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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 공감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여행을 떠나서 좋은 풍경을 눈앞에 두었을 때, 맛있는 걸 마음껏 먹을 때, 짜릿한 액티비티를 실컷 즐길 때 두고 온 사람이 아른거리는 마음이요. 평소에는 스스로 불효새끼라고 부를 정도로 가족 생각 안 하고 제멋대로 사는 저인데, 여행만 갔다 하면 그렇게 집에 두고 온 엄마아빠 생각이 나요. 아, 평소에 잘하지 않아서라고요? 맞는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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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 다니면서 좋은 거 다 경험하다가, 결국은 엄마와 함께 베트남을 다녀왔습니다. 효심이 마구 샘솟아서는 아니었고요. 원래 동생들이랑 셋이 가려다가 둘째가 취직되는 바람에, 그런데 하필 취소가 안 되는 하롱베이 1박 2일 크루즈를 예약해 둔 바람에, 막내와 저만 떠나기엔 어딘가 마음에 걸리는 바람에 엄마와 함께 베트남에 가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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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코스 1일 - 서울에서 하노이로
2일 - 하롱베이 1박 2일 크루즈
3일 - 하롱베이 1박 2일 크루즈
4일 - 하노이에서 사파로
5일 - 판시판 케이블카 관람
6일 - 사파에서 하노이로
7일 - 소피텔 레전드 하노이 호캉스
8일 - 쿠킹 클래스 후 서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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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없이 도착한 하노이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아주아주 친절한 호텔들이었어요. 저는 호안끼엠 호수 서북쪽에 있는 ‘하노이 펄 호텔’과 ‘임페리얼 호텔’에 묵었었는데요. 두 호텔 모두 가격대도 합리적이었고, 또 체크인할 때 주변 관광지와 하노이에서 주의할 점까지 상세하게 알려주어서 더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 날 묵었던 ‘소피텔 레전드 하노이’에서는 왜 레전드급 호텔인지 알게 되는 서비스와 객실에 감탄했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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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서 여행자들은 다 먹는다는 쌀국수, 분짜, 반미도 먹고 콩카페 코코넛 커피도 마셨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맛집은 피자 포피스였어요. 하노이 펄 호텔 골목에 있는 Bảo Khánh 지점으로 갔었는데요. 갓 구워 나오는 피자도 맛있고 샐러드도, 파스타도 얼마나 입에 착착 맞는지. 심지어 모히또까지 맛있게 마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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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 1박 2일 크루즈.. 강제 회식 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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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 도착한 다음 날 출발한 1박 2일 크루즈는… 생각보다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어요. 저녁으로 랍스타를 준다는 현지 여행사 직원 말에 혹해서 앰배서더 크루즈를 예약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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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크루즈가 크다 보니 단체 여행객을 받을 수 있었고, 베트남의 모 회사에서 워크샵을 온 것 같더라고요. 덕분에 여행 내내 시끄러운 회식을 함께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여행 자체는 즐거웠고 그나마 객실에서는 조용했지만, 식사 시간 때마다 혼이 쏙 빠져나가는 기분이었어요. 크루즈를 타러 가실 분들이 계신다면 함께 타는 여행자들이 조용한 여행자들이길 기원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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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 8일 중 사흘간은 사파에 있었는데요. 깟깟 마을을 구경하러 가고 싶었는데 구름이 착 가라앉은 사파 시내에서 저도 같이 착 가라앉아서 늘어져 있다가 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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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판시판 케이블카 정도는 탔는데, 올라가는 길에는 맑았지만 중간 정도쯤 가니 구름이 자욱하게 몰려오는 것이… 결국 판시판 산꼭대기에서 실컷 바라본 것은 구름이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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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좀 남지만, 평화롭게 머물기 좋은 동네, 사파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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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들었던 쿠킹 클래스는 그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신청했을 뿐인데, 여행의 마지막을 밝혀주는 재밌는 경험이 되었어요. 현지인과 함께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로즈 키친에 가서 바나나꽃 샐러드와 분짜, 넴, 에그 커피 등을 만들어 먹는 경험이었어요. 취사병 출신인 막내가 실력을 발휘해 모두의 주목을 샀는데, 제가 더 콧대가 높아지는 기분이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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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서 평소에 보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많이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엄마가 좀 심상치 않았어요. 어제 먹었던 메뉴를 기억하지 못하시질 않나, 오토바이가 쌩쌩 오가는 차도 쪽으로 걸으시질 않나, 말해드렸던 일정을 잊어버리시는 건 예사에, 화장실 간다고 엉뚱한 쪽으로 가시기까지. 결국 한국 와서 병원에 가보니, 전두엽과 측두엽이 축소되어있는 상태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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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잘 치료받고 계세요. 기껏 여행을 다녀왔는데, 나름 고생도 했는데, 엄마가 여행을 잊어버리는 게 너무 아까웠어요. 엄마 대신 여행을 기록한 ‘엄마, 우리 이런 여행 했잖아'라는 제목으로 독립출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나치게 솔직하게 썼나 싶었는데, 다행히 엄마도 좋아하시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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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와 산 지 15년차, 엄마와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여행이 아니었다면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 사근사근하고 애교 많은 딸은 못 되지만, 여행 가서 괜히 ‘엄마도 이거 좋아할 거 같다…’하고 후회하기 전에 일단은 엄마랑 몇 번 더 여행을 떠나보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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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마살찐년 김짜이 역마살이 붙다 못해 쪄 버린 사람. 여행 에디터로 일하며 독립출판을 꿈꾸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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