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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먹은 퇴사. 퇴사가 확정됨과 동시에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짧은 기간 동안 급하게 다녀야 하는 여느 때의 여행과 달리, 느긋하고 여유롭게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해 보는 '한 달 살기'. 목적지는 도쿄였다.
3년 전 동생과 함께 찾았던 도쿄는 3박 4일의 짧은 일정만으로는 왠지 아쉬움이 남는 도시였는데, 특히 내 마음속에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가 두고두고 남아 있었다.
1️⃣ 후지산 보기
2️⃣ 여유롭게 근교 소도시 여행하기
3️⃣ 현지인처럼 문화생활 즐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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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아쉬움은 이번 ‘도쿄 한 달 살기’의 목표로 직결됐다. 그중에서도 후지산 보기는 가장 1순위에 있을 만큼 꼭 하고 싶은 것이었는데, 짧은 일정이었다면 하루를 통으로 비워 가와구치코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주어진 만큼 여유로운 마음으로 가와구치코 행 버스에 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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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정도 달리니 창 밖으로 후지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창을 통해 보이는 후지산은 아직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여느 미디어에서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사실 기대만큼의 큰 감흥은 없었다.
40분 정도를 더 달려 도착하고 나서도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생각보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추워서 도착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하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빌렸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후지산을 배경으로 자전거 타기'. 낭만을 포기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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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로 가와구치코의 지역 토속 음식인 호우토우를 먹었다. 우리나라 음식으로 치면 칼국수와 닮았는데 된장 맛이 나고 칼국수보다 조금 더 고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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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니었다. 배가 부르고 몸이 따뜻해지니 그제야 후지산의 풍경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와구치코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내내 ‘날씨만 제발 좋아라’하고 빌었는데, 날씨가 좋아서 맑은 하늘 아래 후지산을 원없이 볼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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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동생과 함께 갔던 가마쿠라. 사실 <슬램덩크>의 성지로 유명한 가마쿠로 고교 앞 역까지만 갔던 것이라 가마쿠라를 제대로 여행했다고 할 순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에노덴 패스를 끊었다. 패스가 아까워서라도 구석 구석 들를 수 밖에 없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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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덴을 타고 내렸던 역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하세역이다. 기찻길 바로 앞에 카페가 있는 것을 보고 홀린듯 따라 갔는데, 지도도 보지 않고 오직 길가에 놓인 표지판에만 의지하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마치 나만 아는 비밀 맛집으로 향하는 것 같은 느낌.
마침내 도착한 카페에서 딸기 타르트와 커피를 먹었는데 이곳에서 먹은 딸기 타르트는 한 달 간 도쿄에서 먹었던 그 어떤 디저트보다도 맛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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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곳은 시치리가하마역. 일본 영화에 나오는 바닷가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고민할 것 없이 이곳이다. 사실 별 다른 정보 없이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고 무작정 내린 것이었는데 안 내렸으면 후회했겠다, 싶을 만큼 좋았다.
특히, 끝없이 펼쳐진 바다는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것 같았는데, 해가 질 무렵이라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아름다운 윤슬을 감상하기에도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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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사이에서 ‘콘텐츠에 미친 놈’으로 유명한 내게(a.k.a 콘친놈) 도쿄는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낼 수 없는 콘텐츠의 성지였다.
도쿄의 필수 관광 명소로 손꼽히는 각종 박물관부터 사카모토 류이치의 전시, 해리포터 스튜디오, 동물원, 영화관 관람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문화를 즐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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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스포츠 경기 직관. 학창 시절 애니메이션 <하이큐>를 재미있게 봤었는데 이번 기회에 남자 프로 배구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사실 외국인으로서 예매부터 쉽지가 않았다. 사전 예약을 위해서는 일본 유선 번호가 반드시 있어야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현장 구매를 노리고 무작정 경기장으로 향했는데 운 좋게도 티켓이 남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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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한 경기는 ‘도쿄 그레이트 베어스 vs 도레이 애로우즈 시즈오카’의 경기. 다행히 최근 우리나라의 대한항공 팀과 연습경기를 했던 도쿄 그레이트 베어스의 경기라 (즉, 아는 팀의 경기라) 신나게 응원했다.
많고 많은 스포츠 중에 배구 경기를 직관하게 된 것은 오롯이 <하이큐> 때문이었는데, 이날 경기에 <하이큐>의 성우가 시타를 하는 서프라이즈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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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는 물론 센스 있는 경기 운영도 좋았고, 결과도 좋았다. 내가 응원한 도쿄 그레이트 베어스의 승!
현지인들 사이에서 같은 응원구호를 외치며 배구 경기를 관람했던 일은 ‘도쿄에서 한 달 살기’라는 이번 여행의 테마를 상징하는 것 같아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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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쉬어가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 도쿄 한 달 살이를 택했지만, 사실 겁이 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낯선 언어의 나라에서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무탈히 잘 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하루하루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잊고 있던 내 취향을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잃어버렸던 여유와 낭만을 다시 찾는 여행. 도쿄에서 한 달 살기는 뭐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나를 응원해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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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 '민정' 여유를 찾아 도쿄로 떠난 이직준비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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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도쿄동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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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에 따라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여행 도시, 도쿄. 도쿄의 다양한 색깔을 담은 여행 이야기를 트리플에서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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