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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으로 처음 찾은 상하이의 첫인상은 ‘외롭다’였다.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이 화려한 도시에서 보낼 날들을 생각하니 이제껏 느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레벨의 외로움이 엄습해왔다.
신천지의 작은 카페에서 혼자 브런치를 먹으며 기나긴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그날 마신 자스민 차가 유독 맛있어서 서투른 중국어로 직원에게 이 차를 따로 구매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오늘 친구들이랑 저녁 먹는데 올래요?”
한창 대화를 나누던 직원이 나를 친구들 모임에 초대해 줬고 이 서툰 대화를 시작으로 내게 상하이의 이미지는 180도 바뀌었다. 상하이에서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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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도, 사람도, 점점 따뜻하게 느껴졌다. 학교에 있는 시간보다 상하이 골목을 누비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걷는 곳마다 생경하게 느껴졌던 낯선 풍경이 이제는 조금씩 익숙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름엔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학교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박태환 선수가 출전한 국제 대회를 구경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상하이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여름이 되면 특히나 더 그리워진다. 상하이의 여름은 무덥고 습하기로 유명하지만 그래서 더 강렬하고 잊지 못할 순간들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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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여름 한낮은 정말 힘들다. 햇볕이 워낙 강해서 웬만한 그늘도 더위를 식혀주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나처럼 해가 기울 무렵에 움직이는 현지인들이 많다.
오후 여섯 시 무렵, 한낮의 더위와 피로를 잊게 할 포도 음료부터 사러 간다. 가게마다 조금씩 맛이 다른데 나는 주료 헤이티에서 포도 음료를 사 먹었다. 진한 거봉 과육이 듬뿍 담긴 ‘포도 듬뿍(多肉葡萄)’. 한국의 폴라포처럼 시원하고 달콤한 포도 얼음 알갱이에 짭잘한 치즈폼이 얹어져 있는데 익숙한듯하지만 이곳만의 개성이 느껴지는 음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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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를 들고 향해야 할 곳은 황푸강 선착장이다.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산책하는 노부부, 유람선을 기다리는 여행객들까지. 한낮의 무더위가 지나간 강변 일대는 그 어느때보다 평화롭고 활기차다.
사실 상하이에서 생활했을 때는 황푸강 유람선을 자주 타지는 않았는데 여행자가 되어서는 달라졌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상하이의 야경을 절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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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의 경로는 한결같지만 여름에 타는 유람선은 유독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루쟈쭈이의 빌딩 숲과 와이탄의 클래식한 건물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불을 밝히는 상하이의 밤. 도시의 선명한 풍경을 즐기다 보면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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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을 타고나면 밤공기가 조금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뜨거웠던 땅의 열기도 식고 거리의 사람들도 덜해, 한낮에 비하면 시원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상하이 시내 곳곳에는 QR 코드를 스캔해 애용할 수 있는 공유자전거가 있는데 황푸강 인근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한결 상쾌해진 기분을 이어 이번에는 한 밤의 라이딩을 해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예원. 상하이에서 생활할 때도 종종 찾던 곳인데 여행자가 되어서도 다시 찾을 만큼 매력적인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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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산림으로 불리는 예원은 1559년에 만들어진 중국 전통 가옥을 볼 수 있는 곳으로 특히 조명이 들어오는 밤이 되면 더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게다가 인근에는 야시장도 있어, 다양한 먹거리까지 즐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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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찾은 예원 야시장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메뉴들이 줄지어 있는데 나는 고민하지 않고 셩지엔빠오와 샤오롱바오를 골랐다. 이 도시에서 가장 자주 먹은 음식 중 하나. 그 익숙함 때문인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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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여름은 덥고, 복잡하고, 가끔은 숨이 막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름이면 다시 상하이를 찾는다.
여행기로 치면 비수기에 해당하는 시즌이라 항공권, 호텔 요금도 저렴하고 생각보다 한산해 평소에는 길게 줄을 서야 하는 맛집도 바로 들어갈 수 있다.
한낮에는 시원한 호텔에서 쉬다가 저녁 무렵에는 황푸강을 따라 산책하는 것. 그것이 내가 여름날의 상하이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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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는 영화 속 미래도시처럼 찾을 때마다 늘 새로운 것들로 넘쳐난다. 이전에는 없던 곳을 찾아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결국 익숙한 장소로 돌아와있는 이상한 미로 같은 도시다.
하지만 그래서 나는 상하이를 좋아하고, 여행이 쉬워지는 여름의 상하이를 더욱 사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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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 '리지' 상하이 골목으로 다시 떠나는 여행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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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트렌드를 담은 트리플의 상하이 가이드가 업데이트됐어요!
달콤한 여름 디저트부터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실내 문화・예술 공간, 루프탑 바가 멋진 추천 호텔까지. 올여름 트렌디한 상하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트리플 가이드와 함께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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