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의 매력포인트는 차고 넘칩니다 🇻🇳
by. 김짜이
LETTER. 50
달랏에서 온 편지
11.JUL.2024
처음 베트남 달랏에 가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습관처럼 항공권을 둘러보던 어느 날, 너무 저렴한 항공권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몇 번 이름을 들어본 것 외에 아는 것이 전혀 없는 도시였지만, 놓치기에는 아까운 가격에 혹해 오 분 만에 항공권을 결제해 버렸습니다. 그렇게 한 번 달랏에 다녀오고, 몇 달 뒤 또다시 달랏에 가게 되었습니다. 한 번의 여행만으로는 아쉬운 곳이었거든요.
예쁜 카페와 다채로운 여행 포인트들이 많은 아기자기한 여행지로들 알고 계시지만, 루지와 캐녀닝 액티비티가 있어 짜릿한 반전 매력까지 갖고 있는 곳이 바로 달랏이었습니다. 오늘은 달랏을 두 번 다녀오면서, 인상적이었던 세 가지 경험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목숨을 내놓을 뻔했던 달랏 캐녀닝


캐녀닝은 계곡을 따라 이동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액티비티예요. 달랏의 다딴라 폭포는 스위스 인터라켄, 세부 가와산과 함께 세계 3대 캐녀닝 명소로 꼽힙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었지만 ‘세계 3대’라는 키워드, 놓칠 수 없었죠. 미리 예약을 해 두고는 달랏 여행 중에서도 그날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달랏 캐녀닝은 추천하지는 못하겠어요. 제가 쫄보였던 건지 상황이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침이 되니 숙소 앞에 오토바이가 한 대 도착했습니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줄 알았는데, 헬멧이 건네지더라고요. 단단히 머리에 쓰고 오토바이 뒤에 탄 채 다딴라 폭포까지 이동했습니다. 가는 길이 가깝지는 않았지만, 오토바이를 타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집합지에 가장 먼저 도착해 둘러보고 있자 곧 캐녀닝을 함께 할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 캐녀닝만을 위해 달랏에 왔다는 한국 분도 한 분 계셨어요.
하네스를 착용하고 로프를 잇는 방법을 배운 다음 비탈에서 로프를 다루는 법, 미끄러져 내려가는 방법을 배우고 본격적으로 계곡을 향해 들어갑니다. 제가 생각한 건 한국의 짚라인 정도였어요. 코스가 여러 개더라도 코스와 코스 사이가 가까워서 액티비티만 즐기면 되는 거겠거니 했는데 웬걸, 달랏에서의 캐녀닝은 진짜 계곡을 탐험하는 거였어요! 한 액티비티에서 다음 액티비티까지는 직접 걸어서 이동해야 했습니다.
아침 8시에 시작해서 오후 1시 정도까지 걷고, 로프를 타고 내려가고, 물을 맞고, 물 위에 둥둥 떠내려가고, 깊은 물 속으로 다이빙을하고, 계곡에서 사람이 로프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다 한 것 같아요. 짜릿한 순간도 분명 있었지만 ‘와, 이거 잘못하다 죽을 수도 있겠는데…….’ 싶은 순간들도 공존했어요. 용감하게 캐녀닝에 임했지만 모든 활동이 다 끝나고 식당으로 이동해 밥을 먹으면서 같이 했던 사람들에게 말했어요. ‘난 이거 다시는 안 할 거야.’ 실제로 종종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하니, 캐녀닝을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은 부디 신중하시길 바라요. 정말 무서웠어요…….

크레이지 하우스에서의 1박

달랏에는 많은 명물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크레이지 하우스’라는 유명한 건축물이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돌아버린 집인데요. 실제로 방문하게 되면 그 이름에 매우 공감하게 될 거예요. 우리가 흔히 건물에서 기대하는 선은 직선이지만, 이 건물은 곡선을 매우 다양하게 사용해 지었어요. 색감도 어딘가 기이합니다.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계단을 타고 오르다 보면 뜻밖의 장소에 도착하게 되는 미로 같은 건축물이기도 해요. 베트남의 건축가 당 비엣냐(Dang Viet Nga)의 작품입니다.
크레이지 하우스는 달랏에 오는 여행자들이라면 한 번쯤 들르는 건물인데요. 놀랍게도 이 예술 작품은 호텔을 겸합니다. 직접 묵어볼 수 있는 거죠. 예술적인 건물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 또한 특별한 경험이겠다 싶어서 예약을 했습니다. 예약을 하면서도 조금 고민하기는 했어요. SNS에서 본 사진들이 조금 음산해서, 실제로 머물게 되면 조금 무섭지는 않을까 싶었거든요.
역시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금 무서웠습니다. 그래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우선 언제나 사람이 많은 크레이지 하우스를 아주 한적하게 둘러볼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체크인하고 밤늦게 돌아다닐 땐 공포체험을 하는 기분이긴 했지만, 아침에 공식적으로 문을 열기 전에 먼저 둘러보면서 마음 편하게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머물렀던 방은 6번 방인 흰개미 객실이었는데요. 흰개미집에서 모티브를 얻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창문과 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곡선이었고, 언젠가 봤었던 개미집을 떠올리게 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천장에 거울이 있었던 점이 매우 특이했습니다. 침대도 푹신푹신하니 아주 편했어요.
가장 좋았던 건 뜻밖의 불멍을 할 수 있었다는 건데요. 모든 객실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6번 방 흰개미 객실에는 벽난로가 있었어요. 벽난로에 불을 피워달라고 리셉션에 요청하면 불을 피워주는데요. 장작을 많이 주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오랫동안 불을 바라보며 불멍을 할 수 있었어요.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을 마주하고 혼자 앉아 여러가지 생각에 잠겨 있었던 게 떠오르네요. 크레이지 하우스에 갔던 건 5월이었는데, 밤이 되면 예상보다 쌀쌀해서 불을 때도 방이 덥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택시 타고 달랏 한 바퀴

