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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차이나타운의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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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차이나타운이다!”
얼마 전 블랙핑크의 멤버인 리사가 거금을 주고 방콕 차이나타운 일대를 통째로 빌려,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눌러본 뮤직비디오에는 익숙한 골목이 등장했다. 언제나처럼 거리를 가득 채운 관광객은 없었지만(대신 댄서들이 있다), 화려한 간판이 즐비한 그곳은 언젠가 다시 찾겠다고 다짐한 방콕 차이나타운이 분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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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은 1년에 한 번은 방문하게 되는 나의 최애 여행지다. 지난해에는 좋아하는 호텔에 머물기 위해 사톤 지역을 메인으로 삼고, 여행 말미에 차이나타운이 있는 송 왓*을 방문했었다.
이틀 남짓 머문 송 왓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더 짧게 느껴졌는데, 그 아쉬움은 한국에 돌아오고 난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다음 방콕 여행의 메인은 무조건 송 왓이다!’
그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다시 차이나타운을 찾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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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왓? 차이나타운을 비롯해 과거 무역의 중심지로 불렸던 차오프라야 강 동쪽 지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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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을 처음 찾은 것은 10여 년 전이었다. 건너 건너 알게 된 방콕 현지인이, 가족이 소유한 옛 건물을 개조해 호스텔을 열었다고 해서 구경 차 방문했다.
당시만 해도 뻔쩍뻔쩍한 고층 빌딩이 즐비한 방콕 도심의 풍경이 더 익숙했던 나에게 차이나타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색이 바랜 거리는 낮에는 마치 유령도시 같더니, 밤에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시장통으로 돌변했다.
다시는 찾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잊고 있었는데, 언젠가 수쿰빗에서 머문 작은 호텔의 주인 아주머니가 방콕 여행이 N회차라면 이 지역을 가보라며 책 하나를 소개했다.
그녀가 건네어준 현지 가이드북에는 꽃으로 꾸며진 카페와 분위기 좋은 바, 색다른 퓨전 음식점이 나와있었는데 다름 아닌 차이나타운을 소개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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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과 밤이 다른 두 얼굴의 송 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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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an2459 헤리티지 부티크 호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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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내가 구경했던 호스텔 외에도 송 왓에는 옛 건물을 개조하거나 복원해 만든 특색 있는 숙소들이 많았다. 이번에 머문 Baan2459 헤리티지 부티크 호텔도 마찬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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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불력을 쓰고 있어서 2025년 현재를 2568년으로 부른다. Baan2459 헤리티지 부티크 호텔은 2459년에 세워진 건물로, 사람 나이로 치면 무려 109살. 중국과 포르투갈 건축 양식이 결합돼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은 부티크 호텔이라 ‘2459’년이라는 각각의 숫자를 룸 넘버로 붙인 단 4개의 객실을 운영 중이다. 객실에 비치된 소개글을 보니 가급적 옛 모습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각각의 객실에 화장실과 에어컨 시설을 추가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공사였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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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번 룸 앞에 있는 야외 발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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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식물로 가꾸어진 현관을 지나 나무 계단을 따라오르면 객실이 나타나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꼼꼼히 관리한 덕분인지 세월의 흔적을 유지하면서도 환경은 매우 쾌적했다.
방콕 내에서도 독특한 색을 자랑하는 송 왓에서 무려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오랜 건물. 이곳에서의 휴식은 마치 과거 세계로 떠나온 것처럼 신비하면서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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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기심을 갖게하는 작은 가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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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중국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중국 문화에 아주 특별한 관심도 없다. 그것이 아마도 내가 중국을 여행하지 않고 차이나타운이 있는 방콕의 송 왓을 찾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순히 '재미' 때문이었다.
