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바다, 기차... 낭만여행 마르세유 🚂
LETTER. 66
마르세유에서 온 편지
20.FEB.2025
불어를 전공하는 친구와 함께 떠나는 여행. 지도를 펼쳐 놓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 '프랑스의 부산'이라는 친구의 설명에 눈이 동그래졌다. 바다가 있는 프랑스라니...! 주변에서는 여자 둘이 여행하기에 위험할지도 모른다며 말리기도 했지만, 우리는 오직 '낭만'과 '바다'만 생각하며 마르세유로 떠났다.


샹테! 우리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

이번 여행의 출발지는 독일 뒤스부르크 근처. 비행기로는 마르세유까지 가는 직항 편이 없어서 하는 수없이 기차를 탔다. '유학생인 우리가 돈이 없지 시간이 없냐!' 프랑크푸르트에서 환승을 하는 무려 10시간짜리 긴 여정이었지만 두려울 게 없었다. 그렇게 오전 10시에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고속열차를 탔다. 기차에서 거의 하루를 보내야 했으므로 미리 도시락 만들어와 열차에서 점심을 먹었다.
2시간 정도 지나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 내려, 마르세유역으로 가는 TGV로 갈아탔다. 가는 길이 멀다 보니 중간중간 온라인 수업도 듣고, 일기도 썼다. 저녁 즈음엔 배가 고파 기차 식당칸에 갔는데 와인을 팔고 있었다. 심지어 보르도 와인. 나는 레드와인을, 친구는 화이트와인을 작은 병으로 주문하고 종이컵까지 받아왔다. 샹테! 우리의 안전한 마르세유 여행을 위해 🍷

따뜻한 햇살과 핑크빛 노을

본격적인 마르세유 여행의 첫날. 근처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은 뒤 카탈랑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따뜻한 해변 아래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과 강아지들이 모였 있었다. 우리도 함께 모래사장에 앉아 레몬 타르트를 나눠 먹으며 따뜻한 햇볕을 즐겼다.

오후 4시가 될 무렵, 해변을 떠나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으로 향했다. 마르세유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이 성당에서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성당으로 향하는 길엔 계단이 가득했는데 지지할 만한 손잡이도 없었다. 잘못 디디기라도 하면 계단을 구를지도 몰라, 정신을 꽉 붙잡고 계단을 올랐다. 가끔 뒤를 돌아보며 해가 어느 정도 떨어졌는지 확인하면서 말이다.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해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로 했다. 그러다 한 커플을 만나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한국어로 '하나, 둘, 셋'하고 말해 깜짝 놀랐다. 마르세유에서는 한국인은커녕 동양인을 좀처럼 보지 못했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한국어가 반가우면서도 낯설었다. K-POP을 좋아한다는 사랑스러운 커플. 마르세유에서 '하나 둘 셋'을 듣다니. K-POP 최고다!
내려오는 길에 본 인형 같은 강아지

눈과 귀가 즐거운 롱샹 궁전

마지막 날 아침 방문한 마르세유의 또 다른 랜드마크는 롱샹 궁전이었다. 숙소가 있던 중앙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는데 지하철에서 내려 길을 걷다 보면 궁전의 공원에 도착한다.
궁전 앞에는 커다란 분수대가, 뒤편으로는 넓은 정원이 있는데 궁전이 아치형으로 분수대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인지 더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피리를 부는 아저씨를 본 일. 최근에 본 영화라 더 반가웠던 <타이타닉>의 OST를 연주해 주셨는데 귀로는 아저씨의 연주를. 눈으로는 마르세유의 도심 풍경을 담는 것이 몹시나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물멍과 미모사

오후에는 쁠라쥬 듀 쁘하도라는 해변에 가서 물멍을 하기로 했다. 마르세유 광장에서 해변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는 길.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버스 맞은 편 좌석에 노란 꽃을 든 할머니가 계셨는데 할머니 옆 창문을 타고 바람이 들어올 때마다 향긋한 냄새가 코끝에 스쳤다. 그 향기가 너무도 좋아서 나 대신 불어를 할 줄 아는 친구가 용기를 내 꽃 이름을 물었다.
"이 꽃은 미모사란다." 꽃으로 대화를 시작해 어릴 적 이탈리아에서 공부를 했던 할머니의 옛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내려야 할 정류장이 가까워져 왔다. 이제 내려야 한다고 인사를 하니, 할머니가 안고 있던 미모사를 우리에게 안겨주셨다. 여행 동안 꽃내음 가득하길 바란다며 말이다.

생각보다 더 따뜻했던 여행, 마르세유

마르세유를 떠나는 날엔 아름다운 일출을 보며 기차역으로 향했다. 호기로운척했지만 사실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주변의 만류에 적잖은 긴장감도 있었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낭만 가득한 바다와 노을, 향기로운 미모사까지. 예상치 못한 선물까지 더해진 마르세유 여행은 상상 이상으로 더 따뜻한 여행으로 남았다.
🧳 여행자 '재오미'
글쓰기가 취미이자 특기. 여행 기록을 쓰는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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