야 할 도시는 피렌체가 아닐까. 르네상스가 시작된 도시, 젊은 관료 마키아벨리가 분주히 뛰어다녔을 베키오궁과 보티첼리의 여신들, 브루넬리스키의 돔이 있는 곳.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모두 거쳐 간 이 도시. 이탈리아 여행의 시작을 이곳에서부터 시작하기로 생각한 사람이라면 이미 피렌체와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된 셈이다.
돌바닥이 아름다운 피렌체 시내
젤라또 가게 앞 노부부와 견공들
꽃의 도시를 여행하는 데는 봄이 제격
개화기에 빼곡히 핀 벚나무 꽃봉오리들처럼 무수한 천재를 배출한 피렌체의 영어 이름은 플로렌스(Florence). flower, blossom 등을 뜻하는 아름다운 라틴어 뿌리를 가졌다. 그러므로 이 꽃의 도시를 여행하는 계절로는 봄이 제격일 터. 게다가 피렌체 대성당의 두오모 꼭대기에 오르려면 좁고 가파른 계단을 463개나 올라야 한다. 무거운 코트도 무더운 날씨도 적절하지 않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피렌체 시내 어디서나 보이는 거대한 두오모
5월 즈음의 피렌체는 얇은 겉옷이나 니트 한 장으로도 충분할 만큼 따뜻하니, 봄 여행자들은 가벼운 차림으로 두오모 전망대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붉은 지붕의 파도와 이마를 쓰다듬는 청량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조토의 종탑에서 내려다본 두오모
피렌체 두오모
관광명소 · 피렌체(피렌체 두오모 주변)
조토의 종탑
관광명소 · 피렌체(피렌체 두오모 주변)
영원불멸의 도시 피렌체
사실 피렌체는 언제 가든 크게 변함이 없다는 점에서 충성스러운 오랜 애인 같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는 결기 어린 눈으로 돌멩이를 움켜쥐고 있고, 안젤리코의 천사는 찬란한 날개를 반쯤 접으며 성모 마리아에게 수태를 고지하려 한다.
드라마가 일어나기 직전의 영원히 박제된 시간. 영원은 비단 돌이나 벽에 새긴 예술품에 한정되지 않는다. 아르노 강에 걸쳐진 베키오 다리 위에서는 몇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인들이 금세공품을 팔고 있으며, 가죽 공예 장인들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지금까지 그 명성을 떨치고 있으니까.
역사와 함께 유유히 흐르는 아르노 강
화려한 세공품을 파는 피렌체의 상점
지나치게 위대했던 선조들의 유물 덕분에 먹고산다는 것은 어떤 안도감일까. 또 그로 인해 변화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떤 좌절감일까. 양쪽 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감정이지만, 일개 관광객인 나는 꼭 10년 만에 다시 찾은 피렌체가 놀랄 만큼 그대로라는 데 뻔뻔스럽게 안도한다.
베키오 다리
관광명소 · 피렌체
아르노 강
관광명소 · 피렌체
피렌체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가난한 배낭 여행자 시절에는 걸어서 갔던 미켈란젤로 광장에, 이제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버스를 타고 오른다. 온 지구인이 다 아는 유행가를 기타 반주에 맞춰 부르는 버스커 청년이 있다. 연인들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최대한도의 낭만에 기꺼이 빠져든다. 나도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아본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이 영원불멸의 도시에서, 우리의 시간도 박제되기를 빌어본다.
미켈란젤로 광장의 다비드상(복제품)
미켈란젤로 광장의 버스커와 구경꾼들
미켈란젤로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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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광장
관광명소
피렌체
20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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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번역가 겸 우주의 먼지
『사는 게 뭐라고』『죽는 게 뭐라고』『아주 오래된 서점』『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홍차와 장미의 나날』 등의 책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