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백야, 헬싱키 🇫🇮
by. 유목민 마뇽
LETTER. 31
헬싱키에서 온 편지
19.OCT.2023
한여름 북유럽의 백야를 보고 싶어 떠난 핀란드 헬싱키. 핀란드에서 해가 가장 긴 기간은 7월이지만, 아쉽게도 나는 조금 늦은 8월에 그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8월의 헬싱키 역시 밤 10시 까지 해가 지지 않는, 북유럽의 백야를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백야가 찾아오면 많은 핀란드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여유롭게 햇살을 즐기거나 야외 활동을 한다. 핀란드의 여름은 한국과 다르게 습하지 않아 햇볕에 있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그늘에서는 선선한 아주 완벽한 날씨였다.

플로우 페스티벌

헬싱키 도착한 첫날 혼자 헬싱키에서 열리는 뮤직앤 아트 페스티벌 플로우 페스티벌(Flow Festival)에 갔다. 혼자였지만 곳곳에 다양한 스테이지와 구역들에서 음악과 아트작품들을 즐길 수 있었고,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날씨가 좋아서일까 페스티벌의 분위기가 더 밝게 느껴졌다.
재미있으면서 부러웠던 점은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가족, 중장년, 아기들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도심 안의 동화 속 세상

도심에서 조금만 걸어가도 공원과 호수와 숲을 만날 수 있었다. 헬싱키를 여행하며 여유롭게 헬싱키를 산책하는 날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호숫가와 공원에서 햇살을 즐기며 친구들과 피크닉을 하는 핀란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숲길을 따라 한적한 곳에 있는 카페를 찾아가 봤다. 호수 바로 옆에 테라스가 있는 카페는 정말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푸른 숲, 호수, 꽃, 그리고 새들 완벽..
시나몬롤과 커피 한 잔을 시키고 야외 테이블 앉아 멍 때리던 와중 수많은 참새들이 날아와 내 빵을 점령해 버리기도 했다. 맛있는 빵이었지만 기꺼이 새들에게 양보했다.
또 다른 카페는 핀란드 어머님들이 운영하는 공원 안쪽의 작은 카페였는데 아기자기한 컵과 접시, 빵과 디저트들이 너무 귀여워서 좋았다.

연어 수프

핀란드, 아니면 어쩌면 유럽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연어수프! 핀란드에 있는 동안 연어수프를 최대한 많이 먹고 가기로 했다. 연어에 생크림, 감자, 당근, 허브 딜이 들어간 연어수프는 정말 부드럽고 고소하다.
역시 연어를 사랑하는 핀란드, 마켓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된 연어를 맛볼 수 있다.

핀란드식 사우나

헬싱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핀란드 전통 사우나를 방문했다. 날씨는 완벽했고 사우나 안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도 너무 멋졌다.
핀란드식 사우나는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차가운 호수 또는 바다에서 수영 하는 방식인데, 마치 우리나라의 목욕탕에서 온탕 냉탕을 번갈아 가면서 목욕하는 느낌이었다.
수영을 하고 선베드에 반쯤 누워 햇살을 만끽하고 있으니, 극락이 따로 없었다. 그대로 잠들고 싶었다.

헬싱키 시내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루프탑 바

핀에어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헬싱키를 매달 오는 친구와 헬싱키에서 만났다. 친구와 함께 친구가 추천해 준 루프탑 바에 갔다. 그곳에서 헬싱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한국인이 보기엔 아담한 도시이지만 그래서 나에게는 더 매력적인 헬싱키이다.

헬싱키 사람들의 거리 두기란

헬싱키 첫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페스티벌에 가서 감이 잘 오지 않았지만 사실 핀란드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하기로 유명하다. 지하철만 타 봐도 알 수 있는데, 넓고 쾌적한 헬싱키 지하철이지만 모르는 사람 옆자리에는 앉지 않은 암묵적인 문화가 있는 것 같다.. 결국 나도 빈자리 두고 서서 간 적이 있다..!
친구와 해가 지지 않은 저녁 시내를 걷다 한 곳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광경을 보았는데, 친구는 헬싱키에서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고 가고 알아보자고 했다. 알고보니 한 레스토랑에서 야외 라이브 재즈연주를 하고 있었다. 테라스에 앉아 와인을 마시거나 저녁을 먹는 사람들, 그냥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결국 우리도 잠시 서서 음악을 감상했다.
역시 좋은 날씨에 라이브 음악은 헬싱키 사람들도 거리 두기를 포기하게 만드는구나 싶었다.

평화로운 대도시

자연과 함께하는 도시 헬싱키는 자연 그대로의 지형을 살려 둔 곳이 많다. Temppeliaukio 교회는 커다란 바위 지형을 살려 그 안에 지어진 교회이다. 교회를 감싸고 있는 바위에 올라가 구름 한 점 없는 헬싱키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열기구가 등장했다. 시력 테스트하고 있는 기분!
근처에는 피크닉을 하거나 혼자 책을 읽고 있는 핀란드인들을 볼 수 있었다. 한 나라의 대도시가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을까! 너무 신기하면서 부러운 순간이었다.



🧳 여행자 '유목민 마뇽'
리모트로 일하며 디지털노마드로의 삶과 여행을 즐기는 디자이너
scroll-top-button
나를 아는 여행앱, 트리플
예약부터 일정까지 여행이 더 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