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 현직 호텔리어는 이런 곳에 갑니다
LETTER. 74
호이안에서 온 편지
01.JUL.2025

같은 도시, 새로운 매력

아세안 국가에서 생활한지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호텔리어로 이 도시 저 도시를 오가다 보니 어떤 곳은 10번 넘게 방문한 N회차 여행지가 되기도 했다. 매번 비슷한 곳에서 비슷한 음식을 먹다 보면 조금 지루해질 법도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나 둘 쌓다 보면 이전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여러 번 여행하며 발견한 방콕, 다낭, 씨엠립의 매력을 소개한다.


와인이 있는 후아힌으로 🍷

방콕 N회차 여행이 조금 지겨워질 때쯤. 아름다운 비치 리조트가 가득한 후아힌을 찾았다. 사실 휴양지 이미지가 워낙 강한 도시라 물놀이 외 특별한 액티비티가 있을까, 싶었는데 검색을 하다 의외의 액티비티를 발견했다. 바로, 와이너리 투어. ‘태국에 와이너리가? 이렇게 더운데?’ 의심과 함께 예약을 하고 방문한 곳은 후아힌의 대표 와이너리인 ‘몬순 밸리 빈야드(Monsoon Valley Vinyards)’. 후아힌 시티 센터에서 차로 약 45분 정도 소요되는데 나의 경우 방콕에서 출발을 한 것이어서 [방콕 호텔 - 몬순 밸리 빈야드 - 후아힌 리조트] 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프라이빗 차량을 이용했다. 방콕 호텔에서부터는 약 3시간이 소요됐는데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쉬기도 하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보다 보니 그리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몬순 밸리 빈야드에 도착하자 ‘우와’하는 감탄사부터 쏟아졌다. 이곳이 태국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저 멀리 보이는 금빛 탑이 아니었다면 유럽 어딘가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와이너리 투어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포도 농장을 둘러보고, 유료로 자전거를 타거나 와인병 페인팅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나는 ‘와인 테이스팅’을 선택했다. 레드, 로제, 화이트와인을 한 잔씩 맛보며 곁들이기 좋은 간단한 안주도 함께 먹을 수 있었다.
푸른 포도밭과 아름다운 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맛보는 태국 와인과 음식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호텔리어 PICK 후아힌 추천 리조트

유명 비치 리조트가 즐비한 후아힌에서 내가 선택한 곳은 바로 ‘더 스탠다드 후아힌 (The Standard Hua Hin)’. 방콕의 인기 호텔인 더 스탠다드 방콕과 같은 브랜드로, 더 스탠다드 방콕과 함께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1키를 획득한 곳이기도 하다.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거꾸로 쓰여져 있는 로고가 시선을 사로잡는데 ‘표준화되지 않은 것 (un-Standard-ness)’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이 밖에도 호텔 곳곳에 기존의 틀을 벗어난 위트와 재미 요소들을 있어, 이를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호텔 로비의 부티크 숍에서는 이 로고를 활용한 감각적인 굿즈를 판매하고 있는데 후드티, 잠옷, 모자와 같은 패션 아이템을 시작으로 러기지 택, 여권 케이스, 엽서처럼 기념품이 될만한 아이템도 많다. 가격대는 생각보다 높았지만 세련된 디자인과 로고가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이곳의 또 다른 시그니처는 노란색과 흰색 스트라이프 파라솔이 활짝 펼쳐져 있는 수영장이다. 푸른 바다와 풀과는 대조를 이루는 강렬한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객실도 예외가 아닌데 파도, 야자수, 태양처럼 비치 리조트의 감각을 한층 더해주는 프린트의 노란 담요가 이곳 트유의 활기찬 감각을 더해준다. 이 담요 또한 호텔의 온 오프라인 부티크숍에서 구매할 수 있다.
게다가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몬순 밸리 빈야드에서 운영하는 와인바도 있어서 와인을 좋아한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다. 몬순 밸리 빈야드까지 매일 운행하는 셔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와이너리 투어를 함께 요청해 이용한다면 후아힌의 바다와 와인의 완벽한 조합을 즐겨볼 수 있을 것이다.


