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오랫동안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보다는 2, 3주 정도 짧게 계획하여 갑자기 떠나는 여행을 선호한다. (오래 계획하면 여행 전부터 질려버리는 느낌이다.) 23년 가을, 어딘가로 떠나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을 때 노트북을 열었고 남아있는 비행 마일리지로 갈 수 있는 곳 중 안 가봤던 곳을 추려내다가 튀르키예의 '이스탄불'이 눈에 들어와 무작정 그곳으로 떠났다. |
|
|
|
나는 역사 깊은 ‘무엇’을 구경하는 것보다는 맛집과 감성 있는 카페 방문을 좀 더 선호하는 철부지라 모스크 관람에 대한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었다. 그냥 “다들 가니까 간 김에 보긴 해야겠지” 하는 정도?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게 된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의 위엄은 실로 대단했다. 특히 1,000여 년간 성당으로 사용되다가 모스크로 바뀌게 된 아야소피아는 담백한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가 매우 화려하고 섬세한 작업들로 이루어져 있어 우와 소리가 나오기에 충분했다. |
|
|
이런 곳이 무료입장이라니 참 신기할 따름이었고,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이곳에서의 매너를 지키려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신발을 벗으며 입장하는 걸 보고 있으니 괜스레 뿌듯하기도 했다. 난 특정 종교를 믿고 있지는 않지만, 간절한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 옆에다가 나의 작은 소원도 하나 두고 왔다. 만약 이루어진다면 이 여행에서 시작된 거라고 해보자. |
|
|
|
자,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음식이 아닌가! 나는 3박 이상의 해외여행에서는 무조건 한식당을 한 번 이상은 방문해야 하는 한식 러버이다. 하지만 튀르키예에서는 이상하게도 6일 동안 머무르며 단 한 번도 한식 생각이 나지 않았다. 미식의 나라답게 먹을 것이 굉장히 다양하게 많았고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간을 가지고 있었다. |
|
|
|
특히 기억에 남는 음식들을 몇 가지 꼽아 보자면 다양한 형식과 종류의 케밥이 먼저 생각나는데 숯불에 구워 요리해 주는 현지의 전통적인 케밥은 한국의 이태원 등지에서 먹었던 케밥과 상당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숯불의 향과 재료의 어우러짐이 그저 완벽했었다. 케밥이 단지 고기를 빵에 넣어 먹는 단순한 음식인 줄 알고 있었던 나는 튀르키예 현지 케밥의 다양성과 전통적인 맛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고, 방문했던 몇몇 곳은 이스탄불을 여행하거나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추천하는 장소가 되었다. |
|
|
케밥 외에도 우유의 지방을 모아서 만들어 천상의 맛이라고 불리는 고소하고 신선한 카이막, 치즈와 견과류를 잔뜩 넣고 시럽을 뿌려 먹는 간식 퀴네페, 한국의 곰탕과 매우 흡사하여 한 그릇 뚝딱했던 이스켐베 초르바가 있겠다. 이렇게 현지 음식이 입에 잘 맞다니 나는 혹시 전생에 이스탄불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는데, 맛있는 음식 덕분에 든든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여운이 길게 남아 다시 한 번 튀르키예에 방문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
|
|
|
해외여행에서 이곳저곳을 이동할 때에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교통수단은 바로 택시이다. 지하철이나 트램도 가끔 이용하기는 하지만 언어가 자유롭지 못한 나는 스트레스와 실수를 줄이려 대부분의 이동을 택시로 하는 편인데, 모든 게 마음에 들었던 튀르키예 여행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쓰고 마음이 상했던 부분이 바로 이 택시 탑승이다. “여기서 여기까지 이동하는데 얼마야?”라는 물음에 답을 듣고 너무 비싼 거 아닌가 하는 고민하고 있을 때 흔쾌히 “조금 깎아줄게~”라고 했던 기사에게 꽤 고마운 마음을 가졌었는데, 이게 사실은 애초에 두 배 이상의 가격을 불렀던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엔 꽤 큰 배신감이 들었었다. |
|
|
덕분에 그 뒤로는 택시 탈 때만 되면 약간의 날카로움과 긴장감을 장착하게 되었는데 외국에서 낯선 사람에게 ‘서운하다’라는 감정을 느꼈던 건 이때가 처음인 것 같다. 물론 이스탄불의 택시에도 미터기라는 것이 존재한다. 다만 이 미터기는 나 같은 관광객을 위한 것이 아닐뿐. 기사님에게 강하게 요구를 해야 미터기를 작동 시킬까 말까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라 다음에 튀르키예를 방문하게 된다면 터키어를 배워와야겠다고 생각했다. |
|
|
|
|
어떤 나라에 방문했을 때 나는 꼭 시장 구경을 한다. 큰 마트에 가는 것도 재밌고 낮에 열리는 마켓에서 기념품을 사는 것, 야시장에 방문해서 낯선 간식들을 사 먹는 것들이 모두 나에게는 큰 재미이다. 이스탄불에서는 그랜드 바자르와 이집션 바자르에 방문했었는데. 그랜드 바자르는 매일 2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출입구만 22개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실내 시장이다. 이곳은 내부에 있는 상점 개수만도 5,000여 개 이상이어서 안에서 한참을 걸어 다녀도 시장을 다 구경할 수가 없었다. |
|
|
여기 안에 있는 상점들은 대부분 튀르키예 전통 조명이나 카펫, 귀금속, 타월, 비누, 간식 같은 기념품이었는데 마켓에서는 이런 것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지만 이 중에 가장 재밌는 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다. |
|
|
|
나랑 다르게 생겨서 말도 잘 안 통하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팔고, 사고, 먹고, 돌아다니는 걸 보고 있자면 괜히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왠지 모를 안도와 위안을 얻기도 한다. “한국에 가면 다시 모든 걸 열심히 해야지!”하는 유치한 다짐을 해 볼 수 있는 순간이랄까
수많은 하트를 보고 받고 준 뜻깊은 여행지였던 튀르키예 이스탄불. 나는 또 어디로 떠나게 될까. |
|
|
|
|
🧳 여행자 '제니츄' 안녕하세요 배우이며 여행하는 제니츄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