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를 제대로 즐기는 8가지 방법

일반적으로 고베를 오사카 옆 항구 도시 정도로만 인식한다. 알고 보면 고베는 차분한 외관 속에 숨겨진 매력이 엄청나다. 최상의 맛을 자랑하는 고베규, 유럽에 온 듯한 이진칸, 화려한 야경처럼 뻔하디 뻔한 것 말고 고베를 제대로 즐기는 8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고베에는 요코하마, 나카사키와 더불어 일본 3대로 꼽히는 차이나타운이 있다. 그 이름하여 ‘난킨마치’. 고베의 중심가 중 하나인 모토마치와 매우 가깝기 때문에 돌아보기 좋다. 규모는 다소 작은 편이지만 그만큼 오붓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가격이 매우 저렴한 길거리 음식 가판대가 즐비해 적은 예산으로도 먹방 투어가 충분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 일대에 맛있는 일본식 중화요리집도 많으므로 음식에 진심이라면 꼭 방문하자.

고베는 일본에서 가장 일찍 서양문화가 들어온 도시 중 한 곳이자 일본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라 미식 문화가 크게 발달했다. 그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이 프렌치 레스토랑이 발달한 것! 적당한 가격에 뛰어난 솜씨와 푸근한 인심까지 맛볼 수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시내 곳곳에 위치한다.

여유로운 생활감의 도시 고베는 일본에서 홍차 문화가 가장 발달한 도시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진짜 맛있는 홍차를 선보이는 간소한 티룸이나 근사한 애프터눈 티 세트를 선보이는 화려한 티룸까지 선택의 여지가 다양하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프랑스 홍차 브랜드 마리아주 프레르의 간사이 유일 티룸이 있는 것도 다름 아닌 고베. 기타노 이진칸 일대에는 야외 좌석에서 홍차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티룸도 있다.

산노미야에서 모토마치를 지나 길게 이어진 고가 선로 아래에 작은 상점과 술집, 식당들이 다닥다닥 자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로 서민적이고 쾌활한 느낌의 술집이 많으며, 특이한 메뉴로 운영되는 선술집이나 '심야식당' 처럼 손님과 주인이 유쾌하게 소통하는 술집들도 많다. 타치노미야(서서 마시는 술집 및 음식점)도 찾아볼 수 있으므로 저녁 시간에 특이한 곳에서 한 잔 즐기고 싶다면 고가 선로 밑을 뒤져볼 것.

앞서 말했듯 고베는 미식 문화가 크게 발달한 도시이자 유럽 문물이 일찍 들어온 도시로, 예로부터 빵과 디저트가 일본 내에서 가장 맛있기로 유명하다. '하브스'나 '앙리 샤르팡티에'처럼 일본 전역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제과점의 원조 도시가 바로 고베라는 사실. 그러나 이러한 유명 브랜드는 일부일 뿐이고, 지금도 수없이 많은 제과 명인들이 눈과 혀를 모두 즐겁게 해줄 멋진 빵과 디저트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겨울에 고베를 여행한다면 꼭 루미나리에 기간을 체크하자. 겨울의 조명 장식, 일명 ‘일루미네이션’에 진심인 일본에서도 가장 유명한 겨울 조명 행사 중 하나가 바로 고베의 루미나리에이다. 아름다운 빛 터널을 천천히 통과하면 눈 앞에 마치 동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빛의 성이 기다린다. 다만 인파가 심각하게 몰리는 것이 단점.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하는 여행자라면 이 기간을 잘 체크해서 고베 여행을 피하길 권장한다.

니혼슈(일본주·사케)를 좀 아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만한 후쿠쥬, 기쿠마사무네, 하쿠쓰루 등이 모두 고베 인근에 공장을 두었다. 롯코산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물이 니혼슈를 만들기에 최적이기 때문. 고베의 니혼슈 공장 중에 많은 수가 견학 시설 및 직판장도 마련했다. 공장들이 엇비슷한 지역에 여러 개가 몰려 있어 한나절 정도에 4-5개 공장을 도보로 돌아보기 좋다. 시음과 구매는 모든 곳에서 가능하고 카페나 식당을 갖춘 공장도 있다.

항구 도시이니까 도심지와 항구의 풍경만 생각했다면, 그것은 고베의 잠재력을 너무 얕잡아봤다. 시내에서 서쪽으로 가면 누노비키 허브원과 폭포가 자리하고 동쪽 방향으로 시내를 벗어나 조금만 가면 간사이에서 가장 청정한 자연이 기다리는 롯코산이 있다. 롯코산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간사이 최고의 온천 휴양지인 아리마 온천지에 닿는다. 알고보면 고베는 꽤나 다 갖춘 여행지다.

에디터 정숙영 작가
1n년째 여행작가. <무작정 따라하기 도쿄>, <무작정 따라하기 이탈리아>, <금토일 해외여행> 등을 썼다.
인스타그램 @mickey_nox_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