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휴식이 필요한 당신에게 💙
LETTER. 73
니스에서 온 편지
29.MAY.2025

아, 나도 저기 가고 싶다!

휴식이 간절했던 어느 날. SNS를 보다가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잠시 멈춰버렸어요.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와 그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 사진 속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어요. '아, 나도 저기 가고 싶다!' 반짝이는 바다와 한적함을 누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려, 기어코 니스행 비행기표를 끊고야 말았습니다.


나를 부르는 소리

아무런 계획 없이 도착한 니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는 무작정 밖으로 나가 걷기로 했습니다. 지도를 열 필요도 없었어요. 어딘가에서 저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아득한 음악소리와 기분 좋아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 소리를 따라 걷다 보니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은 구시가지(Vieux Nice)가 나타났습니다.
구시가지에는 밝은 주황빛 건물들과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머금고 있는 골목들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향기로운 꽃 가게나 소담한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들이 불쑥 나타나는데, 그냥 지나치기 힘들 만큼 예쁜 풍경을 자아냈어요.
화려하진 않지만, 이곳에 녹아있는 일상의 흔적들이 저에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풍경은 분수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에요. 반짝이는 물줄기와 그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꺄르르 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니스의 파란 바다만큼이나 환하게 빛나, 제 마음을 말랑해지게 만들어준 고마운 풍경이에요.


니스의 맛

골목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니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려왔어요. 이번 여행을 결심하게 만든 니스 바다와 조금 더 가까워진 것이죠. 가슴이 조금 떨려 왔어요. 바다를 코앞에 두고 거리에서 파는 아이스크림부터 맛보기로 했습니다. 레몬과 피스타치오가 섞인 맛이었는데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은 무척이나 시원했어요. 몇 걸음만 더 가면 푸른 바다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렘까지 더해져서 그런지 더 달콤하고 맛있었습니다.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니스의 바다. 바다는 생각보다 더 깊었고, 사진으로 본 것보다 더 푸르고 맑았습니다. 파도에 몸을 싣거나 살랑이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속에 어우러져 니스 바다를 온몸으로 느껴봤어요. 끝없이 펼쳐진 눈앞의 바다는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게 하고, 일정하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생각을 멈추게 만들어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멍하게 바다를 보고 있자니 허기가 져서 바다 인근에 있는 한 식당을 찾았어요. 이름은 Di Piu(디 피우). 꽤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어요. 해안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한 덕에 노을이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했는데 그래서인지 이날 먹은 구운 문어 요리와 해물 파스타는 그 어떤 요리보다 더 맛있었습니다.


해변의 침대에 누워서

든든히 배를 채운 후에도 니스 바다를 쉽사리 떠날 수가 없었어요. 이번에는 니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치클럽 중 하나라는 오페라 플라쥬(Opéra Plage)를 찾았습니다. 이미 아침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쿠션 베드에 눕고 보니 오랫동안 쉬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절로 이해됐어요. 잔잔한 파도 소리와 살랑거리는 바람에 몇 시간이고 누워있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베드에서 기분 좋게 잠이 들기도 했는데, 눈을 떠보니 꿈 보다 더 생경한 풍경이 펼쳐졌어요. 각자의 방식으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그 풍경 속에 하나가 되어 있는 나. 문득 이런 하루가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푸른색의 감정

니스에는 유독 파란색이 많아요. 하늘도, 바다도, 산책로의 벤치와 해변가의 파라솔까지. 온통 파란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요. 감정에도 색을 입힐 수 있다면, 니스를 여행하는 내내 느꼈던 제 감정은 푸른색이었을 거예요. 바다를 닮은 자유로움과 편안함, 여유로움과 한적함은 조금씩 다른 푸른색으로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매일 아침, 그저 눈이 떠지는 대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기분이 이끄는 대로 시간을 보내는 무계획 여행. 반짝이는 바다에 매료돼 시작한 니스 여행은 상상 이상으로 더 큰 행복을 안겨줬어요.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나만의 리듬으로 시간을 보낸 니스에서의 순간들. 진정한 휴식과 여유로움이 필요한 당신에게 니스를 추천합니다.
🧳 여행자 'lazéa'
느긋하게 걷는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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