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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산호와 포동포동 행복한 물살이 떼로 가득한 바다를 너무나 사랑하는 당신에게, 조금은 불편한 환경에서라도 자연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은 당신에게 보내는 레터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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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어로 무 꼬 수린, 혹은 수린섬이라 불리는 이곳은 대표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의 손이 최대한 덜 탄, 하지만 가장 예쁜 태국의 바다를 가장 가까이 만나기 위해 찾아갔던 곳입니다. 푸껫 국제공항에서 3~4시간 동안 육로이동한 후, 1시간가량 모터보트를 타야 도착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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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점을 꼽자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 년 중, 11~5월 전후의 육 개월 정도만 개방하는 곳이며 오직 저녁과 밤에만 전기가 들어오는 곳입니다. 온수 샤워도 불가능하고 주류도 플라스틱도 금지된 곳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현지인들은 태국에서 가장 예쁜 바다로 손꼽는 곳이 바로 수린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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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활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번거로울 수 있지만, 저에게는 한 조각의 낭만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제가 여행자이기 때문일까요? 아침에는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공용 화덕에 직화로 빵을 굽고 잼을 발라 토스트를 해 먹습니다. 점심과 저녁도 단 하나뿐인 식당에서 정해진 시간이 아니면 식사를 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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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섬에서는 현금도 카드도 QR코드로 지불하는 방식의 GLN도 사용이 불가하며 종이로 된 쿠폰을 이용해 모든 경제행위를 한답니다. 어릴 적 했던 블루마블 보드게임의 종이돈, 혹은 이제는 사라진 버스의 회수권을 사용했던 시절의 감성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외에서의 색다른 경험으로 여기신다면 자연 그대로인 수린섬의 바다는 두 팔 벌려 우리를 맞아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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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어피싱(물속 사냥)이 매우 엄격하게 금지된 태국의 국립공원이어서인지 물살이들은 유독 여유롭고 행복해 보입니다. 물살이 떼와 거북이들은 가까이 있는 인간을 보아도 헤엄칠 경로를 바꾸지 않고 제 갈 길 그대로 유유히 헤엄쳐갑니다. 직전에 방문했던 바다에서는 스피어피싱이 허용되었었는데요. 그곳의 물살이들은 사람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조그만 물살에도 도망가곤 했었기에 차이가 더 크게 와 닿았습니다. 따뜻하고 환경이 풍요롭기 때문에 느긋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들의 삶과 수린섬 물살이들의 삶이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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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들이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수린섬의 가장 매력적인 점을 하나만 꼽자면 그건 Ao Suthep이라는 포인트의 산호 군락일 겁니다. 물살이들도 개체들이 통통하고 크기가 컸지만, 이곳의 산호는 단순히 '크다'를 넘어선 '거대하다'라는 표현이 더 맞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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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성보다 큰 테이블 산호가 계곡을 이루고 있는 광경을 보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배에서 내려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 '아….'하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다른 바다에서는 보지 못했던 거대한 크기의 산호군락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풍경은 단순히 물 위에 동동 떠 있을 뿐인 사람을 압도합니다. 아일랜드에서 어학연수를 했을 때, 대서양의 끝이라는 200미터의 절벽인 Cliffs of moher의 웅장함을 보았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거대한 자연 앞에 내 존재는 한없이 작아지고, 그렇게 작아짐으로써 가지고 있던 걱정들이 오히려 사라지던 풍경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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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스노클링만으로는 이런 광경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프리다이빙을 위한 포인트와 스노클링 포인트가 인접해 있고, 단지 수심을 기준으로 구역을 나눠둔 포인트도 충분히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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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린섬의 난이도를 굳이 캠핑과 비교하자면 글램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노지 캠핑 수준까지도 아닐 것입니다. 텐트가 아닌 방갈로를 이용하면 저녁 시간의 개별 전기 사용이 가능하며 개별 화장실, 샤워실을 이용할 수 있어 적당히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연과는 아주 가깝고 태고의 바다와 빼곡한 별의 낭만을 즐길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수린섬입니다. 편리한 문물로 가득한 도시의 일상은 잠시 뒤로하고, 문물보다 좋은 수린섬의 바닷물로 뛰어들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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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절에 따라 해파리가 많을 수 있습니다. 긴소매와 긴바지의 래시가드, 여기에 장갑과 양말까지 있다면 더 좋습니다. 해파리에 쏘인 경우에는 피부에 따라 두드러기처럼 계속 간지러울 수 있으니, 현지약국에서 해파리 약을 구매 후 바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2️⃣ 바다 생물은 만지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지만 트리거 피쉬는 산란기에는 공격성이 있으니 생김새를 한 번쯤 확인하시고 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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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얕은 곳에서 스노클링할 때, 그리고 오리발을 신었을 때는 산호를 부수거나 밟지 않도록 해주세요. 산호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부서진답니다. 허용된 일곱 개의 포인트 이외에는 산호 보호를 위하여 프리다이빙용 롱핀 사용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2️⃣ 태국 국립공원에서는 옥시벤존, 옥티노세이트, 부틸파라벤, 4-MB성분이 함유된 자외선차단제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성분은 산호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에 산호를 죽게 할 수 있습니다. 성분명이 어려우시다면 Reef safe 표기가 된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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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 '슈가프리'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다애 살어리랏다 숨참고 물살이 보고 바다애 살어리랏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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