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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있는 캐나다 밴쿠버는 레인쿠버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겨울이면 비가 워낙 많이 내리는지라 다들 여름만 손꼽아 기다리곤 한다. 몇 달간의 지루한 겨울을 잘 견뎌내면 찾아오는 여름의 밴쿠버는 그야말로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정말 반짝반짝 빛이 난다. 여름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모두의 마음이 들뜨는 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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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한창이던 작년 여름, 다들 백신접종을 하고 조금씩 일상생활에 제약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완전히 마음을 놓기에는 이른, 여전히 조심해야 하는 시기였던 만큼 자연스럽게 소규모로, 인적이 드문 조용한 지역으로 여행하는 트렌드가 생겨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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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가 위치한 브리티시 컬럼비아 (줄여서 비씨) 주는 캐나다 안에서도 아름다운 자연으로 유명한데 특히 서부 해안가를 따라 위치한 섬은 각자의 독특한 매력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나와 파트너는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 비치 하우스, 부부가 운영하는 귀여운 와이너리, 주말 파머스 마켓, 신선한 로컬 해산물로 요리해 먹는 저녁- 이 모든 게 가능한 쿼드라 아일랜드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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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를 타고 밴쿠버 아일랜드에 들어간 후에 두 시간 정도 드라이브, 또 한 번 작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조금은 번거로운 코스이긴 하지만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와 새파란 하늘이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가는 길에 발견한 로컬 마켓에서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 곁들여 마실 와인, 간식거리를 사서 해 질 녘쯤 숙소에 도착하니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고요함 그 자체. 절로 탄성이 나왔다. ‘역시 조금 번거롭더라도 여기로 오길 잘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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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한 로컬 해산물로 만든 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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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뜬 마음을 느끼며, 오는 길에 사 온 와인을 열어 글라스에 따르고 우리의 기분 좋은 여행의 시작을 위해 건배를 했다. 시원한 화이트 와인의 맛을 음미하며 여행의 큰 즐거움인 저녁 식사 준비를 시작- 그날 갓 잡은 싱싱한 로컬 생선과 해산물을 요리해 예쁘게 담아냈다. 발코니 테이블에 앉아 노을이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얕은 파도 소리, 선선한 밤바람과 함께하는 식사.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을 느끼며 하루하루 바쁘게 지나가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놓치고 지나가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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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작은 섬에서 머무는 여행은 선택지가 많으면 고르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택이다. 봐야 할 것, 먹어봐야 할 것, 해봐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은 곳을 여행할 때면 남들이 다 해본 것들을 나만 놓친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여행이 마치 업무의 연장선처럼 “해야하는” 체크리스트로 가득해 져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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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th End Farm Winery” 의 소박한 입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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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우리는 부부가 운영하는 로컬 와이너리를 찾았다. 넉살 좋아 보이는 남편과 조금은 쑥스러움이 묻어나는 미소로 우리를 맞이해준 부인은 이 와이너리에서 직접 키운 포도로 와인을, 그리고 소량으로만 생산하는 프라이빗 라벨 진을 만든다고 했다. 큰 기대없이 진을 테이스팅해 본 나는 그 섬세한 맛과 향에 아주 기분 좋게 놀라 파트너를 바라보니 그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있는듯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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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너리에는 강아지와 닭이 평화롭게 뛰어놀고, 손님들과 대화하며 넉살 좋은 웃음을 중간중간 터뜨리는 남편, 와인 통을 정리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부인, 기분 좋게 따뜻한 햇빛을 맞으며 와인을 즐기는 손님들.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여유 있게 살아가는 부부의 얼굴에서 진심 어린 행복이 느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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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에 아무도 없는 고요함만 가득한 공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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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몇 병 안 남았다는 프라이빗 라벨 진을 한 병 사서 기분 좋게 와이너리를 나와 인적 하나 없는 조용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작은 섬에서의 생활을 상상해 봤다. 아직은 도시에서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 당장은 무리지만, 가까이 있는 섬을 하나씩 여행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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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을 여행하며, 남들이 어딜 가는지, 무얼 하는지 소셜 미디어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의 데이트를 해보려고 한다. 누군가와 첫 데이트를 할 때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처럼 나 자신에게 묻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랜드마크가 없어도, 소문난 맛집이 없어도 좋은- 나와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고요한 작은 섬 여행의 매력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쿼드라 아일랜드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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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 '에리카' 일본, 싱가포르, 지금은 캐나다 밴쿠버에 살며 원하는 삶을 만들어 나가는 라이프 크리에이터. 좋아하는 장소,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 즐거운 여행작가, 마케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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