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조금 어설픈 마추픽추 여행기 🇵🇪
by. jalley
LETTER. 42
페루에서 온 편지
21.MAR.2024
남미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다. 지구 반바퀴를 돌고도 남반구에 위치한 멀고 먼 곳으로 배낭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여행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일 것이다. 30살에 떠난 남미 여행은 설레임 그 자체였고, 그중에 마추픽추는 꿈에 그리던 곳이었다.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이동비용, 입장료, 숙박 등 1인당 최소 20만원 이상이 든다. 일단 쿠스코에서 아구아스 깔리안테스(Aguas Calientes)까지 가야 마추픽추에 오를 수 있는데, 가는 방법은 기차, 버스, 투어 등의 방법이 있다.
그중 배낭 여행자들에게는 투어를 통해 이동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통했다. 성스러운 계곡 투어로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까지 가서, 다시 아구아스 깔리안테스(Aguas Calientes) 이동하는 방법이다. 투어는 오후 3시쯤 끝났지만, 가장 저렴한 기차를 타기 위해 우리는 4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때 시간을 떼우기 위해 들어갔던 커피숍에서 이방인을 마냥 신기해 하는, 근처 노점상의 아이들을 만났다. 페루 현지 아이들이라 "영어"로도 소통을 전혀 할 수가 없었는데, 나는 한글로 아이들의 이름을 적어주고, 아이들은 우리의 이름을 그들의 언어로 적고 읽어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10년 뒤에 부모님을 모시고 꼭 페루에 다시 오겠다고, 그때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며 헤어졌다.
저녁이 되어 도착한 기차는 은하철도999를 떠오르게 했다. 색도, 향도, 기차 내 문양과 낙서들까지도 우리를 신비로운 곳으로 데려가는 것처럼 새롭게 느껴졌다.
겨우 도착한 아구아스 깔리안테스에서도 마추픽추까지는 걸어서 1시간 30분, 버스로는 20분이 걸리며 왕복 24$의 비용이 든다. 거기에 마추픽추 가이드는 프라이빗 80$, 그룹 투어는 한사람 당 20$로 총 40$가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이미 남미에서 대륙과 도시 간에 안전한 이동을 위해 비행기를 많이 결제했던 터라 수중에 남은 돈이 얼마 없었고, 긴축정책이 필요했다. 두 사람의 왕복 비용과 가이드 비용만 해도 100$가 들어가니 우리는 선택을 해야했다. 별로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 나와 사촌 동생에게 100$은 거의 이틀 그 이상의 식비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젊으니까! 내려오는 길은 걸어서 오자~!”, “둘이서 딱 24$만 쓰자!”라며 호기롭게 마추픽추로 떠나는 편도행 버스 티켓만 사서 출발했다.
시가가 '우기'라 걱정했는데, 우리가 마추픽추를 보러가는 날 아침에도 역시나 비가 내리고 흐렸다.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로 올라가는데 정말 산신령이 나오는 그런 곳으로 다가 간다는 느낌이었다.
비용 때문에 가이드 투어는 포기했지만, 마추픽추에 대한 배경 지식 없이 여행을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여행 전, 스페인 침략, 어떻게 잉카 문명이 멸망했는지 등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부를 해두었다. 상세한 이야기를 그 현장에서 듣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마추픽추 그 자체의 웅장함과 경이로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2430미터나 되는 위치에 이러한 고대 문명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또 여기까지 어떻게 외부인이 닿았는지 당최 이해할 길이 없었지만, 신기할 따름이었다.
날씨, 기후를 경험하러 여행을 다니는 나는 마추픽추가 고산지대임에도 불구하고 페루의 쿠스코나 수도인 리마보다 더 온화하고 쾌적한 날씨로 와닿았다. 쿠스코에서 고산병으로 너무 힘든 날을 보냈는데 마추픽추에서는 숨이 트이면서 너무 쾌적했는데, 아마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의 느낌이 아닐까 싶다.
마추픽추를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은 버스가 왔던 길을 그대로 가로질러 내려가는 길이라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 “Carretera Hiram Bingham”이라고 구글에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마 꼬불꼬불 도로가 난 길이 보일 텐데 길 사이사이로 내려오는 계단이 잘 되어있다.
내려오는 길에 여권과 짐들을 챙겨야 하는데 발은 움직여야 하고, 비가 와서 땅은 미끄러워 같이 여행한 사촌동생이랑 투닥거리면서 내려왔었던 터라 사진 대신 영상이 몇 개 만이 남아있고, 하산하면서 있던 개들 사진만이 즐비해있었다.
정말 난이도는 높지 않은 길이라서, 다 내려오고 나니 그냥 걸어서 올라갈 걸 마음속으로 허세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에 도착했을 즈음, 둘 다 기분이 상해서 삐진 상태지만 하산 기념으로 사진을 찍자는 핑계로 마음을 풀고 다시 사이좋게 쿠스코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편하게는 여행하고 싶고, 돈은 또 아껴야 됐던 나의 30살의 어설픈 마추픽추 여행이었다. 아마 버스로 왕복을 했다면 여러 추억이 남지 않았을 것이다. 마추픽추를 여행하고자 하는 배낭여행객에게는 꼭 한번은 버스를 타지 말고 여유롭게 걸어서 다녀오길 추천한다. 이상하게도 나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오히려 돈을 주고 트래킹을 하러 세계여행을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큰 가치가 있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 여행자 ' jalley'
열대, 온대, 냉매, 한대, 고산, 사막의 날씨와 기후와 그 나라의 흥을 몸으로 직접 느끼고자 여행다니는 jalle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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