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나는 원래 타고난 집돌이였다. 집에서 영화를 보며 뒹굴거나, 술 한잔을 하더라도 택시 기본요금을 넘지 않는 곳을 선호했다. 그러던 내가 이상한(?) 와이프를 만나 세계여행을 하고, 캠핑이라는 신세계를 경험하며 이제는 집에 있는 주말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
|
|
나의 캠핑은 유럽에서 2초 텐트를 들고 시작되었다. 앞서 캠핑을 하고 돌아가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테이블, 매트에 밥솥까지 받아서(말이 좋아 캠핑이지..) 난민 수준으로 50일 정도 캠핑을 했다. 뭐가 좋았던 건지. 한국에 돌아와서도 장비를 하나씩 사 모으며 나는 본격적인 캠핑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
|
|
|
코로나 전 3월, 캠핑 박람회에서 미니멀(?)한 새 장비로 세팅을 마치고, 그해 5월 규슈 지역으로 캠핑을 떠났다. 간만에 세계여행때 쓰던 70리터 배낭을 꺼내서 짐을 꾸역꾸역 넣고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탔다. 여전히 이상한(?) 와이프는 캠핑을 가기로해 놓고 또 료칸도 가겠다고, 시내에서 나마비루도 마셔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가성비는 간데없고, 듣도보도 못한 기이하지만 우리의 만족도는 최상이었던 일정이 나왔다. |
|
🗓 5박6일 일정 1일차 : 후쿠오카
2일차 : 렌터카 픽업 / 료칸 1박
3일차 : 시다카코 캠핑장
4일차 : 구주야마나미 캠핑장
5일차 : 기타큐슈
6일차 : 렌트카 반납, 집으로 |
|
|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5월의 어느 날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타고 후쿠오카로 향했다. 첫날은 후쿠오카 시내에서 1차, 2차…N차까지 달리고, 역 바로 앞의 정말 미니멀한 호텔 방에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
|
|
|
다음 날 아침 예약했던 렌터카를 픽업해서 짐을 옮기고 료칸으로 이동했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서 처음에 조금 긴장됐지만 적응하니 나름 할 만했다. 하지만 와이프는 자꾸 조수석 쪽이 중앙선 가까이 붙는다고 무섭다며, 혼자 살겠다고 이러지 말라며..꺅꺅거렸다. ㅋㅋ |
|
|
5월 규슈는 정말 온통 초록초록했다. 길을 헤매다 외딴곳을 마주해도 화가 나기보다는 덕분에 이 풍경을 보는구나 싶어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차 안에서 스치던 그 풍경들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
|
|
|
주변 관광을 조금 하고 캠핑장으로 가기 전에 마트에 들려서 먹거리들을 샀다. 일본에서 첫 번째 캠핑은 벳푸 시다카코 캠핑장. 시다카 호수에 있는 캠핑장이었는데 당시에는 1박 요금이 천 엔이 조금 넘는 아주 저렴한 캠핑장이었다. |
|
|
시설이 특별한 건 없었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깨끗하고 정말 조용한 캠핑장이었다. 무엇보다도 한눈에 담기는 호수뷰와 국내 캠핑장처럼 구획화 되어 있지 않는 시스템은.. 마치 고시원에 살다가 마당 있는 단독주택에 이사 온 기분이었달까? |
|
|
밤에는 제법 썰렁했다. 호수 바로 앞이라 그런지, 큰 물고기들이 첨벙대는 소리, 엄청나게 큰 거위들이 울어대는 소리들로 자다가 움찔움찔했다. 특히 바퀴벌레는 때려잡아도 새라면 질겁하는 와이프는 아침에 우리 텐트 코 앞까지 온 거위들을 보고 까무러칠 뻔했다. |
|
|
|
다음날, 두 번째 캠핑은 구주산(久重山)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구주야마나미 캠핑장이었다. 커다란 산자락에 있는 만큼 가는 길도 역시, 풍경이 정말 좋았다. 구주야마나미 캠핑장 예약은 쉽지 않았다. 번역기를 돌려가며 메일을 몇 번 주고받은 후에야 예약이 완료되었다. 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이용하는 프리사이트 이용요금이 1박에 5천엔 정도였고, 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오토캠핑 사이트는 요금이 더 비쌌던 기억이다. |
|
|
주차 후 손수레에 짐을 싣고 잔디밭 사이트로 이동해서 뚝딱 텐트를 설치했다. 넓고 넓은 잔디밭에 우리 외엔 자전거 하이킹 중인 영국 커플 딱 한 팀이 더 있었다. 서양인들은 정말 빡센 여행도 즐겁게 하는 것 같다. 구주산을 배경으로 넓은 잔디밭에 우리만 있으니 좋기도했지만, 한편으로는 휑한 느낌도 있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 익숙해서 그랬을까. |
|
|
|
마트에서 사 온 참치를 칼로 대충 썰어서 화이트와인 한잔, 와규를 구워서 레드와인 한잔하면서 별 구경을 기대했는데 날이 흐려서 별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구름에 살짝 가려진 달 구경하는 걸로 아쉬움을 달랬다. |
|
|
|
그렇게 밤을 보내고 취침 중, 새벽 무렵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일어나서 비 그치기를 조금 기다렸지만,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젖은 채로 텐트를 정리했다. 비를 맞아서 좀 춥기도 했고, 샤워 시설 이용하기도 애매해서 무작정 차를 타고 온천을 찾았다. 오이타에서 찾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온천들은 오픈 시간이 한참 후라, 바로 마지막 목적지인 기타큐슈로 이동하기로 했다. |
|
|
정말 비에 젖은 거지꼴로 휴게소에서 라멘 한 그릇을 아침으로 먹고, 기타큐슈에 도착했다. 기타큐슈에서는 다시 나마비루를 만나 1차, 2차…N차를 즐기고 여행을 마무리했다. |
|
|
|
가성비는 엉망이었지만, 돌아와서도 꽤 괜찮았다고 자찬하며, ‘다음 캠핑은 후지산으로!’를 외쳤었다. 그사이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 몹쓸 역병을 겪으며 아직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아마도 내년 5월쯤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
|
|
|
|
🧳 여행자 '맛난오뎅' 와이프와 아들, 여행과 캠핑을 좋아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