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외딴 섬, 몰타에 1년 살다보니 🇲🇹 🌊
by. JAYDEN
LETTER. 43
몰타에서 온 편지
04.APR.2024
신혼여행지를 찾아보는 이들이 아니고서는 생소하게 느껴질 남유럽 몰타, 이곳에 우연히 일할 기회가 생겨 1년간 머물렀다. 오랜 기간 지내며 경험한 몰타의 삶은 생각과 아주 달랐다. 국제 공항에 내려 바라본 이색적 풍경부터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지중해 해변까지 남유럽으로 묶을 수 없는 몰타의 매력이 충분히 존재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웠지만, 지금은 어디를 가도 익숙한 나라, 1년살이로 얻은 몰타의 경험은 과거의 어느 여행지보다 특별하게 자리 잡았다.
💡 읽기 전, 알아두면 좋을 몰타 TMI 3
👉저녁 시간대에 돌아다녀도 걱정이 없을 만큼 치안이 안전해요. 👉바다 수영은 4월 말부터 11월 초까지가 적당해요. 👉몰타어가 있지만, 영어가 주 언어라 소통에는 무리 없어요.

이색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상앗빛 건물

몰타 국제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 눈길을 사로잡는 건 상앗빛 건물이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같은 컬러로 입혀진 풍경은 이방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이색적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나라답게 상앗빛 건물은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신기하게 느꼈지만, 몰타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내가 이전에 왔던 곳인가?’ 헷갈리기도 한다.

수도는 바뀌었어도 과거 모습은 여전해

기사도 정신으로 물든 몰타의 도시는 과거와 현재가 혼재되어 있다. 그중 임디나(Mdina)는 과거의 영광을 대변하는 (옛) 수도. 몰타의 역사를 둘러보기 안성맞춤인 장소로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다.
메인 게이트를 지나 좁은 골목을 지나가면 성 바울 대성당(St Paul's Cathedral)이 정체를 드러낸다. 옛 수도의 명성에 걸맞게 촘촘히 조각된 건축물, 경이로운 외곽과 함께 성당 내부는 장엄한 예술 작품으로 시선을 잡는다. 비록 종교는 가지지 않았지만, 신비로운 분위기는 여지없이 느껴진다.
임디나 거리를 돌아다니면 곳곳에 자리 잡은 석회 조각품과 전등, 그리고 말 마차가 다니는 생생한 모습도 마주칠 수 있다. 시각은 물론 청각도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거리의 오브제들. 모두 중세 시대에 머문 듯한 느낌을 더하는 요소이다. 성당 위로 흐르는 종소리도 마찬가지다. 물론 느슨한 오후 시간대, 졸음을 깨워주는 알람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 지금이라도 그 녀석에게 말하고 싶다. 고마웠다고. 덕분에 아쉽지 않은 여행을 했다고.

현재 수도는 어디일까

셀 수 없을 정도로 자주 방문한 도시인 발레타(Valletta)는 몰타의 (현) 수도이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 도시는 발걸음 곳곳마다 구경할 맛이 난다. 하지만 골목 초입으로 들어가기 전, 지나치지 말아야 할게 있다. 그건 바로 트리톤 분수.
여름이면 더욱 가치를 더하는 트리톤 분수(Tritons' Fountain).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뜨거운 열기를 식힐 스낵 가게들이 줄을 지어있다.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많이 먹은 디저트는 젤라또 아이스크림. ‘로마의 휴일’ 같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도 좋았다.
머리 위로 시원하게 내뿜는 분수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세기의 영화는 지금 이 순간이다.
💡 몰타에서 추억을 생생히 남기고 싶다면?
👉신혼 여행, 우정 여행 등 목적이 있는 여행이라면 스냅 사진으로 하루를 담아봐도 좋을 거예요.

