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여행을 결심하고 첫 고민은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였다. 동생? 남자친구?? 결국 동생과도, 남자친구와도 유럽여행을 가고 싶은 나의 욕심으로 조금은 생소한 조합으로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
|
|
|
파리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기차 안이었다. 사실 스위스 기차를 탈 수 있는 스위스 트래블 패스가 없었다. 후다닥 한국 사이트의 가격을 비교해봤지만, 스위스의 낮은 한국의 저녁, 스위스에 도착하기 전에 표를 받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스위스 관광청에서 결제를 해버렸다. 순간 뜬 알람, “150만 원이 결제되었습니다.” 다음날 결제 예정이었던 융프라우 티켓까지 기차표 가격만 200만 원이었다. 말 그대로 비상이었다. 비상!!! |
|
|
|
물가 높기로 악명이 자자한 스위스에서 이미 200만 원을 써버린 우리의 유일한 방법은 절약이었다. 숙소도 가장 저렴한 곳 외식은 없다 무조건 마트 이용! 다행히 마트 비용은 저렴했기 때문에 숙소에서 밥을 해 먹었다. 문제는 이동하게 된 두 번째 숙소였다. |
|
|
두 번째 숙소는 주방이 없는 호텔이었다. 배고프고 돈 없었던 우리는 컵라면과 소시지를 샀다. 호텔에 커피포트를 잠깐 빌리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NO였다. 고민하다 결국 우리는 세면대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을 그냥 부어 먹었다. “스위스 물은 깨끗하다니까 괜찮을 거야” 최면을 걸면서... |
|
|
|
|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융프라우가 보였다. 멀리서 보이는 설산은 보는 것만으로도 절약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멀리서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는 일 드디어 융프라우에 올랐다. 올랐다고 하면 거창하지만 사실은 산악열차를 탔다. 표 검사를 하시는 분이 왼쪽 창문이 아름다우니 왼쪽에 앉으라고 얘기해주신 게 따뜻했다. 가득 쌓인 눈 사이를 달리는 기차, 겨울이라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특이하게 생긴 집들이 모인 마을 하나하나 신기하고 즐거웠다. 융프라우 정상까지 3시간이었지만 풍경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도착해 있었다. |
|
|
|
|
인스타, TV 속에서만 보던 스위스 깃발과 사진도 찍고(줄 서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유명한 만 원짜리 신라면도 먹었다. 눈을 돌리는 모든 곳이 그림 같고 사진 같았다. 내 눈으로 보는데도 포스터를 보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봐도 비현실적인 느낌에 의자에 앉아 한참을 바라봤다. 파랗고 푸르고 파스텔 톤의 느낌이 가득했던 융프라우! |
|
|
|
다른 사람들은 스키 타고 보드 타는데 우리만 그냥 돌아갈 수 없지! 다치면 안 되니까 안전해 보이는 눈썰매를 탔다. 그런데 스위스의 눈썰매는 겨울 스포츠였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와 어려운 방향 조절 마지막으로 안전 펜스 없는 낭떠러지로 이어진 눈길까지 정신줄을 단단히 잡아야 했다. 한번 탈 때마다 눈발은 쏟아지고 내리막길과 내리막길 사이는 평지라서 걸어야 했다. 정지가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썰매에서 냅다 굴러버렸다.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는 없으니까 |
|
|
|
생각보다 높았던 난이도에 썰매를 타고는 기진맥진했다. 그래도 떼굴떼굴 굴러다니는 서로를 보고 썰매 한번 타고 얼굴에 가득한 눈을 보고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우리가 언제 또 스위스에서 눈썰매를 타보겠어. |
|
|
|
그리고 다시 제법 긴 시간 기차 이동을 하던 어느날 우리는 카드게임에 빠져 있었다. 목적지도 잊은 채 승부욕을 불태우던 우리는, 순간 도착역과 비슷한 이름을 안내 방송에서 들었다. “우리 내려야 하는 거 아냐?!” 한마디에 누군가는 목적지를 다시 검색했고 누군가는 짐칸에 올려 둔 가방을 꺼냈다. 또 다른 한 명은 빠르게 카드 게임을 챙겼다. 결론적으로 그 역에 내리는 것은 실패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목적지는 다음 역이었고, 잠깐의 안도와 깔깔깔 웃음이 터졌다. |
|
|
셋 중 아무도 목적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별것 아닌 게임에 흥분했던 것이나- 그 와중에 미리 맞춘 것처럼 척척 분담해서 수습하려고 했던 것이나- 결국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까지. 서로가 너무 웃겼다. |
|
|
|
|
밤에 산책하면서 기본 카메라로 찍어도 보일 만큼 쏟아지던 별, 설산과 어우러진 호수에 반짝이는 햇빛, 눈부시게 파랗던 설산 등등 비현실적이면서 아름다웠던 스위스 여행. 무엇보다도 평범하지 않은 조합이었지만 웃음이 끊기지 않았던 여행 메이트들. 언젠가 이 멤버들과 다시 스위스에서 눈썰매를 타는 날이 오기를!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