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갯빛 포토존, 부라노 섬

선명하고 화려한 외벽의 색감 덕에 본섬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부라노 섬. 아이유가 뮤직비디오를 찍은 곳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패션 화보나 광고의 단골 배경이다. 셔터만 누르면 화보가 되는 이곳에서 ‘인생 사진’을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2023년 7월부터 당일치기로 베네치아 및 주변 섬에 방문하려면 예약과 입장료 지불(3-10유로)이 필요하다. 예약은 전용 홈페이지 혹은 앱을 통해 이루어질 예정이다.

부라노 섬은 베네치아 본섬에서 9km 떨어진 작은 섬으로, 조용한 어촌 마을이었다. 크레파스로 칠한 듯 화려한 집들로 인해 관광지로 유명해졌는데, 집 외관을 이렇게 칠한 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안개가 짙은 부라노 일대에서 어부들이 조업을 마치고 자신의 집을 잘 찾아올 수 있도록 칠했다는 설, 술에 취한 남자들이 헷갈리지 않고 집에 잘 찾아오라고 칠했다는 설, 고기잡이배를 알록달록 칠한 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정부가 집 외벽 역시 다양한 색으로 칠하게 했다는 설 등이 있다. 현재 각 집들은 관광 명소가 되어 정부에서 페인트 구매비를 지원해 준다.

부라노 섬은 레이스 공예품으로도 유명하다. 16세기 이후 레이스 공예 산업이 발달하면서 남자들은 어업으로, 여인들은 레이스 공예로 생계를 이어갔다. 부라노 여인들의 레이스 공예품은 현재 베네치아의 대표적인 특산품 중 하나이다.

강렬하고 선명한 색깔의 건물들과 새파란 바다, 맑은 하늘, 아무렇게나 세워 둔 자전거에 빨랫줄까지. 부라노 섬의 감각적인 풍경은 여행자가 어설프게 찍은 사진도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 준다. 산책하듯 마을을 걷다 보면 부라노 여인들의 센스가 엿보이는 레이스 공예품들과 실물을 그대로 옮겨 담은 부라노 풍경화 등이 눈에 띈다.

부라노에는 휴대폰 배경 사진으로 소장하고 싶은 포토존이 가득하다. 이곳에서 인생 화보를 건지고 싶다면 건물 외관과 색이 겹치는 컬러풀한 옷은 피할 것. 경험자들의 꿀팁은 화이트톤의 옷.

청명한 하늘과 파스텔톤 건물들의 색감 사이로 바람에 흩날리는 빨래. 왠지 정겨워 보이지만 관광지에서 보기엔 생소한 풍경이기도 하다. 알고 보니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 탓에 햇볕이 들지 않아 빨랫줄을 건물 사이에 연결해 놓은 것. 생뚱맞은 빨래까지도 촌스럽지 않은 건 부라노 섬만의 선명한 색감 때문이 아닐까.

무라노 섬에 유리가 있다면 부라노 섬에는 레이스가 있다. 부라노 섬의 레이스 박물관은 작고 소박하지만, 17-20세기의 정교하고 독특한 레이스 작품을 모아둔 곳이다. 박물관 한쪽에서는 할머니들께서 직접 레이스를 짜고 계신 모습도 볼 수 있다.

레이스 공예품을 구입하고 싶다면, 레이스 박물관 맞은편에 자리한 상점을 찾아가 보자. 장인들이 직접 레이스를 만드는 과정도 보고 친절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다만 수공예품이라 가격은 높은 편.

알록달록한 집들 사이에 소박하게 자리 잡은 산 마르티노 성당. 성당 자체도 멋있지만, 이곳의 기울어진 종탑도 인상적이다. 성당 앞 광장 근처가 마을의 메인 스트리트이므로 식당을 찾는다면 이곳으로 가면 된다.

해가 지고 관광객이 돌아간 빈 거리. 고요한 운하를 사이에 두고 하나둘 전등이 켜지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햇빛이 쨍한 낮뿐만 아니라, 야경까지 완벽한 부라노 섬.

토르첼로는 부라노 섬 바로 옆에 있는 섬으로, 베네치아 발상지 중 하나였던 곳이다. 10세기경에는 본섬보다 번성한 곳이었지만, 흑사병, 말라리아 등 전염병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마을을 떠나 지금은 인구 100여 명 정도의 작고 조용한 섬이 되었다. 작가 헤밍웨이가 머물며 글을 썼던 곳으로도 유명한데, 그가 방문한 호텔이나 레스토랑을 보려고 찾는 관광객들도 많다. 베네치아에서 가장 오래된 산타 마리아 대성당에 가면 오래된 벽화와 종탑, 박물관 등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