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shutterstock.com
출처 shutterstock.com

술 한 잔을 시키면 안주 한 접시가 무료!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도시, 그라나다에는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아담하고 투박한 바(Bar)가 나타난다. 아침엔 옆구리에 신문을 낀 채로 커피를 마시는 아저씨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늦은 오후부터는 간단한 요깃거리에 맥주 한 잔을 홀짝이는 여행자로 붐빈다. 카페라기에는 커피 외의 메뉴도 많고, 레스토랑이라기엔 간편한 음식이라 딱히 무어라 정의하기 어려운 스페인만의 간이식당. 장엄한 건축과 화려한 예술 유산이 뿜어내는 귀족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동네 바에서 접하는 스페인 음식 문화는 소박하고 서민적이다.
치맥보다 피맥보다 다채로운
타파스에 대하여
타파스는 술을 마실 때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리를 통칭한다. 특별히 타파스 전용 메뉴가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요리를 안주용으로 작은 접시에 담아낸다면 무엇이든 타파스라고 부른다.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대도시와 달리,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은 ‘무료 타파스 문화’가 있다. 타파스를 따로 주문하지 않더라도 맥주 한 잔을 시키면 작은 접시에 그날그날 다른 타파스가 함께 나온다.
타파스는 일반적인 요리 메뉴보다 양이 적은 대신 저렴하다. 혼자 여행을 하더라도 여러 메뉴를 주문해 맛볼 수 있다. 한두 접시 더 주문해 먹다 보면 결국 한 끼가 되어버리고, 그리하여 하루가 결코 세 끼로 끝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1일 1타파스
다양한 타파스를 맛보는 즐거움
타파스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그라나다에서는 하몽이나 크로켓, 푸아그라나 토르티야, 올리브나 치즈, 초리소 등 다양한 타파스를 맛볼 수 있다. 물론 맛보기 수준으로 양이 적으니, 양껏 맛보고 싶다면 추가로 주문해야 한다.
타파스를 주문하면 얇게 썬 바게트 위에 얹어주어 한입에 쏙 넣기 쉽게 나오기도 하지만, 작은 바구니에 따로 곁들일 빵을 내어주기도 한다. 날씨가 더운 스페인의 요리는 염도가 높기 때문에 담백한 빵은 요리의 짠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 요리와 함께 공깃밥을 주문하는 것과 비슷하다.
알고 먹어야 맛있는
대표 타파스 5종류
① 판 콘 토마테
남부 지방의 카페테리아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타파스이자, 아침 메뉴인 '판 콘 토마테'. 안달루시아에서는 바싹하게 구워진 바게트 위에 고소하고 향긋한 올리브유를 바르고, 그 위에 신선한 토마토 퓌레를 잼처럼 발라 먹는다.
② 가스파초
시원한 토마토 수프인 가스파초. 우리에게도 익숙한 재료인 토마토 특유의 신선함을 살려 만든 음식이라 입맛에 딱 맞을 것이다. 더운 여름 스페인을 여행한다면 기운을 북돋아 줄 가스파초를 꼭 맛보자.
③ 깔라마리
스페인은 해산물이 풍부해 오징어 요리도 다양한 편이다. 그중에서도 깔라마리 튀김은 애피타이저 메뉴로 흔하게 볼 수 있다. 바삭한 오징어 튀김은 어디에서 먹어도 맛있지만, 몸통을 튀겨내는 스페인식 깔라마리는 한국에서 먹는 것과 다른 느낌이다.
④ 께소 후리토
만국 공통의 법칙. 튀김 요리는 결코 맛 없을 수가 없다. 부드럽고 고소한 치즈에 얇은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께소 후리토는 새콤한 소스와 함께 나오기도 한다. 맥주와 먹어도 좋지만, 와인이나 샹그리아와 더 잘 어울린다.
⑤ 또르띠야
스페인의 또르띠야는 계란과 감자로 촉촉하게 구워낸 오믈렛이다. 멕시코 음식 또르띠야와 이름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요리다. 우리나라 부침개 같은 투박한 모양이지만, 갓 구워낸 따끈한 또르띠야는 입에서 살살 녹아 맥주를 부른다.
하루의 행복을 부르는 주문🙏🏻
¡Una caña, por favor! (운나 까냐, 뽀르파보르!) 현지인이 아니라고, 스페인어를 모른다고 주눅들 필요 없다. 그저 맥주 한 잔을 달라고 스페인어로 주문하는 순간, 시원한 행복 한 잔과 달콤 짭조름한 즐거움이 테이블 위에 펼쳐질 테니까.
작가의 한 마디 ✍️
한국에서도 종종 맥주와 타파스가 몹시 그립곤 한데, “음식이란 결국 공기 포함인 것 같다”라던 하루키의 말을 떠올리며, 언젠가 다시 스페인에 갈 궁리를 하게 된다.
2020.01
본문의 여행 관련 정보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예다은
여행작가 겸 기획자

여행하듯 생활하고 생활하듯 여행한다. 베이스캠프는 서울, 언제나 경유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올라! 스페인>, <첫 휴가, 동남아시아>를 썼다. brunch.co.kr/@ye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