매직아워에 즐기는 해안 도심 산책

발길 닿는 대로 쏘다니는 게 편한 부랑자 타입인 만큼 가끔 산책도 즐겼다. 특히 오전 근무가 끝마칠 때면 역마살이 돋아 슬리에마행 버스에 몸을 맡겼다. 손에 쥔 건 오직 스마트폰과 헤드폰. 세상 속 잡음은 노이즈 캔슬링 버튼 하나로 잠시 잠가둔다. 그렇게 30여 분, 몰타의 중심 도시인 슬리에마(Sliema)부터 세인트 줄리안(St. Julian's)까지 해안을 따라 도심을 거닐었다.
오후 네다섯 시에 변모하는 분홍빛 노을은 몰타의 낭만을 유영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시간. 잠시 걸음을 멈춰 찰나의 순간을 눈으로 담는다. 쓸쓸한 오렌지 맛의 키니(Kinnie)도 마시며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시곗바늘은 어느덧 저녁을 향해 도착해있다.
하루를 마무리 하기 아쉬운 날이면 홀로 파쳐빌(Paceville)에 갔다. 클럽을 가지 않더라도 활기 넘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스트릿한 분위기를 몸소 즐겼다. 물론 그곳에는 인기 수제버거 가게, 휴고스 버거(HUGO’S BURGER)도 있다. 몰타에서 먹은 수제버거 중 일타로 꼽히는 곳! 달콤한 소스가 일품인 잭다니엘 버거는 파쳐빌에 갈 때마다 먹는 유일한 메뉴다.

무료한 일상의 가벼운 도피처, 코미노섬

아무리 이국적인 공간에 살고 있다 한들, 무료한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여행의 갈증이 다다르던 8월의 어느 여름날, 유럽의 휴양지로 잘 알려진 코미노(Comino)섬에 찾아가게 되었다. 여행을 계획할 당시에는 ‘몰타 본섬과 다른 매력이 있을까?’ 살짝이 의심하며 코미노행 페리를 탔지만, 나의 얄팍한 의구심은 코미노섬에 다다르고 나서야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되었다.
밝다 못해 희맑게 다가오는 에메랄드빛 지중해 바다, 각양각색의 언어로 들리는 여행객들의 환호 소리 그리고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휴양의 기쁨까지 이곳에서만큼은 천국에 들어온 듯한 기분으로 하루를 만끽한다.
깊은 심해로 빠지는 페리의 미끄럼틀이 나름 무서웠지만, 캐릭터 팔 튜브 하나면 무적이 된다. 수영 실력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럴 시간에 다이빙 한 번이라도 더하겠다는 생각뿐이다.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국제 불꽃 페스티벌

때때로 열리는 현지 페스티벌도 기대감을 더하는 요소다. 특히 매년 4월에 열리는 몰타 세계 불꽃 페스티벌(Malta International Fireworks Festival)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국제 행사 중 하나. 몰타에 적응하기 바쁜 시기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부지런히 하버 앞자리에 자리를 잡은 덕분인지 아름다운 불꽃의 향연을 파노라마로 즐겼다. 밤하늘에 수놓은 화려함은 한 시간가량 이어진다. 늦은 저녁, 페스티벌은 절정에 다다르지만, 방문객 모두 각자만의 방법으로 추억을 담는다. 물론 시선은 언제나 불꽃을 향해 있다.
가끔은 데이터가 터지지 않아 불편했지만, 페스티벌을 감상하기에 오히려 좋았다. 그래서 아쉬움은 없다.

몰타에서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작은 섬나라에 일 년간 머무르며 바쁜 일상을 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따스한 햇살과 찰랑이는 파도, 따뜻함이 감도는 날이면 헤엄칠 수 있는 축복받은 자연환경까지 몰타는 러시아워에 찌든 나에게 한낱 나그네와 같이 살 수 있는 기회를 건네준다. 삶이 여행이 되고 싶은 나에겐 그지없이 고마울 따름.
이제는 아무 의미 없이 바다를 관망하는 일도, 여정 모를 비행기를 바라보는 일도 없겠지만, 그때의 시간만큼은 추억 보정 없이 눈부시고 찬란했다.



🧳 여행자 'JAYDEN'
삶이 여행이 되고픈 고독한 여행자. 그래서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고민없이 살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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