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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로코 하면 무얼 떠올릴까? 내게 모로코는 사하라 사막, 그리고 파리 유학 시절 영혼의 수프였던 타진으로 그려지는 곳이다. 파리에는 모로코 사람이 워낙 많아 내적 친밀감까지 가진 터라, 어찌보면 모로코는 나에게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로코 여행의 가장 결정적 이유는 우연히 마주친 사진 한장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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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디나 안은 어디나 미로. 어딜 가도 길을 잃기 마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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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인디고 핑크 빛깔로 칠해진 벽들이 도시의 매력을 한껏 더해주는 마라케시. 마라케시 역시 다른 모로코의 도시들처럼 ‘메디나’ 안이 주요 관광지이며, 정말 미로같은 곳 이어서 관광객들은 필연적으로 길을 잃고 헤멜 수 밖에 없는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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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 하면 메디나의 흙먼지를 기억하는 이들도 많은데, 정원을 무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마라케시의 정원들을 찾아다녔기에 오히려 내게 마라케시는 지중해 특유의 식물들로 물결치는 초록빛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귤밭이 인상적이었던 16세기 왕궁 엘바디궁, 시장 중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 비밀의 정원도 시장 뒤편의 고요한 오아시스와 같은 곳으로 놓칠 수 없는 공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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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이 핑크 덕후인 것 마냥 재밌고 궁금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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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시크했던 디자이너가 사랑한 총천연 빛깔의 집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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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의 젊은 나이에 크리스챤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가 되어 데뷔부터 사후에도 늘 화제를 몰고다니는 입생로랑과 그의 연인이었던 피에르 베르제. 패션과 미술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둘의 이야기는 영화로 나올 정도로 너무나 유명하다. 그들의 이야기에 한참 빠져있을 무렵 발견한 마조렐 정원은 꽤나 흥미로웠다. 늘 시크하고 우아한 옷을 만들던 사람이 가장 좋아하던 총천연 빛깔의 집이라니, 마치 마동석이 핑크 덕후인 것 마냥 그 간극이 재미있고 궁금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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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렐 정원이 처음부터 입생로랑의 것은 아니었다. 아르누보 디자이너 쟈크 마조렐은 요양을 위해 찾은 마라케시의 다채로운 색채에 반해 이 곳에 정착했고, 그가 불가피하게 프랑스로 복귀하며 버려졌던 정원과 집을 입생로랑과 그의 연인 피에르 베르제가 발견했다. 그 후 10년간의 고증을 거쳐 정성스레 복원하여 오늘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한다. 입생로랑 사후 그의 유골이 뿌려진 의미 깊은 장소이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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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와 모로코의 타일에 자주 사용되는 코발트블루에서 영감받아 쟈크 마조렐이 자주 사용한 그 특유의 쨍한 파란빛은 ‘마조렐 블루'로 명명되었고, 마조렐 정원을 상징하는 대표 컬러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 마조렐 정원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높고 거대한 선인장, 어디에나 있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들, 230여종의 다양한 식물들이 파랑, 노랑의 다채로운 구조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비현실적인 세계를 만들고 있었다. 왜 그들이 이곳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 첫눈에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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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도가 안되는 날씨었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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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에 어울리는 사진을 위해 특별히 노란색의 슬리브리스 티도 입고 갔는데 블루 컬러와 아주 찰떡이었다. 마조렐 정원을 찾는 이들은 꼭, 화려한 색감의 옷을 입을 것! 바로 옆에는 입생로랑의 박물관도 있으니, 함께 방문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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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로코에서 돌아오자마자 코로나가 시작되었고 얼결에 코로나 이전 마지막 여행이 된 모로코의 여운은 2년간 계속되었다. 그러다 거리두기가 가장 심했던 작년 가을 야외결혼을 준비했고, 야외결혼의 백미인 웨딩아치 디자인 미팅이 다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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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꽃의 색감만 생각하며 미팅에 들어갔는데, 플라워 디렉터는 ‘한 번 하는 결혼 둘만의 색채를 잔뜩 드러내는 것이 재미있다’며 ‘둘의 가장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물어왔다. 색채라는 말에, 몇 초의 고민도 필요 없이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마조렐 정원’을 외쳤다. 즉석에서 컬러매치를 하고 아이디어를 마구마구 쏟아냈다. 너무 과한게 아닐까 다소 걱정했으나 구현해 주신 이미지가 꽤나 근사했고, 실제 완성된 모습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그렇게 새파란 웨딩 아치 앞에서 결혼식 올리게 되었고 모로코 여행도, 파랗게 물든 나의 결혼도 두고두고 잘한 결정으로 남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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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 '제나융' 프랑스 캬바레에서 일하며 남들과는 한 겹 다른 세상을 엿보았던, 매일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일상 관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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