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나라, 쿠바 🇨🇺
by. 엠마양
LETTER. 39
쿠바에서 온 편지
08.FEB.2024
쿠바는 멕시코 교환학생이 끝나고 떠난 첫 여행지이다. 2013년 졸업을 앞두고 굳이 마지막 학기에 멕시코 교환학생을 갔다. 캐나다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뉴욕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교수님의 이야기가 내 기억에 많이 남았었나보다. 학교 공부에는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던 나는 교환학생을 지원할 학점 3.0도 되지 않았지만 인터뷰 면접관에게 '이번 학기만 지나면 3점을 넘겨보이겠다' 라는 각오를 열심히 어필을 했다.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인지, 가까스로 교환학생으로 합격하여 중남미로 향했고, 열심히 교환학생을 수강한 후 처음 선택한 여행지는 바로 쿠바였다.

여행자 화폐와 현지인 화폐가 따로?

쿠바 여행을 하면서 가장 신기했던 점은 여행자와 로컬이 쓰는 화폐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쿠바의 화폐는 모네다로 불리는 CUC과 CUP으로 나눠지는데,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이야기다. 이런 이중화폐구조는 쿠바 내에서만 존재하며 쿠바 밖으로 나가게 되면 CUC, CUP은 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CUC은 자국민이 주로 쓰는 화폐단위, CUP은 외국인들이 쓰는 화폐단위이며 24CUC=1CUP=1USD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 주로 관광지에서는 CUP을 사용,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상점이나 음식점은 CUC을 사용한다. 쿠바 아바나의 메인거리인 오피스포를 중심으로 여행자 거리가 형성돼있는데 이런 관광지는 물가가 딱히 저렴하진 않다. 하지만 쿠바노들이 애용하는 현지음식점이나 올드카투어, 올인클루시브 호텔 등은 아주아주 저렴해서 나처럼 '싼 거 최고!' 외치는 배낭여행자에겐 적격인 여행지였다.

쿠바노들의 흥

쿠바하면 바로 살사가 떠오를 만큼 쿠바 사람들의 살사에 대한 애정은 정말 대단하다. 어딜 가나 살사클럽이 있고, 살사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있고, 음악만 있으면 어디든 무대가 된다. 쿠바 사람들의 손만 잡고 그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한껏 흥이 올라 살사를 즐기고 있다. 수강료도 저렴해서 마음에 드는 도시에 몇일씩 머물며 살사를 배우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한 방법인 듯하다. 특히 트리니다드의 Casa de la musica에서의 추억은 잊을 수가 없다.
쿠바 아바나 카피톨리오를 바라보고 우측에서 말레꼰까지 이어진 길. 스페인의 람블라스 거리와 매우 비슷하다. 거리에서 살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아바나 거리에서 공연 중인 쿠바노들과 함께 젬베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트리니다드의 Casa de la musica에서 쿠바 사람들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자유롭게 춤을 추기도 했다.

쿠바 스트릿

쿠바 까삐톨리오 근처에는 올드카가 즐비해 서있다. 차를 6명이 타고 쿠바 아바나에서 비냘레스 1일 투어를 하였다. 전문 가이드는 아니고 택시 기사님이 원하는 곳으로 1일 동안 태워주는데, 기억에 의하면 인당 1만원도 안 냈던 것 같다.
당일치기로 갔던 비냘레스에서 맛본 트럭 맥주 너무 꿀맛이었다. 동굴이며 암벽이며 열심히 보러 다녔는데.. 트럭에서 채운 맥주를 올드카에서 꿀꺽 꿀꺽 마셨던 기억이 왜 제일 남는걸까. 이런 트럭에 빈병을 들고 가면 저 호스로 맥주를 채워주는데 몇 모네다 했었다.
쿠바 아바나 오피스포 거리에 위치한 유명한 초코라떼 판매하는 집이다. 엄청 유명하다고 해서 갔었다. 메뉴판은 추억 삼아 찍었는데 관광지 음식점 혹은 카페는 저렇게 달러 또는 CUC으로 계산한다.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들이 들르는 음식점이었다.

