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물보다 바닷물이 좋다면, 태국 수린섬 🤿 🇹🇭
by. 슈가프리
LETTER. 41
태국에서 온 편지
07.MAR.2024
거대한 산호와 포동포동 행복한 물살이 떼로 가득한 바다를 너무나 사랑하는 당신에게, 조금은 불편한 환경에서라도 자연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은 당신에게 보내는 레터입니다. 💌

불편하지만 아름다운 곳, 무 꼬 수린


태국어로 무 꼬 수린, 혹은 수린섬이라 불리는 이곳은 대표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의 손이 최대한 덜 탄, 하지만 가장 예쁜 태국의 바다를 가장 가까이 만나기 위해 찾아갔던 곳입니다. 푸껫 국제공항에서 3~4시간 동안 육로이동한 후, 1시간가량 모터보트를 타야 도착할 수 있습니다.
불편한 점을 꼽자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 년 중, 11~5월 전후의 육 개월 정도만 개방하는 곳이며 오직 저녁과 밤에만 전기가 들어오는 곳입니다. 온수 샤워도 불가능하고 주류도 플라스틱도 금지된 곳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현지인들은 태국에서 가장 예쁜 바다로 손꼽는 곳이 바로 수린섬입니다.
이런 생활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번거로울 수 있지만, 저에게는 한 조각의 낭만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제가 여행자이기 때문일까요? 아침에는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공용 화덕에 직화로 빵을 굽고 잼을 발라 토스트를 해 먹습니다. 점심과 저녁도 단 하나뿐인 식당에서 정해진 시간이 아니면 식사를 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 섬에서는 현금도 카드도 QR코드로 지불하는 방식의 GLN도 사용이 불가하며 종이로 된 쿠폰을 이용해 모든 경제행위를 한답니다. 어릴 적 했던 블루마블 보드게임의 종이돈, 혹은 이제는 사라진 버스의 회수권을 사용했던 시절의 감성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외에서의 색다른 경험으로 여기신다면 자연 그대로인 수린섬의 바다는 두 팔 벌려 우리를 맞아줄 것입니다.

느긋하고 긍정적인 삶으로

스피어피싱(물속 사냥)이 매우 엄격하게 금지된 태국의 국립공원이어서인지 물살이들은 유독 여유롭고 행복해 보입니다. 물살이 떼와 거북이들은 가까이 있는 인간을 보아도 헤엄칠 경로를 바꾸지 않고 제 갈 길 그대로 유유히 헤엄쳐갑니다. 직전에 방문했던 바다에서는 스피어피싱이 허용되었었는데요. 그곳의 물살이들은 사람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조그만 물살에도 도망가곤 했었기에 차이가 더 크게 와 닿았습니다. 따뜻하고 환경이 풍요롭기 때문에 느긋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들의 삶과 수린섬 물살이들의 삶이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사라지는 것들

많은 것들이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수린섬의 가장 매력적인 점을 하나만 꼽자면 그건 Ao Suthep이라는 포인트의 산호 군락일 겁니다. 물살이들도 개체들이 통통하고 크기가 컸지만, 이곳의 산호는 단순히 '크다'를 넘어선 '거대하다'라는 표현이 더 맞겠습니다.
성인 남성보다 큰 테이블 산호가 계곡을 이루고 있는 광경을 보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배에서 내려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 '아….'하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다른 바다에서는 보지 못했던 거대한 크기의 산호군락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풍경은 단순히 물 위에 동동 떠 있을 뿐인 사람을 압도합니다. 아일랜드에서 어학연수를 했을 때, 대서양의 끝이라는 200미터의 절벽인 Cliffs of moher의 웅장함을 보았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거대한 자연 앞에 내 존재는 한없이 작아지고, 그렇게 작아짐으로써 가지고 있던 걱정들이 오히려 사라지던 풍경이.

자연속으로 한 걸음 더

그렇다고 스노클링만으로는 이런 광경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프리다이빙을 위한 포인트와 스노클링 포인트가 인접해 있고, 단지 수심을 기준으로 구역을 나눠둔 포인트도 충분히 있습니다.
수린섬의 난이도를 굳이 캠핑과 비교하자면 글램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노지 캠핑 수준까지도 아닐 것입니다. 텐트가 아닌 방갈로를 이용하면 저녁 시간의 개별 전기 사용이 가능하며 개별 화장실, 샤워실을 이용할 수 있어 적당히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연과는 아주 가깝고 태고의 바다와 빼곡한 별의 낭만을 즐길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수린섬입니다. 편리한 문물로 가득한 도시의 일상은 잠시 뒤로하고, 문물보다 좋은 수린섬의 바닷물로 뛰어들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 바다 입수 시 팁
1️⃣ 계절에 따라 해파리가 많을 수 있습니다. 긴소매와 긴바지의 래시가드, 여기에 장갑과 양말까지 있다면 더 좋습니다. 해파리에 쏘인 경우에는 피부에 따라 두드러기처럼 계속 간지러울 수 있으니, 현지약국에서 해파리 약을 구매 후 바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2️⃣ 바다 생물은 만지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지만 트리거 피쉬는 산란기에는 공격성이 있으니 생김새를 한 번쯤 확인하시고 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서
1️⃣ 얕은 곳에서 스노클링할 때, 그리고 오리발을 신었을 때는 산호를 부수거나 밟지 않도록 해주세요. 산호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부서진답니다. 허용된 일곱 개의 포인트 이외에는 산호 보호를 위하여 프리다이빙용 롱핀 사용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2️⃣ 태국 국립공원에서는 옥시벤존, 옥티노세이트, 부틸파라벤, 4-MB성분이 함유된 자외선차단제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성분은 산호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에 산호를 죽게 할 수 있습니다. 성분명이 어려우시다면 Reef safe 표기가 된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여행자 '슈가프리'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다애 살어리랏다 숨참고 물살이 보고 바다애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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