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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 연착으로 유명한 인도 기차이지만 나의 바라나시행 기차는 별다른 늦음 없이 저녁 7시쯤 뉴델리역을 출발했다. 밤새 달린 기차는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갠지스강을 품은 바라나시 만두와디(Manduadih)역에 도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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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카시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고, 샤워를 마친 후 옥상에 올라가 갠지스강을 내려다보았다. 한참 강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이상하게 잠이 온다. 무언가에 홀린 듯 방으로 돌아와 의도치 않은 낮잠을 잤다. 지난 언젠가에 농담으로 흘렸던 누군가의 진담이 뇌리를 스친다. 바라나시는 음기가 강해 양기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진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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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라고 생각했지만, 난 바라나시에 도착해 벌써 2번이나 곯아떨어졌다. 21세기에 21세기가 아닌 곳, 바라나시에 온 이후로 몸 상태가 계속 좋지 않았는데 골목을 거닐다 숙소에 돌아오자 결국 지독한 몸살 기운에 시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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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쯤 잠들어 오후 3시가 다 되어서야 가까스로 눈을 떴다. 바라나시 갠지스강, 어떠한 영적인 기운 때문에 이름 모를 열병의 총체를 앓게 하는가. 예상컨대, 인도인들이 숭배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가 이곳, 바라나시에 존재하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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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숙소의 옥상에서 초코머핀과 바나나로 꾸역꾸역 채웠던 배가 출출해진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골목길로 나선다. 그런데 거리를 돌아다닐 힘이 없다. 이내 축 처진 몸을 이끌고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매일 저녁 6시 30분쯤 뿌자*가 행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6시쯤으로 알람을 맞추어 놓는다. 종합감기약 한 캡슐을 입에 털어 넣고 바람막이를 입고 잠이 든다. 알람을 듣고 눈을 뜨긴 했으나 몸이 천근만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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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붙인다. 뿌자* 소리가 숙소까지 들린다. 마치 내 몸과 정신까지 두들기는 듯한 둔탁하지만, 날카로운 소리가 바라나시를 휘감으며 울려 퍼진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놀랍게도 내 몸은 마치 거짓말처럼 가벼워져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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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자 | puja 뿌자는 힌두교의 신성한 예배 의례를 의미한다. 음악과 함께 향을 피우며, 정화와 해탈을 구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특히 바라나시에서 행해지는 아르티(arti) 푸자는 강가(ganga) 여신에게 올리는 제사 의식을 말하는데 매일 저녁 6시부터 약 1시간 정도 이루어진다. 아르티는 예배에 쓰이는 불꽃과 그 불꽃을 담는 접시를 의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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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트*는 갠지스강 서쪽 6km에 걸쳐 84개가 있다. 보통 목욕을 하는 장소로 사용되는데 일부 가트는 시체를 태우는 화장터의 역할도 한다. 씻어 내고 태워 내는 곳. 기꺼이 살아 내고 안타깝게 떠나가는 곳. 갠지스강의 가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
이 경계를 거닐다가 삶의 한 조각을 만나게 되면 미소를 짓게 될 때도, 죽음의 한 조각을 발견하게 되면 한숨을 내쉬게 될 때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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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트 | Ghat 바라나시 가트는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州) 바라나시 갠지스 강변에 있는 돌계단이다. 대부분 마라타왕국(1674-1818)이 통치하던 18세기 무렵에 건설되었다. 힌두교도들은 갠지스강을 성스러운 어머니 강으로 숭배한다. 그 때문에 갠지스강물에 목욕재계하면 죄업이 씻겨나가며 죽은 뒤 이 강물에 유해를 흘려보내면 극락에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에 따라 힌두교도들은 이른 아침부터 가트로 내려와 경건하게 목욕을 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바라나시 가트 [Varanasi Ghat] (두산백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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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까르니까 가트로 향한다. 이곳은 화장터인 가트로 24시간 연기가 끊이지 않는 곳. 누군가의 아들로 보이는 사내와, 같은 누군가의 아내로 보이는 여인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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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개를 돌려버렸다. 감당할 수 없는 심연에 억눌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아직, 삶보다 죽음이 두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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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이 내게 남겨 준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정확하게 찾지 못했다. 여행 중에는 입에 욕을 달고 쌍심지를 치켜세우고 오장육부에 예민함을 달고 다녔는데 이제 와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보니, 그리워지는 것을 보니 언젠가 다시 인도에 가지 않을까 하는 미치고 팔짝 뛸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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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갈겨 썼던 글을 정리하고 찍었던 사진을 하나하나 간직해 가면서 기억하고 곱씹고 보듬어 잊지 않고 가슴에 품어 그리워해야지. 태양에 그을렸던 피부가 다시 제 색을 찾게 되면, 빠졌던 살이 다시 찌워 저 몸이 무거워지면 그리고 인도 여행보다 더 힘든 그 어떤 때를 만나게 되면 언젠가 그곳으로 다시 떠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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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날을 보낸 뒤에는 어김없이 최악의 날이 찾아왔었지.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노력하다 결국 제풀에 고꾸라지고 말았지. 다시 털고 일어나 앞을 바라보면 보란 듯이 최고의 날이 기다리고 있었던. 그렇게 최고가 최악이 되고 최악이 최고가 되는 반복 속에 시간은 흘렀고 인도 여행이 끝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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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추해 보면 답은 언제나 나에게 있었고 내 불행의 끝에는 항상 여행이라는 해답을 내어주는 인도가 있었다는 것을 그곳에 네 번 다녀오고 나서야 깨닫는다. 추측하건대 그것이 인도 여행이 내게 남겨 준 것이 아닐까. 추측이 확신이 되었을 때, 삶을 살아가는 길 위에서 헤매는 동안 뚜렷한 정답은 아니더라도 작은 이정표가 되어주는 해답은 될 수 있으리라. 그렇게 내 가슴 한편이 아려올 때 언젠가는 약으로 쓰일 개똥 같은 인도 여행을 그리워하며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야지.
불행에서 여행으로. 내게 남은 인생이라는 여정을 여행으로 인도할 수 있도록 해 준 그곳 인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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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 '방멘' 산책여행자. 네 번의 인도 여행을 다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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