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하는거 안해도 좋은 발리 ❤️ 🏝
by. 체스
LETTER. 36
발리에서 온 편지
28.DEC.2023
아내와의 여행은 늘 그랬다. 남들 가는 데는 안 가도 되고 남들 하는 건 안 해도 된다는 것이 전제가 되는 여행. 코로나 이후 길게 가는 건 처음이라 작정하고 떠나기로 했다. 그렇게 떠났다. 발리로. 2주 동안. 날씨도 여행하기 가장 좋은 8월에. 미리 말하지만 서핑 안함. 윤식당으로 유명한 길리 3섬 안감. 발리스윙, 쌀밭, 인스타 사원 등등 안감.
사실 발리 여행은 날씨가 다한다

수상할 정도로 서양인이 많은 페레레난

페레레난에서 유명한 라브리사, 석양 때 클럽 앞을 지나만 가도 좋다.
발리하면 꾸따, 짐바란, 스미냑 등 유명한 스팟이 있지만 우리가 정한 것은 짱구다. 그리고 굳이 또 한걸음 옆인 인적 드문 페레레난을 숙소로 정했다. 페레레난은 개발이 덜 된 짱구 같은 곳이었다. 당시에도 공사를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 조금 지나면 더 개발될 것 같아서 벌써 아쉽기도 했다.
페레레난 석양은 해변 석상에서 봐도 좋고 해변에서 봐도 좋다. 저녁이면 사람이 몰려 든다.
페레레난은 석양이 미쳐버리는 해변도 가깝고, 힙한 짱구랑도 가깝고, 분위기 좋고, 맛도 좋은(발리 음식 맛은 말해모해 라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가게들이 수두룩 있는 곳이었다. 비교적 최근 오픈한 가게들이 많아서 예쁘기도 하고 수상할 정도로 가게에 서양인들이 많았다. 오토바이나 교통 체증도 다른 곳에 비해 훨씬, 훠어얼씬 적어서 걸어 다니기도 좋다.
넷플릭스 덕에 한국말 할 줄 아는 직원이 있었던 페레레난의 귀여운 요가 센터
💡 경험자의 팁
페레레난 숙소 선택 시 짱구와 가깝지만 교통으로는 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강을 두고 바로 옆이지만 교통으로는 말도 안되게 돌아서 간다. 그래서 해변에 가까운 곳에 묵고 해변으로 걸어서 짱구로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짱구, 돌아보면 반스 모델 천지

정신 안 차리면 여기가 유럽인가 한다
짱구는 이미 너무나 힙한 곳이라 익히 들었지만 체감은 더 했다. 가서야 알았지만 현지인보다 서양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곳이었다. 동양 사람도 극히 적었다. 심지어 모두 수영복 혹은 바로 수영 모드 체인지 가능한 옷들로만 돌아 다닌다. 돌아 보면 반스 모델들만 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기죽지 않았다.
더위도 더위지만 앉아서 사람 구경만 해도 쏠쏠하다
사람 구경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노상 카페에서 앉아 있기만 해도 즐겁다. 그래서 우리도 그랬다. 해변 선베드에 누워서 사람 구경, 카페에 앉아 사람 구경. 그렇게 4일이 지났는데도 아쉬워서 나중에 우붓에 묵을 때 또 하루 왔다.
이걸 보고 싶어서 충동적으로 수영복 챙겨서 우붓에서 1시간을 택시타고 또 왔다. 너 P냐?.

삼시세끼 가능, 나시짬뿌르!

와룽시카. 현지인들도 여행자들도 모여들 수 밖에 없다. 저게 5천원도 안함.
여행을 가면 현지 기사 식당 같은 곳을 꼭 가본다. 짱구에서 우연히 그랩 기사의 추천으로 간 곳이지만 이미 여행자들에겐 유명한 곳이었다. 뷔페 같은 시스템인데 먹고 싶은 것을 하나씩 고르면 직원이 한 그릇에 퍼서 담아준다. 계산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가격표를 꽂아준다. 나갈 때 그 가격표를 가지고 계산만 하면 끝.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싸다. 줄 서서 먹어야 하지만 합석도 해서 회전율이 좋다.

클럽보단 숙소로, 포테이토헤드

스미냑을 다시 간다면 여기만 있고 싶어졌다.
비치클럽으로도 유명한 포테이토헤드는 숙소로 묵기를 추천한다. 스미냑 거리의 교통 체증과 클락션 소음 등을 경험한 뒤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낙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만 외부와 달리 조용하면서도 거대한 건축 요소들이 매력적이다. 길고 큰 수영장이 바다 바로 앞에 있어서 해가 있는 내내 쾌적하게 바다를 즐길 수 있다.
오후 2-4시 사이 썰물 때 어디 가지 말고. 메모.
특히 썰물 때는 장관이 펼쳐진다. 흡사 우유니 사막처럼 바닷물이 유리처럼 반사된다. 어디 쏘다니다 놓치지 말고 날씨 좋을 때는 기대해도 좋다. 이런 광경을 선베드에서 멍하니 석양까지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롬복 어딘가

