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가득한 4월, 오사카 여행 🍃🏯
by. D
LETTER. 19
오사카에서 온 편지
04.MAY.2023

오사카, 내 마음을 물들인 ‘연둣빛 향기’


1990년 강수지는 긴 생머리에 장갑을 낀 가녀린 모습으로 <보랏빛 향기>를 외치며 많은 이들의 보호 본능을 끌어냈다. 10년 만에 다시 방문한 오사카는 여리여리한 연둣빛 녹음을 뽐내며 살며시 다가와 사랑을 건네주었다.
오사카에서의 3박4일은 도쿄의 세련된 화려함이나 삿포로의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특유의 담백하고 맑은 매력으로 ‘연둣빛 향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헬로키티의 하루카를 타고

간사이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오사카역으로 가기 위해 만난 하루카 특급열차는 귀여운 ‘헬로키티’ 옷을 입고 있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인천공항으로 출발해 피로가 조금 쌓여있는 상태였다. 짧지만 긴 여정을 거쳐 도착한 오사카에서 마주하게 된 헬로키티의 얼굴은 비행기에서의 불편함을 싹 잊게 해주었다. 화려하거나 멋진 기술이 탑재된 열차는 아니지만, 남녀노소 한 번쯤 보고 미소를 짓게 만드는 ‘헬로키티’ 하루카의 매력은 오사카의 그것과도 무척이나 닮았다.

오사카는 다시 맑음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 여행의 설렘이 한풀 꺾이는 듯했으나 오사카역 근처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치고 밖으로 나섰을 때에는 맑게 갠 파란 하늘이 나를 반겨주었다. 저녁 예약까지 약 한 시간 반 정도가 남아 주변을 둘러보며 걸어가기로 했다.

첫 먹방은, 스시야에서


한국에서 예약해두었던 스시야. 반나절 동안 검색하고 고민 끝에 결정한 곳이다. 특히나 오사카에서 먹는 첫 식사였기에 가장 맛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욕심이 컸다.
우메다역부터 나카자키초 그리고 덴진바시스지의 상점가를 둘러보다 도착한 스시집. 카운터 석에4팀 총 8인이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옆자리에는 반갑게도 오사카에서 공부 중인 한국분과 한국에서 그를 보러 오기 위해 놀러 온 친구가 앉게 되었다.
셰프님은 요즘 한국어를 공부하신다며 짧지만,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셨는데, 한국어 번역이 궁금한 단어 등은 중간중간 우리에게 물어보며 바랜 공책에 연필로 빽빽하게 메모해 놓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오사카에서의 성공적인 첫 식사를 마쳤다.

4월 오사카는 연두연두

둘째 날 오전에는 우쓰보 공원에 갔다.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카페가 있는 골목길 사이로 저 멀리 연둣빛 녹음을 뽐내며 도심 한가운데서 봄기운을 퍼뜨리고 있었다.
오사카에서 3박4일간 생활하며 발견한 신기한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오사카의 나뭇잎 색은 모두 밝은, 아주 여리여리한 연둣빛이라는 것이다. 나뭇가지에서 갓 자라난 어린 새싹 잎처럼 투명하고도 밝은 연두색을 띠고있는데, 이 색이 어찌나 인상 깊었는지 ‘오사카’는 내게 연둣빛 도시로 남아있다.
아! 또 한 가지는 연한 핑크빛을 띤 철쭉들이었는데 꽃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하도록 하자. (한창 꽃 좋아할 나이, 만 20대)

매일매일 카니발, 도톤보리

둘째 날 저녁과 셋째 날 저녁은 모두 도톤보리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사카 사람들은 모두 도톤보리에 모여있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용하고 잔잔하던 도시는 도톤보리에만 가면 수많은 인파로 시끌벅적했다.
한가로이 오후를 보내다가 밤이면 빛나는 전광판 아래 즐겁게 웃는 사람들 속에서 에너지를 얻어 남아있는 텐션을 끌어올리자는 나름의 전략적인 스케줄.
도톤보리강을 바라보고 서서 먹는 타꼬야끼와 갓 구운 당고부터 줄 서서 먹는 교자 그리고 오사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오코노미야끼까지. 아내와 다정히 유모차를 끌며 지나가던 미국인 아저씨의 말처럼 이곳은 매일매일이 카니발(축제) 그 자체였다.

오사카의 매력은

잔잔하고도 경쾌한 도시 오사카. 오사카가 여행지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도 아마 일본의 특유의 고즈넉함과 발랄함이 공존하는 도시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2023년 4월의 오사카행은 오래도록 ‘연둣빛 향기’로 기억될 여행이었다.



🧳 여행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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