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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가깝지만 그동안 노잼의 도시라고 외면받아왔던 히로시마 여행을 다녀왔다. 일본 소도시 여행을 많이 다녀봤지만 어쩐지 끌리지 않았던 곳. 세계 최초로 원자 폭탄이 투하된 도시로 한국인이라면 조금은 아픈 역사를 건드리는 도시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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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히로시마 공항. 비행시간이 짧은 편이라 좋아했는데 공항에서 시내까지 버스 타고 또 한 시간 정도를 이동해야 했다. 이러면 가까운 거리가 아니게 되는데..? 하며 속으로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여행 갈 때 딱히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니라서 살짝 당황했던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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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한국인답게 누구보다 빠르게 버스표를 끊어 히로시마 시내로 이동을 시작했다. 리무진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하는 내내 창밖 풍경이 꽤 근사했었던 것 같지만 어째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비나 안 왔으면 좋겠다. 속으로 기도를 하며 지루한 버스에서의 시간을 견뎌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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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역에 도착하고 나니 꽤 화창한 날씨가 나를 반겨주었다. 3박 4일 일정 중 이틀 동안이나 비 소식이 있었는데 이때다 싶어서 히로시마 역에 짐을 맡기고 히로시마 여행 오면 꼭 가보고 싶었던 미야지마 섬을 향해 달렸다. 미야지마는 일본 히로시마 현에 위치한 섬인데, 일본의 3대 절경 중 하나로 꼽히며 특히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붉은 도리이로 유명한 곳인데 히로시마에서도 멀지 않아서 쉽게 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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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지마 섬은 히로시마 역에서 열차를 타고 미야지마 역에서 내려 다시 한번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15분 정도의 짧은 거리라 큰 부담은 없는 곳이었다. 페리의 가격은 200엔으로 매우 저렴한 편이기도 하고 푸른 하늘을 가르며 바다를 가로지르는 기분도 꽤 괜찮은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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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도 아름다워 히로시마에 간다면 미야지마 섬을 꼭 가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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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약 10분간 이동했을까 싶은 찰나. 저 멀리 바다 건너 미야지마의 상징이기도 한 붉은 도리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뒤에는 이쓰쿠시마 신사가 있는데 신사 역시 바다 위에 세워져 있어서 참으로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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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야지마 섬은 섬 전체가 신성하다고 여겨져 예로부터 동물 사냥과 나무 베기가 금지되어 있어 자연 그대로가 엄청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 가지 예로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섬 전체에 사슴들이 마치 사람처럼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는데 너무 온순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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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가까이에서 마주한 붉은 도리이. 앞에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을 보면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조금은 짐작이 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가까이에서 보니 김이 팍 새는 건 왜일까. 멀리서 봐야 예쁜 에펠탑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가까이 가진 않고 싱겁게 발걸음을 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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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돌려 작은 상점가를 향해 걸었는데 작은 천이 하나 흐르고 있어서 잠시 뜨거워진 발을 식히러 그늘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유난히 습하고 더운 일본의 여름은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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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발을 식히며 개울가에 발을 담그고 있었는데 동네 아이들인지 물장난을 치고 있길래 한참을 바라봤다. 겨우 발목까지 오는 개울가였는데도 참 재미있게 노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사슴도 더운지 개울가에 와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는데 참으로 생경한 풍경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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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를 여행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딱 두 가지 있었는데 바로 노면 전차와 배낭을 멘 서양 여행가들의 모습이었다. 일본에 여행 온 서양인들은 히로시마에서 다 모이나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은 인파가 엄청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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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히로시마의 상징과도 같은 원폭 돔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는데 이상하게도 유난히 적막함이 느껴졌던 순간이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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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폭탄이 돔 건물에서 약 600미터 상공에서 폭발했다고 하는데 주변 건물은 완전히 파괴되었지만 기적적으로 남아 있는 건물이 지금의 원폭 돔이 되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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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돔에서 다리를 건너면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도 나오는데 이곳에는 전쟁 당시 강제로 징용되었던 한국/조선인 희생자를 기리는 희생자 위령비도 있으니 한국인이라면 잠시 들러 무고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기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국인들이 놓고 간 생수들이 많이 보이는데 원자폭탄의 강한 열로 갈증을 호소한 피해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생수를 놓고 간다고 했다. 한국인이라면 참 어려운 감정이 드는 곳이었지만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곳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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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여행의 마지막 날. 셋째 날에는 역시나 꼭 가보고 싶었던 오노미치 로프웨이를 타러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오전에 잠깐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었는데 다행히도 히로시마를 여행하는 동안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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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보이는 마을 풍경. 오노미치에는 딱히 유명한 볼거리는 없었지만 날씨가 좋을 때 로프웨이를 타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동네였다. 오노미치는 계단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언덕이 많은데 언덕 곳곳에 신사와 작은 사원들이 많다고 한다. 특히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면 세토 내해의 경관도 눈에 담을 수 있는데 풍경이 참 아름다워서 애니메이션과 문학 작품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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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려오는 길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의 거장 안도 다다오가 지은 미술관도 만나볼 수 있으니 꼭 한 번 들러보면 좋을 듯. 내가 방문했을 땐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동물들 전시가 진행 중이었는데 더운 여름에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니 들러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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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지마 섬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바로 굴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들이다. 굴석화, 튀김, 굴 덮밥 등 굴 요리가 유명한 지역이라 지나가다 보이면 꼭 먹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 레몬 맥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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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는 일본에서도 오코노미야키로 유명한 지역인 만큼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키도 먹어보길 추천한다. 어딜 가든 수준 높은 맛의 오코노미야키를 먹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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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미치는 또 라면이 유명한 지역으로 독특한 맛과 깊은 풍미가 일품이었는데, 간장 베이스의 국물과 얇은 면이 특징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살짝 짜게 느껴질 수 있는 국물이지만 땀을 많이 흘리는 더운 여름에는 꼭 한번 먹어볼 만한 맛이었다. 일본 전역의 라멘 애호가들이 찾아오는 명물 음식이라고 하니 오노미치에 방문한다면 라멘도 먹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또 마지막으로 히로시마는 레몬으로 유명한 세토우치와 가까워서 레몬으로 된 음료들이 전부 맛있으니 레몬이 들어간 음료나 음식들도 시도해 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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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도심의 모습과 예스러운 풍경들이 공존했던 히로시마. 비행기 티켓도 저렴한 편에 속하고 생각보다 즐길 거리가 다양해서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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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 '이자영' 20년간 전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여행 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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