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흔적 가득한 그라나다 명소는?

그라나다는 800년간 이슬람 세력의 지배를 받아온 탓에 가톨릭이 주를 이룬 스페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슬람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이슬람 양식의 결정체라 불리는 알함브라가 가장 대표적이며 알바이신 곳곳에도 무어인들이 살던 옛 건물들이 상당수 남아있다. 또한 아랍풍의 상점과 찻집, 카페들도 많아 그라나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알함브라는 에스파냐의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 왕조에 의해 지어졌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인 나스르 궁전은 이슬람 건축물의 결정체로 이슬람식 중정, 화려한 아라베스크 문양, 말발굽 모양의 아치 등을 볼 수 있다. 왕권을 재탈환한 가톨릭 왕조들도 이 아름다운 건축물은 버릴 수 없어 오랫동안 보수를 하며 왕궁으로 사용했다. 덕분에 지금까지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남을 수 있었다.

누에바 광장에서 엘비라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아랍식 건축물 엘비라 문을 만나게 된다. 이 문은 11세기에 아랍인들이 지은 것으로 추정되며 옛 도시 '메디나 엘비라'의 입구로 사용되었고 현재까지 알바이신 지구로 오가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도 여길 통해 그라나다로 들어왔으며 언덕을 따라 좀 더 올라가면 알바이신의 중심지인 라르가 광장을 만날 수 있다. 엘비라 문 주변으로 많은 상점과 레스토랑들이 위치한다.

누에바 광장에서 알바이신으로 갈 때 꼭 들르게 되는 엘비라 거리와 칼데레리아 누에바 거리는 그라나다에서도 가장 이슬람 색이 진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화려한 컬러와 패턴들로 가득한 패션 잡화들이 가게를 가득 채우고 있어 컬러풀한 그라나다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이슬람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과 차, 식료품 가게들도 많다.

그라나다 대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위치한 알카이세리아 거리에서는 아랍풍의 각종 기념품, 가죽 공예품, 은 세공품, 향신료와 차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슬람 지배 당시 비단 직물 거래소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좁은 문을 통과하는 순간 스페인에서 아랍의 어느 도시로 순간 이동을 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11세기에 건축된 아랍인들의 공중목욕탕은 가톨릭교가 그라나다를 재정복할 당시 개인 주택 밑에 숨겨져 있어 지금까지 손실 없이 잘 보존되었다. 목욕을 중시하는 아랍인들은 이곳에서 머리를 자르거나 마사지를 받기도 했다. 천장에 별 모양의 구멍이 있어 햇살이 들어오는 모습이 특히 아름답다.

그라나다에서는 이색적인 이슬람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전문 레스토랑들이 많다. 특히 엘비라 거리 주변에 모여 있는데 가게 외관부터 인테리어, 소품들까지 이국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비교적 익숙한 케밥이나 후무스부터 모로코식 따진, 쿠스쿠스, 양고기 등을 맛볼 수 있다. 향신료에 거부감이 없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걸 좋아한다면 이색 맛집 탐방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음식점뿐만 아니라 아랍풍의 카페들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칼데레리아 누에바 거리에 많은 테테리아(Teteria, 찻집)가 모여 있으며 알바이신 골목길 어디쯤에서도 크고 작은 찻집들을 볼 수 있다. 이국적인 카페에서 차와 함께 달콤한 아랍식 디저트를 즐기며, 시샤(물담배) 체험을 해봐도 좋다.

이슬람 사원의 장식, 공예품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아라비아풍 장식을 아라베스크라고 한다. 알함브라의 나스리 궁전을 돌아보면 그 화려한 패턴과 색감에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덕분에 그라나다에서는 아라베스크 디자인을 담은 컵, 텀블러, 가방, 티 코스터 등 다양한 기념품을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향신료와 찻잎, 모로칸 오일 등 이국적인 쇼핑 아이템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