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생에 이스탄불 사람이었을까? 🇹🇷 🕌
by. 제니츄
LETTER. 32
이스탄불에서 온 편지
02.NOV.2023

무작정 이스탄불로


오랫동안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보다는 2, 3주 정도 짧게 계획하여 갑자기 떠나는 여행을 선호한다. (오래 계획하면 여행 전부터 질려버리는 느낌이다.) 23년 가을, 어딘가로 떠나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을 때 노트북을 열었고 남아있는 비행 마일리지로 갈 수 있는 곳 중 안 가봤던 곳을 추려내다가 튀르키예의 '이스탄불'이 눈에 들어와 무작정 그곳으로 떠났다.

모스크와 사랑에 빠지다

나는 역사 깊은 ‘무엇’을 구경하는 것보다는 맛집과 감성 있는 카페 방문을 좀 더 선호하는 철부지라 모스크 관람에 대한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었다. 그냥 “다들 가니까 간 김에 보긴 해야겠지” 하는 정도?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게 된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의 위엄은 실로 대단했다. 특히 1,000여 년간 성당으로 사용되다가 모스크로 바뀌게 된 아야소피아는 담백한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가 매우 화려하고 섬세한 작업들로 이루어져 있어 우와 소리가 나오기에 충분했다.
이런 곳이 무료입장이라니 참 신기할 따름이었고,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이곳에서의 매너를 지키려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신발을 벗으며 입장하는 걸 보고 있으니 괜스레 뿌듯하기도 했다. 난 특정 종교를 믿고 있지는 않지만, 간절한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 옆에다가 나의 작은 소원도 하나 두고 왔다. 만약 이루어진다면 이 여행에서 시작된 거라고 해보자.

나는 전생에 이스탄불 사람이었을까

자,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음식이 아닌가! 나는 3박 이상의 해외여행에서는 무조건 한식당을 한 번 이상은 방문해야 하는 한식 러버이다. 하지만 튀르키예에서는 이상하게도 6일 동안 머무르며 단 한 번도 한식 생각이 나지 않았다. 미식의 나라답게 먹을 것이 굉장히 다양하게 많았고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간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음식들을 몇 가지 꼽아 보자면 다양한 형식과 종류의 케밥이 먼저 생각나는데 숯불에 구워 요리해 주는 현지의 전통적인 케밥은 한국의 이태원 등지에서 먹었던 케밥과 상당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숯불의 향과 재료의 어우러짐이 그저 완벽했었다. 케밥이 단지 고기를 빵에 넣어 먹는 단순한 음식인 줄 알고 있었던 나는 튀르키예 현지 케밥의 다양성과 전통적인 맛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고, 방문했던 몇몇 곳은 이스탄불을 여행하거나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추천하는 장소가 되었다.
케밥 외에도 우유의 지방을 모아서 만들어 천상의 맛이라고 불리는 고소하고 신선한 카이막, 치즈와 견과류를 잔뜩 넣고 시럽을 뿌려 먹는 간식 퀴네페, 한국의 곰탕과 매우 흡사하여 한 그릇 뚝딱했던 이스켐베 초르바가 있겠다. 이렇게 현지 음식이 입에 잘 맞다니 나는 혹시 전생에 이스탄불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는데, 맛있는 음식 덕분에 든든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여운이 길게 남아 다시 한 번 튀르키예에 방문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택시의 미터기는 무용지물 ?!

해외여행에서 이곳저곳을 이동할 때에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교통수단은 바로 택시이다. 지하철이나 트램도 가끔 이용하기는 하지만 언어가 자유롭지 못한 나는 스트레스와 실수를 줄이려 대부분의 이동을 택시로 하는 편인데, 모든 게 마음에 들었던 튀르키예 여행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쓰고 마음이 상했던 부분이 바로 이 택시 탑승이다. “여기서 여기까지 이동하는데 얼마야?”라는 물음에 답을 듣고 너무 비싼 거 아닌가 하는 고민하고 있을 때 흔쾌히 “조금 깎아줄게~”라고 했던 기사에게 꽤 고마운 마음을 가졌었는데, 이게 사실은 애초에 두 배 이상의 가격을 불렀던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엔 꽤 큰 배신감이 들었었다.
덕분에 그 뒤로는 택시 탈 때만 되면 약간의 날카로움과 긴장감을 장착하게 되었는데 외국에서 낯선 사람에게 ‘서운하다’라는 감정을 느꼈던 건 이때가 처음인 것 같다. 물론 이스탄불의 택시에도 미터기라는 것이 존재한다. 다만 이 미터기는 나 같은 관광객을 위한 것이 아닐뿐. 기사님에게 강하게 요구를 해야 미터기를 작동 시킬까 말까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라 다음에 튀르키예를 방문하게 된다면 터키어를 배워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지에서 '시장'은 필수코스

어떤 나라에 방문했을 때 나는 꼭 시장 구경을 한다. 큰 마트에 가는 것도 재밌고 낮에 열리는 마켓에서 기념품을 사는 것, 야시장에 방문해서 낯선 간식들을 사 먹는 것들이 모두 나에게는 큰 재미이다. 이스탄불에서는 그랜드 바자르와 이집션 바자르에 방문했었는데. 그랜드 바자르는 매일 2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출입구만 22개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실내 시장이다. 이곳은 내부에 있는 상점 개수만도 5,000여 개 이상이어서 안에서 한참을 걸어 다녀도 시장을 다 구경할 수가 없었다.
여기 안에 있는 상점들은 대부분 튀르키예 전통 조명이나 카펫, 귀금속, 타월, 비누, 간식 같은 기념품이었는데 마켓에서는 이런 것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지만 이 중에 가장 재밌는 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다.

유치한 다짐의 순간

나랑 다르게 생겨서 말도 잘 안 통하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팔고, 사고, 먹고, 돌아다니는 걸 보고 있자면 괜히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왠지 모를 안도와 위안을 얻기도 한다. “한국에 가면 다시 모든 걸 열심히 해야지!”하는 유치한 다짐을 해 볼 수 있는 순간이랄까 수많은 하트를 보고 받고 준 뜻깊은 여행지였던 튀르키예 이스탄불. 나는 또 어디로 떠나게 될까.



🧳 여행자 '제니츄'
안녕하세요 배우이며 여행하는 제니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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