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서 만나는 수준 높은 미술관

유럽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미술관 방문이다. 벨기에 주요 도시의 수준 높은 컬렉션을 갖춘 미술관들을 둘러보며, 감성 예술 기행을 완성해 보자.

아르누보의 선구자 빅토르 오르타의 흔적을 브뤼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가 살았던 집과 작업실은 미술관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철과 유리를 사용하고 곡선을 강조한 건축 방식, 경첩 하나도 허투루 달지 않은 섬세한 디테일에서 전형적인 아르누보 건축물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다.

아르누보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유럽에서 크게 유행한 양식이다. 예술의 범주를 회화만이 아닌 건축, 인테리어, 가구 등으로 넓히며 예술과 생활의 거리를 바짝 좁혔다.

네덜란드 출신의 은행가였던 데이비드 반 뷔런이 지어서 살던 아르데코 양식의 집으로, 1928년 완공됐다. 당시 유럽의 엘리트들은 이국적인 목재와 상아처럼 값비싼 재료를 사용해 부를 과시하고자 했다. 반 뷔런의 집 역시 고급 목재를 사용해 장식적인 미학이 돋보인다. 희귀한 가구와 카펫, 스테인드글라스, 아름다운 정원이 조화를 이룬다. 반 뷔런이 생애에 걸쳐 수집한 16-20세기 미술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벨기에 왕립 미술관에 있는 브뢰겔의 <이카루스의 추락>의 다른 버전이 반 뷔런 박물관에 있다.

벨기에 왕립 미술관이 15세기 이후 유럽의 회화, 조각 작품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아트 앤 히스토리 박물관은 선사 시대로부터 이어지는 전 세계의 예술 작품 및 역사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유럽은 물론 이집트, 그리스, 미국, 티베트, 이슬람 세계 등 각지에서 수집된 수천 가지 예술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적은 수지만 한국의 도자기도 소장하고 있다.

그뢰닝게 미술관은 15-20세기의 회화 작품들을 통해 벨기에 시각예술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장소다. 플랑드르 미술의 선구자인 얀 반 에이크, 한스 멤링, 히에로니무스 보쉬부터 20세기의 폴 델보와 르네 마그리트에 이르기까지 유럽 미술사에서 랜드마크가 되고 있는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컬렉션이라는 찬사를 받는 곳이다.

브뤼헤의 성 요한 병원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병원 중 하나로 12세기 중반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한스 멤링의 작품을 주축으로 하여 중세의 병동과 예배당을 장식하던 회화, 조각, 가구 등을 볼 수 있는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성녀 우르슬라의 유물 상자>를 비롯한 한스 멤링의 명작 6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17세기 중반에 지어진 약국을 비롯해 볼거리가 많다.

벨기에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으로, 중세 시대부터 20세기의 회화와 조각 작품을 포함해 약 2만여 점을 소장 중이다. 루벤스, 반 다이크 같은 플랑드르의 거장부터 로댕, 마그리트 등의 현대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유리창 너머로 성 바프 대성당의 제단화 <어린 양에 대한 경배>가 실시간으로 복원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오늘날까지의 미술 작품 약 3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현대 미술관이다. 앤디 워홀, 데이비드 호크니, 요제프 보이스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만큼 전시 수준이 상당히 높다. 팝 아트, 미니멀 아트, 개념 미술 등을 감상하며 현대 미술사의 흐름을 훑어볼 수 있다.

앤트워프 현대 미술관 M HKA는 1987년, 곡물 창고로 쓰이던 건물에서 시작됐다. 동시대 예술을 다루는 공립 기관으로서는 벨기에 최초로 세워진 곳이다. 1970년 이후의 작품 6천 5백여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뮤지엄 브런치, 뮤지엄 요가 등의 관객 참여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19세기의 유명 미술품 수집가였던 마이어 반 덴 베르그가 약 20여 년에 걸쳐 수집한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는 멋진 미술관이다. 개인이 모은 것치고는 무척 많은 3천여 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종류도 다양해 여러 시대의 회화, 조각, 태피스트리 등을 망라한다. 특히 전 세계에 45점뿐인 피터 브뤼헬의 작품 중 2점을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 수집가의 뛰어난 안목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