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한번 훑구오까? 🇯🇵
by. Liz
LETTER. 40
후쿠오카에서 온 편지
22.FEB.2024

후쿠오카로 떠난 이유

선선한 가을날, 후쿠오카가 나의 여행지가 된 이유는 간단했다. 회사에 재직 중이던 때라 가까운 여행지가 필요했고, 일본의 3대 여행지(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중 유일하게 안 가본 도시였고, 무엇보다 엔화가 최저가였다. 이전 도쿄 여행을 함께 떠났던 친구와 “이번엔 후쿠오카 함 훑구오까?”라는 장난스러운 말로 여행이 시작됐다.
사실 내가 일본은 좋아하는 이유는 꽤나 단순했다. 내가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들이 많았고, 유니크한 빈티지 제품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본 여행에서 나의 가장 주된 목적은 항상 쇼핑이었다. 하지만, 친구도 나도 이왕 돈 쓴 것 일본의 정서 한 번은 느끼고 가야 했기에 여행 전 서칭을 했다. 후쿠오카에서 일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온천이었다. 온천으로 유명한 유후인을 방문하기로 하고 큰마음 먹고 가격이 나가는 료칸도 예약했다. 3박 4일의 길지 않은 일정이었기에 1박은 유후인에서 나머지 2박은 하카타에서 보내기로 했다.

후쿠오카 너 이제부터 내 최애 도시 해라.

후쿠오카의 첫인상은 동사 하나로 설명할 수 있었다. ‘편하다.’ 공항에서 내려 특급열차를 타야지만 도시에 도착했던 도쿄, 오사카와 달리 후쿠오카는 공항에서 버스 10분이면 주요 도시인 하카타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거운 캐리어를 낑낑대며 어려운 일본 지하철을 타고 다니지 않아서 좋았다. 하카타역에는 큰 쇼핑몰이 있어 음식점이 모여있고, 푸드몰도 굉장히 잘 되어있었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쉽게 맛집에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일본 옛 감성을 즐기러 유후인으로 출발-

후쿠오카에서 유후인으로 가는 건 2시간 정도 버스를 타면 된다. 도심과 가까운 곳에도 료칸이 있고 온천도 즐길 수 있지만 조금 더 일본의 고즈넉함을 느끼고 싶어 조금 멀더라도 유후인을 택했다. 유후인에 도착하니 저녁 즈음이라 급하게 예약한 료칸으로 향했다. 료칸은 아기자기하고 고요했다. 우리가 묵을 방은 독채에 가까웠다. 늦은 시간에 급하게 편의점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시간을 정해 프라이빗 하게 사용할 수 있는 노천탕을 이용했다. 여름에도 이불을 덮고 에어컨을 틀어놓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이라, 노천탕에 몸을 녹이고서야 일본에 온 것이 실감 났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코 끝에 스쳤고 내 마음대로 그때 느낀 향을 일본향으로 인식하기로 했다.

유후인 료칸만 즐기면 되냐고요? 아니요!

날이 밝고 버스를 타기 전 유후인을 구경하기로 했다. 검색해 보니 유후인에는 생각보다 볼 것이 많았다. 가장 유명한 유노츠보 거리로 먼저 향했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꽤나 많았다. 유노츠보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했다. 귀여운 지브리 애니 캐릭터 가게부터 맛있는 디저트 가게까지. 교토의 산넨자카와 비슷하지만 사람이 더 없고 더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또한, 더 지역 특색이 뚜렷한 디저트와 가게들이 많았다. 특히 가면 미르히 푸딩을 꼭 먹기를. 먹자마자 인생 푸딩으로 등극할 수 있다.
유노츠보를 즐긴 후 긴린코호수로 향했다. 긴린코 호수는 물안개 전경이 유명한데, 아쉽게도 물안개는 보지 못했다. 그래도 조용하고 한적한 강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 번거롭더라도 유후인까지 온 결정을 한 나를 칭찬하고 싶어졌다. 멍때리며 평온한 전경을 보며 든 생각은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감성의 대부분이 이런 풍경들을 보고 든 사색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였다. 아무 생각이 안 들게 하면서도 많은 사색에 잠기게 하는 신기한 풍경이었다.

이제 일본의 도시문화를 즐기러 가볼까요?

버스를 타고 넘어온 하카타는 또 다른 풍경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더 가득했고 이곳저곳 눈길을 뺏는 가게들이 많았다. 여행의 주목적이었던 쇼핑을 즐기며 일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도 즐겼다. 오코노미야키부터 오래된 현지인 이자카야까지. 한국인이 하나도 없던 이자카야에서 서툰 일본어로 다른 손님들과 나눴던 대화도 즐거웠다. 요즘 핫하다는 카페와 빵 가게, 백화점, 브랜드 편집숍을 돌아다니며 일본 도시의 감성을 그대로 느꼈다.
길 가다가 마주하는 도시의 풍경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일본만의 공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게 여행이 주는 묘미인가 싶다. 비슷한 풍경이지만 그 나라에 맞는 감성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

후쿠오카를 훑고 오고 나서

기존 도쿄, 오사카와 조금은 달랐던 이번 여행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더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생각보다 한적하고 고요했던 곳부터 후쿠오카의 밤거리까지. 여행에서 항상 무언가를 얻고자 하진 않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다음 여행에서는 공책을 챙겨와 일본을 그대로 느끼며 글을 써봐야지.



🧳 여행자 'Liz'
동물을 사랑하고 여행에서 만나는 소소한 모든 것들에 대한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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