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공간으로 떠난 파리 여행기 🇫🇷
by. 콜링 북스
LETTER. 18
파리에서 온 편지
20.APR.2023

책과 함께, 책이 있는 공간으로 떠난 파리


팬데믹의 한가운데, 작은 책방을 열고 1인 운영을 해왔다. 그러다 2022년 12월, 연말에 14박 15일 동안 프랑스에 다녀왔다. 자리를 비우는 동안, 책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전하는 이곳과 나의 여행 이야기를 < A Letter From Paris> 이란 이름으로 구독자에게 공유했다.
@naeugene.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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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공간을 지키고 있지 않아도, 결국 책방 운영자의 '이야기' 또한 책의 이야기가 가득할 테니, 그것을 전달해보자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그렇게 파리를, <책>과 <책이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돌아봤다.
몇 번을 다녀와 골목이나 거리가 익숙한 파리였지만 또 다르게 다가온 도시. 그곳에 챙겨간 책과, 책과 다녀온 공간의 이야기를 나눈다.

책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와 이브 생 로랑 뮤지엄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를 읽고 난 뒤, 언젠가 다시 파리에 간다면 '이브 생 로랑 뮤지엄'에 꼭 가보고 싶었다.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그의 파트너였던 (사진 속에 보이는 책을 쓰기도 한) 피에르 베르제가 설립한 곳. 패션 브랜드 너머에 한 사람과 그 사람이 집중하고 탐구한 것들이 사진, 영상, 책 등의 자료와 함께였다. 무엇보다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패션에서 하나의 역사를 쓴 사람을, 이렇게 기리고, 또 그의 작업 안에서 크고 작은 자료 보관과 편집을 통해서 '전시'하며 재구성하는 모습을 보며, 진정 문화 강국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라는 이 책은, 그의 파트너였던 피에르 베르제의 이브 생 로랑 장례식 추도사로 시작한다. 지금은 피에르 베르제도 세상을 떠났는데,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전히 마음을 울리고, 또 많은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듣지도 대답하지도 않는 당신, 이곳에서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유일한 사람인 당신에게'로 이어지는 장례식의, 편지. 파리의 이런 '이야기'들이 나를 그곳으로 부른 것인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프랑스 국립 도서관의 OVAL 홀


2022년, 겨울 약 6년 간의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한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오발 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곳이라 잠시라도 이 장소에서 책을 읽고,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약 30분 정도, 이곳 책상에 앉아서 책도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며 앉아 있었다. 사진 찍는 여행객도, 공부하는 파리 사람도, 그림책을 보는 아이도. 남녀노소 모두 이 공공 공간에 함께였다. 여행지에서 일상에 스며드는 여행, 카페에 가지 않아도 공간을 누리고, 흡수하며 지내는 시간- 참 좋다.
이렇게 멋진 공간이 무료 도서관이란 점에 놀라고, 감동했고, 내가 있는 동안 휴대전화 벨 소리가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고, 모두 조용했다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파리의 영미 문학 서점. 영화 <비포 썬 셋>의 배경이 된 곳. 파리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이 아닐까. 줄을 서서 들어가는 서점이 있는 도시가 파리다.
✍🏻 서가 사이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 낯선 이를 냉대하지 말라.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르니까 -
책과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책방 로망을, 서점 에코백이 여행 기념품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곳을 통해 체험한다. 서점을 담은 사진이 엽서가 되고, 책방 외부를 그림으로 그려 전시한다. 몇 해 전 바로 옆에 카페를 오픈해서 책을 사고, 커피를 마시는 동선으로도 좋다. 물론, 사람이 많아 느긋한 시간, 여유를 갖진 못할지도 모르지만.

장 자크 상페와 카페 드 플로르

여행에 가져가기 조금 무겁고 큰 책이라 고민했지만, 작년 8월 세상을 떠난 <장 자크 상페>의 '파리 스케치'를 챙겨와서, 그의 그림 속 풍경을 살펴보고, 또 그림이 활용되는 현장도 볼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창작자가 꾸준히 그리고, 공유한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도시, 파리.
그가 그린 그림을, 오랜 역사를 지닌 카페 <Cafe de Flore>에서 테이블 페이퍼로 사용하고 있다. 장자크 상페가 한 장의 그림과 이야기로 연재한 <PARIS MATCH>의 마지막은 지난 8월 4일의 글과 그림이었다고 한다.
“Pense à ne pas m'oublier." “나를 잊지 말고 기억해줘.”

파리의 부키니스트 (Bouquiniste)

@naeugene.paris
파리 센 강변을 걷다 보면 짙은 초록색의 책 판매상이 있다. 바로 부키니스트(Bouquiniste). 파리 센 강변에 약 3킬로미터 이어진 거리의 책방. 이 도시에는 약 240명의 부키니스트가 있다고 한다. 이동하며 만나는 서점. 거리에서 만나는 책과 문화의 장면. 이들은 파리 역사를 함께 하고, 또 문화를 전파하는 중심 인물로 꾸준히 존재해 왔다.
@naeugene.paris
나는 한 곳에서 프랑스 국기 색을 담은 에펠탑 키홀더를 샀는데, 이 작은 키홀더를 볼 때마다 파리의 그 풍경이 떠오른다. 이처럼 여행자를 위한 기념품 가게가 되기도, 오래된 빈티지 사진 액자를 발견하는 곳이기도, 장자크 상페의 초판본 책을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파리를 더욱 파리답게 만들어 주는 센 강변의 풍경. 그 사람들이 아름다운 파리를 만든다.



🧳 여행자 '콜링 북스'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이라 믿는 책 중심의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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