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왔다면 어디를 가야 할까?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수없이 보고 듣던 콜로세움부터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바티칸까지. 로마에 방문했다면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들을 꼽아봤다.

서기 72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네로 황제의 호화로운 궁전을 허물고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 로마에서 가장 큰 원형극장이다. 완공 후 100일 동안 축제를 열었는데 맹수들의 싸움에서 노예나 전쟁 포로 중 검투사를 뽑아 결투를 벌여 핏빛으로 물들었던 곳이다. 이곳에 가야 로마에 도착했다고 할 수 있는 랜드마크로 낮에도 밤에도 위용스러운 모습에 사람들이 모이는 곳.

단일 입장권이 아닌 통합권(콜로세움+팔라티노+포로 로마노) 이용 희망 시 팔라티노 언덕이나 포로 로마노에서 구입하는 것이 빠르다.

로마 제국의 시조,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늑대의 젖을 먹으며 자랐다는 언덕이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땅인 만큼 황제와 귀족이 살던 고급 주택가였다. 다채로운 색의 대리석과 벽화로 꾸며진 리비아의 집에는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저택인 도무스 플라비아와 파르네세 정원, 아우구스투스 황제 궁전에서 건축 당시의 호화로운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로마인의 광장이라는 뜻으로 고대 로마의 정치, 경제, 사회의 중심지였다. 화폐를 발행하고 도량형을 통일하는 등 지금의 공공생활과 건축물의 바탕이 된다. 번영의 길만 걸을 것 같던 도시는 로마 대화제와 지진으로 방치되어 땅속에 잠자고 있다가 19세기가 되어서야 발굴되었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수도교가 발달해 도시 곳곳에 샘과 분수를 놓아 로마는 물의 도시라 불린다. 물길의 끝에 위치한 트레비 분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두 얼굴의 바다를 표현한 말들을 거느리고 있다. 한 개의 원석으로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고 조화롭다.

기원전 27년, 다신교인 고대 로마 사람들이 올림포스의 신에게 제사를 드리기 위해 만든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이다. 지금은 국왕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와 움베르토 1세는 물론, 이곳에 묻히는 것이 소원이었던 화가 라파엘로의 영묘가 있다. 높이 43.3m의 건물이 지지대 하나 없이 서로에게 무게를 기대어 지어졌는데 당시의 기술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돔 지붕 중앙에 채광을 담당하는 원형 창에는 비가 와도 새지 않는다는 설이 있다. 이는 판테온 내부의 더운 공기가 올라가면서 비를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이다. 사실 비가 아예 안 들어오진 않지만 대부분은 들어오지 않는다고.

17세기 교황청 스페인 대사관이 있던 곳이라 스페인 광장으로 불린다. 특히 유행을 이끄는 사람들이 모이는데 18세기에는 화가들의 모델이, 20세기 초에는 콘도티 거리에 명품 숍들이, 20세기 중반에는 영화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을 따라 젤라또를 먹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밤에는 조명, 배경, 물에 반사된 빛까지 완벽해 소위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다.

17세기까지 버려진 땅이었으나 도미티아누스 황제 때 사용한 전차 경기장 트랙을 그대로 살려 광장을 만들었다. 카페에 앉아 쉬거나 퍼포먼스를 구경하는 현 로마인들의 휴식처다. 베르니니의 걸작인 피우미 분수와 보로미니가 만든 성 아그네스 인 아고네 성당이 유명하다.

2025년 1월 23일 기준, 나보나 광장의 피우미 분수는 공사 중으로 관람이 불가능하다.

로마의 중심인 베네치아 광장에 있는 기념관. 이곳의 중심에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기마상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고 바로 아래,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한 무명용사를 위한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신의 경지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조각이 많은 로마에 직각의 흰색 건물은 눈에 확 띄는데, 건물 모양을 따 '웨딩 케이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로마인데도 '베네치아'라는 이름을 쓰는 이유는, 베네치아 출신 추기경인 피에트로 바르보의 저택이자 베네치아 공화국의 대사관이 있던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기념관 계단을 다 올라가면 건물의 꼭대기로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있다. 고층 빌딩이 없는 로마이기에 이곳에 서면 ‘하늘에서 보는 로마’라고 할 만큼 깔끔한 전망을 보여준다.

네로가 묻힌 핀치오 언덕 아래에서 그의 악령과 함께 까마귀 형상의 악마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자 교황은 성모마리아를 위한 성당을 세웠다. 포폴로는 ‘시민의‘라는 뜻으로 시민들이 건축자금을 기부해 붙은 이름이다.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의 배경이 된 곳으로 암흑파인 카라바조의 어두운 색감이 소설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2025년 1월 3일 기준,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은 공사 중으로 출입이 통제된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을 놀리는 그레고리 펙의 이야기는 중세부터 내려오던 이야기다. 심문 중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손을 잘라도 좋다는 서약을 하는데 심문자가 싫어하는 사람이면 음모를 조장해 손을 잘랐다. 진실의 입은 유럽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볼 수 있는데 정치 사회적으로 여론몰이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클라우디스 2세 황제는 전쟁을 앞두고 병사들이 문란해질 것을 고려해 결혼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 성당의 밸런타인 신부는 몰래 혼인성사를 지냈는데 이를 안 황제가 2월 14일에 사형했고 이곳에 유골이 보관되었다. 그 때문에 사랑을 고백하거나 짝사랑에 마음 아픈 이들이 많이 찾는다.

성 베드로의 이탈리아식 이름인 산 피에트로 대성당이라고도 불린다. 로마에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가 로마에서 순교한 초대 교황이자 예수의 첫 번째 제자,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성당을 지었고 교황 율리우스가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과 함께 재건축했다. 이탈리아 각지에서 공수된 천연 대리석 위로 상단에는 모자이크와 천장화가, 하단에는 역동적인 조각이 빈틈없이 내부를 채운다. 벽면을 가로지르는 라틴어는 성서 루카복음의 한 구절로 금박 띠에 새겨져 더욱 돋보인다.

바티칸 박물관은 내부 회랑과 1,400여 개의 방에는 역대 교황이 수집한 예술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세계적인 규모는 물론, 고대 그리스부터 르네상스, 바로크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박물관이다. 18세기 후반 일반에게 공개되어 예술적 목마름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절대 사진 금지.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후손들에게도 이 감동을 전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