쿠바의 바다, 카리브해

말레꼰해변은 파도가 거세게 치기로 유명한데, 방파제 위로 철썩 철썩 파도 치는 것을 바라보다보면 시간이 그냥 흘러간다. 저녁에 방파제 주변에는 와인, 주전부리 등을 돌아다니면서 파는 사람들이 있는데 쿠바 사람들과 함께 1CUC짜리 와인을 마시는게 여행의 큰 행복이다. 말레꼰 해변에 누워 파도 치는 것을 바라보면서 길거리 땅콩과 와인을 먹으면 지나가던 현지인들이 치노치노 하고 말을 거는데 여기서 치노는 인종차별의 의미보단 아시안을 통용하는 단어였다. 쿠바 거리를 끝으로 요새가 나타나는데 새벽까지 쿠바리브레를 마시고 근처 해변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기다려보기도 하였다.
트리니다드의 에메랄드빛 해변은 내가 여행한 어느 나라의 해변보다 아름다웠고 맑았고 눈부셨다. '카리브해가 바로 이 곳이구나..' 라며 넋을 잃고 바다를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트리니다드의 아름다운 앙꼰 해변 Playa ancon은 진짜 여기가 카리브해구나 싶었다. 10쿡으로 즐긴 스노쿨링! 생애 첫 스노쿨링이였는데 어찌나 신기하던지.

곳곳에 남겨진 한국인의 따뜻한 정

내가 여행할 당시, 나는 쿠바에서는 전혀 인터넷을 못 쓰는 줄 알았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1시간에 10CUC 가량을 내고 몇시간을 기다려 겨우 사용할 수 있는 PC가 있다고는 하였지만 그렇게까지 쓸 여건이 되지 않았다. VISA 카드도 사용불가하다 하여 돈이 모자라면 그대로 여행 종료인 상황이었다. 그 때 만난 한국인 여행자들과 함께 장을 보고 술잔을 기울이고 이야기를 나눴던 그 밤. 한국인 여행자들이 남기고간 방명록에 의지하여 찾아가던 맛집. 호아끼나네 민박집 아주머니와 그 당시 함께했던 사람들. 지금은 다들 일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바빠서 연락 한번 하기 어렵지만 호아끼나 민박에서의 추억은 내게 큰 보물이 되었다. 늘 혼자 하는 여행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주변엔 항상 내게 도움을 주는 감사한 사람들로 내 여행은 더욱 풍성해지고 있었다.
인터넷이 없어 100% 의존했던 호아끼나 아주머니의 까사에 놓여진 가이드북을 보면 사람들이 하나 하나 손으로 적어 놓았다. 여러명의 노력으로 완성된 가이드북. 한국인 만세! 소리가 절로 난다. 한국인 동행들과 까사를 나왔다가 우연히 본 버스를 보고 다들 어리둥절했다. 저거 타고 얼른 강남으로 가자며 배 잡고 웃었다. 쿠바에서 한글, 한자는 외국 신식 문물 같은 신비함을 주기 때문에 굳이 고쳐서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쓴다는 이야길 들었었다.

내 기억 속의 쿠바는

미국 비자가 여권에 찍혀 있으면 안 되던 공산국. 비자 카드가 전혀 먹히지 않고 인터넷이 안 되는 고립된 나라. 한국 대사관은 없고 북한 대사관만 있는 나라다. 그렇지만, 안전하고 여행자에게 따뜻한 나라이며 더 내 자신에게 집중 할 수 있고 오며가며 만나는 한국인의 흔적들이 너무나도 반갑던 나라였다.
쿠바 여행 중 인터넷이 안 돼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더 많은 풍경을 눈에 담았다. 서로 의지했고 함께했다. 생각해보면.. 쿠바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결국, 내 주변의 사람 때문이었다. 다시 한번 쿠바로 돌아가 내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감사함과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깊은 시간을 가지고 싶다. “여행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과정이다. 즐거웠던 쿠바에서의 추억. Adios!”



🧳 여행자 '엠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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