두 번째로 엄마와 달랏으로 떠났을 때는 여행지를 빠짐없이 둘러보고 싶어 택시 투어를 이용했어요. 달랏 여행을 조금 알아보신 분들이라면 모두 ‘라도 투어’를 알고 계실 텐데요. 카카오톡으로 예약할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을 리스트업해서 말하면 구글맵으로 찍어서 총 km를 확인 후 금액을 책정해 알려줍니다. 예상 금액을 알고 있다가 투어가 끝나고 기사님께 드리면 되는 식이에요. 그래서 제가 짠 달랏 택시 투어 코스는 이렇습니다.
택시 투어 코스
- 산마이 구름 사냥(Săn Mây Cầu Gỗ 카페) - 린푸억 사원(Linh Phuoc Pagoda) - 바오다이 황제 1궁전 - 달랏 역 - 죽림선원(Truc Lam Buddhist Monastery) - 다딴라 폭포 - 라벤더 달랏 카페(Lavenderdalat Cafe)
총 일곱 곳을 들르는 코스였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만족했습니다! 우선 소규모 일행끼리 움직이기에 아주 좋았어요. 또 각각의 여행지에서 오랫동안 관람하는 게 아니어서 힘들지 않았고, 체력이 조금 부족해지더라도 택시로 이동하는 동안 쉬면 되어서 괜찮았어요. 각자의 여행지마다 다른 매력이 있어서 더 즐거웠습니다.
첫 방문지를 산마이로 잡았습니다. 새벽 구름을 볼 수 있어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산마이 구름 사냥’이라고 불리는데요. 이른 새벽부터 문을 여는 카페들에서 식사와 음료, 그리고 포토존을 제공하므로 카페로 가면 됩니다. 비탈길을 조심해야 했지만, 여기저기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사진을 찍기 좋았습니다.
그다음으로 향한 린푸억 사원은 재활용한 도자기와 유리를 사용해서 세운 사원이었는데,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색감이 화려하고 다채로웠어요. 바오다이 황제 1궁전에서는 황제의 삶을 상상해 볼 수 있었고, 아기자기한 달랏 역에서는 오래된 역의 풍경 안에 머물며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어요. 다양한 꽃과 나무로 꾸며진 불교 사원, 죽림선원에서 조경을 만끽했고요. 다딴라 폭포에서는 폭포를 구경하는 것뿐만 아니라 왕복 루지를 타며 짜릿함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가볍게 식사도 할 겸, 여행도 마무리할 겸 마지막으로는 호숫가에 있는 라벤더 달랏 카페를 들렀어요. 비가 올 듯 말 듯 구름이 많은 날씨였는데, 그래서인지 풍경이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여행지 중에서 어디가 가장 재미있었는지 이야기도 나누고, 짦으면서도 긴 하루의 투어를 마무리하기에 알맞은 곳이었습니다.

차고 넘치는, 달랏의 매력

달랏에서의 세 가지 기억만 이야기했지만, 이외에도 달랏의 매력포인트는 차고 넘칩니다. 조금만 알아보면 디테일하게 꾸며둔 예쁜 카페들을 아주 많이 발견하게 될 거예요. 또, 맛있는 건 얼마나 많은지! 바삭바삭한 달랏식 피자 반짠느엉부터 반미 빵과 미트볼 스프를 곁들여 먹는 반미 씨우마이, 달팽이 요리까지 골고루 맛볼 수 있어요. 간식거리도 정말 많습니다. 특히 아보카도 아이스크림인 껨보는 꼭 드셔보시고 오세요! 알아볼수록 즐거운 ‘영원한 봄의 도시’, 달랏. 숙박비와 식비도 저렴하니 아마 세 번째, 네 번째로도 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여행자 '역마살찐년 김짜이'
역마살이 붙다 못해 쪄 버린 사람. 여행 에디터로 일하며 독립출판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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