중국과 태국의 전통이 오묘하게 섞여있는 거리 곳곳에는 수쿰빗이나 사톤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가게들이 숨어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어 여러 번 방문했던 곳은 차와 디저트를 이용할 수 있는 카페 F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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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은 송 왓 일대에 있는 여느 가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성수동 못지않은 힙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가게 입구 쪽에서는 전통 디저트인 카놈(과자류)을 직접 제조하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는데 정성스럽게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직접 먹어보지 않을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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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작고 귀여운 쿠키들과 보기만 해도 예쁜데 쫄깃함은 말할 것도 없는 꽃 모양의 만두. 이 모든 음식을 조화롭게 만들어주는 차까지. 정말 완벽했다.
이 밖에도 인근에는 간판부터 예사롭지 않은 상점들이 많았는데 팝업 스토어처럼 현대적인 아이템을 판매하는 가게들도 어우러져 있어, 골목골목을 탐방하는 재미가 기대 이상으로 쏠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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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문을 연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KLAI Thai S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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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왓 일대는 몇 년 전부터 방콕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유명한 음식점이 수쿰빗의 대형 쇼핑몰에 입점되는가 하면, 새로운 상점과 팝업 스토어 또한 계속해서 들어서고 있다.
호기심에 이제 막 문을 연 몇몇 가게도 방문해 보았는데 그중에서도 최근에 문을 연 KLAI Thai Spa가 기억에 남는다.
호주의 화장품 브랜드 '이솝'을 태국화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스파하면 으레 떠오르는 식상한 음악이 아니라, 새와 닭 소리처럼 자연 그대로의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 또한 재미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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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왓 사켓 인근의 JEDI Cafe & Bar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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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여행자들이 즐겨찾는 지역명으로 구분하자면 송 왓은 왓 포, 카오산 로드 같은 명소들로 유명한 ‘올드타운’에 속한다.
꽤나 클래식한 방콕의 인기 지역이지만, 몇 몇 명소들은 최근들어 더 주목을 받으며, 나처럼 N회차 방콕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들을 다시금 유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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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장소로는 ‘작은 시장’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딸랏 노이와 아기자기한 액세서리 도매 시장으로 유명한 쌈펭 시장.
특히, 딸랏 노이는 지역 아티스트들이 그린 색색의 벽화가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포토스팟으로도 인기다.
딸랏 노이도, 쌈펭 시장도 모두 차이나타운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낮에는 딸랏 노이 일대를 구경하다 저녁 장이 들어서는 4~5시쯤 차이나타운의 메인 거리를 방문하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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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Coffee Store Charoenkr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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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중에 가장 맛있게 마신 커피 또한 딸랏 노이에 있었다.
정처 없이 골목을 기웃대다 보면 전통찻집부터 커피 향이 솔솔 나는 로스터리, 현대적인 디자인의 대형 카페까지. 들러보고 싶은 장소가 끊임없이 나타나는데, 카페인 과다 섭취에 취약한 스스로가 싫다고 느껴질 만큼 더 먹고 마시지 못하는 것이 애석하기까지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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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왓은 최근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콕의 쇼핑몰 아이콘 시암이나 일몰 풍경으로 유명한 왓 사켓 등의 명소와도 가까운 편이다.
특히, 수쿰빗 쪽에 머물면서 아이콘시암까지 이동하는 것은 택시를 타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귀찮은 일인데, 송 왓에서는 보트를 타거나 바이크를 불러 타고 이동하면 정말 금방이라 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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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1950년에 처음 문을 연 상점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복합문화센터 Central: The Original Store, 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와 서적을 볼 수 있는 태국 창조 디자인 센터, LP를 즐길 수 있는 카페 recordoffee처럼 감각적이지만 비교적 덜 알려진 명소들이 곳곳에 숨어있어, 송 왓에 차이나타운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크나 큰 오산이다.
한국인으로 가득한 대표 관광지를 넘어, 또 다른 방콕을 느껴보고 싶은 N회차 여행자라면 송 왓에서 N박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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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 '메이제이' 여행 중에만 용감해지는 '쫄보' 콘텐츠 기획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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