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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함께 서울 핫플레이스를 누비는 친구와 여행을 떠나기로 했을 때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목적지로 점 찍은 곳은 방콕이었다. 이국적인 도시의 분위기 휴식, 미식과 나이트 라이프를 모두 즐기고 싶은 30대 여자 둘에게 방콕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우리 모두 두 번이나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방콕이라는 도시를 안다고 하기엔 아직도 부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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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자 둘의 여행에서 가장 심사숙고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숙소다. 몇 년 전에 방문했을 때와 달리 물가가 많이 오른 것 같았지만, 어찌 됐든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머무를 수 있는 고급 호텔도 방콕을 고른 이유 중 하나였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들의 격전지인 만큼 한 곳에만 머무르기는 아쉬우니 우리는 4박 6일 일정 동안 두 군데의 숙소에 머물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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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손품을 판 끝에, 도심 한복판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도심 속 비밀 정원을 콘셉트로한 시암 캠핀스키 호텔과 방콕의 젖줄인 차오프라야 강이 바라보이고 가성비로 평이 좋은 아난타라 리버사이드 리조트를 선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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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암 캠핀스티 호텔은 도심 속 비밀 정원을 콘셉트로 방콕의 중심지 시암에서 조용한 분위기 속에 럭셔리하면서도 호젓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인이 많이 묵는 숙소에 머물며 조식을 먹을 때면 종종 여기가 동남아인지, 어느 결혼식의 피로연장인지 헷갈릴 정도인데, 캠핀스키 호텔에서 마주친 한국인 투숙객은 한두 팀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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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언어만 들리는 호텔에서 여행이 실감됐다. 어느 메뉴 하나 빠지지 않는 조식과 한적한 야외 수영장, 직원들의 미소와 세심한 서비스에 우리는 '자본주의 최고!'를 외쳤다. 한국에 돌아가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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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콕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야시장 중 하나인 쩟페어 야시장은 관광객뿐 아니라, 20대로 보이는 태국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다. 끝을 모르고 이어진 천막들과 그 사이로 불을 밝힌 전구들, 그리고 젊음의 활기로 가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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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야시장 중에서 쩟페어를 고른 건, 디아우매끌롱의 랭쌥 때문이다. TV 예능에서 몇 번 소개되기도 한 랭쌥은 우리나라로 치면 '돼지감자뼈찜'과 비슷하다. 꼬불꼬불한 태국어 간판은 읽지 못해도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수많은 상점들 사이에서 디아우매끌롱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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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팅이 조금 있었지만, 접시 위로 한가득 쌓아 올린 비주얼에 금세 군침이 돈다. 자작한 맑은 국물 안에 태국식 향신료와 고추가 듬뿍 들어가 매콤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본격적으로 살코기를 발라 먹으며 태국의 대표 맥주 창을 곁들였다. 에어컨 바람 없는 야시장에서 시원한 맥주. 푸짐한 비주얼에 비해 입으로 들어간 양 자체가 많지 않아 우리는 해물믹스를 2차로 배를 채우고, 망고라이스까지 디저트로 해치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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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방콕 현지의 멋을 경험하는 게 목적이었다. 새벽 늦도록 클러버들로 붐비는 여행자의 거리, 카오산로드도 좋지만, 방콕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힙플레이스가 궁금했다. 너무 관광지스럽지 않으면서 현지의 트랜드를 경험할 심산으로 들른 곳은 파톰 오가닉 리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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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 지역에 위치한 카페로 방콕의 전통 디저트를 재해석한 메뉴들과 오가닉 방식으로 재배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야자수로 우거진 정원에서 한가로운 동남아 휴양지의 여유가 느껴진다. 카페 메뉴 외에도 오가닉 제품도 판매하고 있고 시향과 테스트도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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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야 어딜 가나 거의 실패가 없다 보니, 우리는 카페 투어에 집중했다. 카오산 로드 인근의 진버 브래드 하우스는 100년이 넘은 오래된 고택 안에서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장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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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통 오가닉 리빙이 모던한 멋이라면 앤티크 그 자체. 세트 메뉴를 주문하자 호사스러운 비주얼의 2단 트레이가 서빙됐다. 방콕에 오기 전부터 노래를 불렀던 망고라이스와 달콤한 앙금으로 이뤄진 태국식 케이크와 푸딩에 눈과 입이 동시에 호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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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외에도 방콕 현지의 음식과 트랜드를 경험하고 싶다면 차오프라야 강변에 위치한 쇼핑몰 아이콘시암을 추천한다. 아시아 최대 쇼핑몰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이콘시암에는 태국 로컬 브랜드를 포함한 수백 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고, 지하에서는 태국 전통 시장 컨셉으로 마켓이 조성되어 있다. 여의도 더 현대 오픈 당시를 떠올리는 인파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메뉴를 맛보기 어려웠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마치 더 현대 지하 매장처럼 태국의 인기 메뉴와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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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무더운 날씨에도 배불리 먹고, 푹 쉬다 보니, 에너지가 넘친다. 이 기세를 몰아서 신나는 비트와 흥겨운 분위기에 몸을 맡기는 루프탑 바, 티츄카로 향했다. 날씨가 좋을 때만 오픈하기 때문에 티츄카에 가기 위해선 운이 좋아야 한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오픈 시간인 오후 5시에 맞춰 입장했다. 영화 아바타나 생명의 나무를 연상시키는 조형물은 티츄카의 트레이드 마크다. 화 바람에 흩날리는 조형물 뒤로 태국의 야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칵테일의 맛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대신 칵테일 값이 아깝지 않은 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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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음악을 배경으로 방콕의 빌딩 숲을 감상하는 티츄카와는 정반대로 왓아룬 사원과 왓포 사원의 고요한 풍경을 감상하는 루프탑 바도 있다. 왓포 선착장 근처에 있는 라타나코신은 방콕의 가장 아름다운 해 질 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포토스팟이라 자신한다. 강 너머, 화려한 태국의 건축 양식이 돋보이는 왓아룬 사원이 노을의 황금빛으로 물드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 방콕에 머무는 시간이 새삼 황홀하게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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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이번에도 방콕의 매력을 하나만 꼽는 건 역시 불가능했다. 태국에도 멋진 휴양지와 도시들이 많다지만, 우리는 여전히 방콕의 매력을 반의반도 발견하지 못한 기분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과 경험하지 못한 맛을 핑계로 우리는 조만간 방콕을 다시 찾을 것 같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는 게 아니라 방콕에 있었다는 말을 뒤로하며, 우리는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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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 '제이드' 삶이 지루할 땐 방황을 선택한다. 한때 전국을 떠돌며 좋은 숙소를 발굴해 소개하는 여행 에디터로 일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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