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 비키니를 입고 오르는 산이 있다!? 👙🇺🇸
by. 우세린
LETTER. 21
캘리포니아에서 온 편지
01.JUN.2023

캘리포니아의 자연 온천


캘리포니아에는 50여 개의 이름난 자연 온천이 있다. 대부분 깊은 산 속에 있거나, 사막 한가운데 야자수 아래에 있는 오아시스, 바닷가에서 모래를 직접 파야만 나오는 온천수, 겨울철 눈길을 뚫고 걸어야 만날 수 있는 온천 등 자연 그 자체인 온천들이다. 비키니를 입고 산을 올라야 볼 수 있다는 온천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길을 나섰다.

비키니를 입고 오르는 산?!


로스앤젤레스에서 산타바바라 방향으로 1시간 40분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몬테시토 온천에 올라가는 산행로에 다다른다. 비키니를 입고 산을 올라야 한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지만, 설마 하는 마음에 수영복 위에 등산복을 입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삼십분 정도 걸었을까. 산 중턱쯤 올랐을 무렵 비키니를 입은 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소문은 사실이었다. 그녀들은 싱그러운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넸다.

산속에 이런 곳이? 몬테시토 온천

삼십분 정도 산을 더 오르니, 계단식 논처럼 층층이 쌓여있는 옥색 빛깔의 온천탕이 6개 있었다. 세상에 산속에 이런 온천이 있다니. 놀라웠다. 이곳의 이름은 몬테시토 온천. 몬테시토는 스페인어로 ‘작은 산’을 뜻한다. 이곳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키니를 입고 있거나, 휴양지 차림이었다.
와인잔과 와인병을 통째로 가져와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온천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법으로 규제되어 있지 않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천연 머드로 가득한 온천 바닥


아이들과 함께 온천 여행을 온 가족도 있었다. 그들은 미지근한 온천탕에서 헤엄을 치는가 하면 뜨끈뜨끈한 온천탕에서 몸을 담그는 등 한껏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주로 위에 있는 온천수는 뜨거웠고, 아래의 온천수들은 차가운 물과 섞여서 미지근했다.
어떤 이들은 온천 바닥에서 무언가를 건져내서 얼굴과 몸에 바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머드였다. 몬테시토 온천 바닥은 머드로 가득했다. 천연 자연 팩이다. 온천을 즐기면서 머드팩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화장품 통에 머드를 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온천수도 유황이라서 관절염이나 신경통 등에 좋다는데 머드까지 함유하고 있다니.

몬테시토의 전설, 불치병도 치료한다

몬테시토 온천은 불치병도 치료한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1950년대 윌버 커티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불치병으로 의사에게 6개월밖에 못 살거라는 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그가 우연히 110살 된 아메리카 원주민을 만나서 장수의 비결이 몬테시토 온천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후 윌버는 수개월간 온천수를 마시고 목욕을 한 끝에 병을 완전히 치료했다고 한다.

자발적 온천 관리인 '데릭'


한참 온천을 즐기다가, 온천을 관리하고 있는 한 청년을 만났다. 그의 이름은 데렉이었다. 그는 5년 전 이 온천에 처음 왔다. 데렉은 깨끗한 물과 편안한 자연 환경에 반해버렸다고 했다.
2019년 1월 몬테시토 홍수가 터지면서 이 일대가 초토화됐다. 한 해전 토마스 화재가 발생해 민둥산이 되면서 대형 산사태가 난 것이다. 이후 데렉은 혼자서 온천을 재건했다. 맨손으로 바윗돌을 옮기고 진흙을 발라서 탕을 6개나 만들었다. 가끔 놀러 온 사람들이 그를 돕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거의 혼자서 이 일을 진행했다. 그는 온전히 자발적으로 온천을 가꾸고 있다.

프렌차이즈가 들어올 수 없는 곳 캘리포니아의 샹그릴라 <오하이>

데렉과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산에서 내려왔다. 산타바바라에서 LA로 향하는 길에 오하이라는 도시에 들렀다. 이 도시의 별명은 캘리포니아의 샹그릴라. 샹그릴라라는 단어만으로도 설렜다.
오하이는 시의 조례상 프랜차이즈가 들어올 수 없다.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등 대형 프랜차이즈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지역민들이 운영하는 가게만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바츠 북스라는 서점은 지역에서 이름이 난 책방이다. 중고책부터 새책까지 다양한 책들이 있다.

'오하이'는 오렌지 향으로 가득했다

오하이는 오렌지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일년 내내 도시 곳곳이 오렌지 향으로 가득하다. 오하이의 파머스 마켓에 가면, 다채로운 색과 향을 가진 오렌지들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파머스 마켓은 지역에서 기른 유기농 계란과 채소, 꽃, 신선한 식재료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관찰하고 귀 기울이는 생태여행

비키니를 입고 산을 올라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담근 뒤, 오하이로 내려와서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면 완벽한 휴식이다. 몬테시토 온천과 오하이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를 지역 주민들과 나누다 보면 여행이 더욱 풍요로워 진다. 단순히 보고 듣는 여행이 아니라 관찰하고 귀 기울이는 생태 여행이 된다.



🧳 여행자 '우세린'
LA에 거주하는 여행 작가. 최근 남편과 함께 쓴 책 <오프로드 야생온천>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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