호텔명 그대로 롬복 어딘가에 있는 섬웨어롬복
사실 이번 발리 여행의 목적은 롬복에 있었다. 아무 것도 안하고 싶은 취향에 가장 부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윤식당으로 유명한 길리 3섬은 안갔다. 우리는 그랩도 안 잡히는 남부로 갔고 거기서 물온도, 아니 무릉도원이 무엇인지 경험했다.
저러고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좋다.
이름 그대로 ‘롬복어딘가’를 뜻하는 ‘섬웨어롬복’이라는 숙소에 묵었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이런 곳에 숙소가 있다고? 하는 곳에 숙소가 진짜 있었다. 산 중턱에 있으면서 바다가 훤히 보이는 숙소였다. 기가 막히게 멍때리기 좋은 곳이었다. 리뷰 따윈 안 쓰는 사람인데 너무 좋아서 초장문의 리뷰를 남기기도 했다.
💡 경험자의 팁
발리에서 롬복 이동을 검색해 보면 비행기와 보트가 있지만 남부만 여행 한다면 비행기를 추천한다. 보트는 기본적으로 윤식당으로 유명한 길리 3섬을 종착지로 가기 때문에 거기서 남부로 오는 건 또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아직은 사람이 적은 길리 케디스, 낭구, 수닥


하루는 온종일 멍만 때리는 우리에게 호텔 직원이 섬 투어를 추천해줬다. 롬복에서 길리라면 윤식당 길리만 있는 줄만 알았는데 “길리”는 단순히 “섬”이라는 뜻이었다. 롬복 서부에도 3섬 투어로 유명한 길리 케디스, 낭구, 수닥이 있었고 그 중 길리 케디스를 진심으로 추천해줬다.
발리 여행 처음으로 배를 타봤다
걸어서 2분이면 다 돌아보는 작은 섬이지만 너무나 예뻤고 왜 추천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때 타지 않았고 작은 섬 주변으로 스노쿨링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너무 작아서 점심만 되면 사람이 넘쳐나니 꼭 가이드에게 케디스는 오전에 가자고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스노쿨링을 하는 투어지만 3개의 섬에서 앉아만 있어도 투어 값은 했다.
점심만 지나면 사람들이 몰려온다고 한다. 갈려면 일찍 가자 케디스.

여기가 천국인가요? 셀롱 벨라낙 해변


발리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도 아내와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곳은 이 곳이 유일하다. 다음에 롬복에 간다면 꼭 이 해변 근처에서 묵겠다는 다짐을 할 정도로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발리 여행 중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었고 가장 아쉬운 곳이었다. 마지막 날 알게 된 바다라 오래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가 발리인지 유럽인지 또 헛갈리게 하는 사람들
롬복에서 서핑 입문자들이 즐겨 찾을 정도로 모래도 곱고 적당한 파도가 생기는 곳이었다. 좀 더 오버해서 모래가 밀가루만큼 고운 느낌이었다. 실제 많은 아이들과 서퍼들이 서핑을 해도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이 곳도 어느 롬복 카페에서 현지 사람이 “월드베스트비치”로 추천해준 곳이다. 로컬 만세.
💡 경험자의 팁
롬복 일부 지역에서 그랩은 현지 택시 단체들과 마찰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택시 이동이 발리 본섬보다 수월하지 않다. 잘 잡히지도 않는다. 바이크 운전이 가능하다면 오토바이를 추천한다. 실제 셀롱 벨라낙에서 그랩이 안 잡혀서 우리도 당황했었다.

다시 발리. 이번엔 우붓. 또 변두리.


롬복을 뒤로 하고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할 우붓으로 향했다. 우붓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님의 우붓 투어 영업을 수차례 방어하며 우붓에 도착했다. 발리스윙, 몽키포레스트, 라이스필드, 인스타그램 사원, 등등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우리는 그저 쉬고만 싶었다. 그래서 숙소도 메인 거리가 아닌 변두리 빌라가 모인 곳으로 잡았다.
중심가랑 멀지는 않은데 여기가 우붓 어디다라고 설명이 힘든 곳.
하지만 변두리라고 했지, 택시가 못 들어가는 곳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택시는 우리와 캐리어를 골목 거리 입구에 남겨두고 떠났다. 바이크만 갈 수 있는 골목들 속에 우리의 숙소가 있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숙소를 걸어서 갔고 우리는 그제서야 여길 묵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차가 다니지 않는 곳은 그만큼 조용했다.
우붓은 흡사 태국 치앙마이같은 곳이었다. 밤이 예뻤고 가게들이 옹기종기 다 붙어있었다.
우붓 시내의 가장 인상적인 것은 가게들이었다. 작은 가게들이 종로 뒷거리처럼 연속으로 쭈욱 이어져 있어서 밤에 걷는 재미가 있다. 특정한 시간엔 자동차 없는 거리도 있어서 다른 지역보다 매연도 소음도 적었다. 다만, 관광지로 유명해서인지 기념품 같은 가게들만 꽤 많다. 쇼핑을 할 것이라면 짱구가 훨씬 좋다는 아내를 보고 우붓을 모든 남편들에게 추천한다.

서핑이 아니라면 요가라도


우붓은 요가를 배우기 너무 좋은 곳이었다. 대자연 속에 엄청난 규모의 센터가 있기도 하고 우붓 곳곳에 요가 수련원들이 존재했다.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해서 원데이 클래스라도 꼭 가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여행 가서 얻어본 온몸의 근육통을 나만 겪을 수는 없으니까.
알케미 요가 센터, 넓고 건물도 예뻐서 사진 찍기 너무 좋다.(준비 시간은 허락 받고 촬영 가능)
여행의 순서 때문인지 우리는 짱구가 제일 좋았고 다시 가더라도 짱구를 기준으로 갈 예정이다. 생각해보면 페레레난&짱구가 스미냑, 우붓, 롬복보다 소음도 매연도 교통체증도 압도적으로 적었다. 멍 때리기 좋은 곳이 우리에겐 최고의 여행지였다.
막날은 역시 호캉스로 여독을 풀었다고 한다.

끝.

1일 1빈땅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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