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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방식은 여행자의 숫자만큼 다양한 것 같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취향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개인적으로 요즘 ‘헐렁한’ 여행을 선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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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로 가는 열차에서 마주한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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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가야 할 곳은 관광지와 식당, 카페를 포함해 5개를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너무 부실한 일정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목적지를 가는 길도 여행이니 괜찮다. 오히려 기대 없이 만난 공간으로부터 더 큰 감동이 몰려오곤 한다. 그런 곳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게 내 최근 여행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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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첫 교토 여행에서도 이 공식을 지켰고, 충분히 근사한 여행을 했다. 하루 목적지는 니조성과 기요미즈데라(청수사), 이노다 커피 본점뿐이다. 그럼에도 목적지로 가는 길부터 설렘 지수는 높아져만 갔는데, 열차에서 본 일본식 가옥, 푸른 하늘에 뜬 뭉게구름 등 사소한 것들마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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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가 알려준 포인트에서 찍은 교토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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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에피소드도 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교토역에 투영된 교토타워를 한참 찍는데, 할머니가 어깨를 톡톡 친다. 교토타워를 못 찾아 애먼 유리창만 찍고 있는 외국인을 안타깝게 여겼는지 웃으면서 직접 교토타워의 위치를 가리킨다. 세계 어딜 가도 할머니들의 마음은 똑같나 보다. 멋쩍게 웃으면서 찍을 생각이 없던 교토타워로 렌즈를 돌렸는데, 날이 얼마나 청명한지 깨끗한 사진을 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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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조성 내 국보 니노마루고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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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기분 좋은 만남을 뒤로하고 니조성에 도착했다. 1603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건립한 성으로, 화려한 내부가 특징이다. 특히, 국보인 니노마루고텐, 화려함과 정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정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니노마루고텐 내부는 다채로운 조각과 장식품, 장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또 ‘우구이수바리’라는 마루가 있는데, 마루 위를 걸으면 새 울음소리가 나 꽤 신기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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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조성 내에 있는 찻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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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노마루고텐과 함께 니조성을 구성하는 중요문화재 혼마루고텐(보수 중)은 2023년까지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참, 교토에 방문하며 꼭 정원을 바라보며 화과자와 차를 즐기시길. 유명한 곳들도 많지만, 여의치 않으면 관광지 근처에서 해결해도 괜찮다. 니조성 안에 충분히 멋진 찻집이 있으니 잠시 쉬어가는 것도 괜찮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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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에서 75년간 영업한 이노다 커피 본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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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쉼표를 찍으러 카페에 들르는 걸 좋아한다. 이번에는 75년간 교토에서 자리를 지킨 이노다 커피 본점을 찾았다. 2층짜리 건물은 교토스러움이 가득했고, 내부는 레트로를 형상화한 것처럼 엣 정취가 한껏 남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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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긋한 커피와 고소한 계란 샌드위치로 간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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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도 꽤 다양한 편. 커피를 비롯해 주스, 티, 소다 등의 음료와 계란 샌드위치, 나폴리탄, 케이크 같은 음식도 준비돼 있다. 고소하고 향긋한 커피와 고소한 샌드위치로 간식 시간을 즐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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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다 커피 본점 근처 핫플이 몰린 ‘산조 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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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웬걸. 카페만 생각하고 왔는데 주변도 세련된 가게뿐이다. 지도 앱을 확인해보니 현지인이 많이 찾는 ‘산조(三条) 거리’였고, 테라마치 쇼텐 가이(상점가)도 있다. 우메조노(梅園, 화과자 및 말차), 미시마 테이 본점(三嶋亭 本店, 스키야끼) 같은 유명 식당들 앞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 이런 우연한 만남이 여행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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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요미즈데라로 가는 색다른 길 ‘자완자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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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정은 교토의 랜드마크 기요미즈데라.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인데, 많은 이들이 니넨자카와 산넨자카를 지나간다. 이번에는 인파를 피하려고 옆길로 샜는데, 이곳도 자완자카(Chawanzaka)라는 이름이 붙은 길이었다. 얕은 비탈길 옆으로 공예품, 화과자, 오래된 식당 등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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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지면서 기요미즈데라도 붉은빛을 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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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 사랑, 학문을 상징하는 세 갈래 물 앞의 인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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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정도 걸으니 이윽고 기요미즈데라에 닿았다. 코로나 시국에 부지런히 보수공사를 마쳐 완전한 모습으로 여행자를 반겼다. 운이 좋아 빨갛게 옷을 갈아입은 단풍과도 인사했다. 기요미즈데라에서 교토 시내 전경뿐만 아니라 근사한 일몰을 즐길 수 있다. 그러니 일몰 1~2시간 전에 와서 여러 모습을 보면 좋을 것 같다. 교토의 겨울은 5시면 이미 어두워지니 발걸음을 서둘러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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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이 내려앉은 낭만적인 니넨자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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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이곳에 왔으니 숙소로 돌아갈 땐 유명한 길들을 지나간다. 저녁이 내려앉은 니넨자카와 산넨자카의 분위기는 제법 낭만적이니까. 여기에 기모노를 입은 여행자나 현지인이 있으면 완벽한 교토 풍경을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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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황빛으로 물든 교토. 어느 때보다 따스했던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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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주황빛으로 물든 교토와 함께 하루의 여행을 마무리했다. 자랑할 만한 특별한 것은 없지만, 2022년 10월의 어느 날의 교토는 어느 때보다 따스하고 화창한 시간으로 기록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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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 '그저여행' 여행에 의한, 여행을 위한 삶을 사는 직장인. 오늘도 하염없이 항공권과 다음 목적지를 검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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