다낭을 스쳐가는 호이안 여행


베트남의 대표 가족 여행 도시인 다낭. 그리고 다낭을 찾는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호이안이다. 많은 이들이 다낭의 호텔이나 리조트에 숙박하며 호이안의 등불과 야시장을 구경할 수 있는 저녁시간대에 맞춰 반나절 정도만 머무르는데, 나의 경우에는 반대다. 오히려 호이안을 위해 다낭을 스쳐간다고나 할까?
그도 그럴 것이 호이안 올드 타운의 아침이 주는 특별한 매력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카페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핑크빛 부겐빌레아 꽃을 바라볼 때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기를 바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여유로움은 호이안의 낮과 밤에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부지런한 아침 여행자들만 경험할 수 있는 호이안의 작은 선물이다.
이번 호이안 여행에서는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올드 타운 밖으로도 나가보기도 했다. 우연히 들어선 골목길을 지나 서자, 마치 발리의 우붓으로 순간 이동을 한 것처럼 라이스 필드가 펼쳐졌다. 지도를 살펴보니 10분 거리에 라이스 필드 뷰로 유명한 카페도 있어 거침없이 페달을 밟았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바로 ‘로빙 칠 하우스 (Roving Chill House)’.
베트남 중부는 이모작을 하기 때문에 시즌마다 다채로운 풍경을 자랑하는데, 특히 한여름인 7,8월에는 수확을 앞둔 풍성한 라이스필드 뷰를 만끽할 수 있다. 내가 방문했던 3월에도 푸릇푸릇함이 감도는 싱그러운 논밭을 볼 수 있었다.


호텔리어 PICK 호이안 추천 리조트

호이안에서 선택한 리조트는 ‘아난타라 호이안 리조트 (Anantara Hoi An Resort)’다. 호이안 올드 타운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인터내셔널 체인 브랜드 리조트로, 오랜 기간 호이안의 럭셔리 호텔 카테고리를 리딩한 곳이기도 하다. 리조트 뒤로는 잔잔한 투본 강이 흐르고, 앞으로는 ‘호이안 예술의 거리’라 불리는 Phan Boi Chau 거리가 펼쳐져 다양한 갤러리와 박물관들을 쉽게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아난타라 호이안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아트 스페이스(Art Space)’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작가들과의 협업하여 흥미로운 전시 및 워크숍을 꾸준히 개최해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갤러리와 다이닝 공간을 겸하고 있는 이곳에서 베트남 현지 아티스트는 물론, 베트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외국인 아티스트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숙박객이 아니더라도 부담 없이 방문해 예술과 미식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아난타라 호이안 리조트에서는 숙박객에게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반드시 이용해 볼 것을 추천한다. 자전거를 타고 리조트 정원에서 바로 이어지는 투본 강변 산책로에서 주변의 논밭까지 달리다 보면, 이전에는 보지 못한 호이안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목적이 있는 여행, 캄보디아 씨엠립

씨엠립이라 하면 앙코르 와트부터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처음 씨엠립을 방문했을 때는 앙코르 왓트를 중심으로 주요 사원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꽉 채웠으니까. 하지만 두 번째 방문 일정마저 똑같은 건 왠지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첫 번째는 지난번에 놓쳤던 앙코르 와트 선라이즈 투어. 투어는 무려 새벽 4시 반부터 시작된다. 앙코르 와트의 입장 시간이 새벽 5시부터 시작되기에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오픈런을 노리는 것이다. 깜깜한 공터에서 앙코르 와트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한 시간을 기다렸다. 서서히 동이 트며 앙코르 와트의 배경색이 은은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방문했던 10월은 최고의 일출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아름다웠다. 가이드 말로는 덥고 힘들어도 7, 8월이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때라고 했다.
호텔에 돌아와 한숨 자고 일어나 다시 일정을 시작했다. 이제 캄보디아 현지인들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차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메이드 인 캄보디아 마켓’이다.
이곳은 단순한 시장을 넘어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공동체를 지원하는 커뮤니티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데 덕분에 현지 장인들의 개성과 정성이 담긴 다양한 수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호객 행위가 전혀 없다는 것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는 점. 또, 장애가 있는 상인들도 더러 있었는데 나는 손이 불편한 아티스트의 섬세한 판화 작품을, 일행은 청각 장애인이 정성껏 만든 수제 잼을 구매하기도 했다.

저녁 식사 전에는 씨엠립에 왔다면 놓칠 수 없는 명소, 래플즈 그랜드 호텔 당코르의 엘리펀트 바에 들렀다. 래플즈 호텔 하면 ‘롱 바’와 ‘싱가포르 슬링’부터 떠올리지만, 캄보디아에서는 ‘팜 파탈’이라는 칵테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물론 싱가포르 슬링도 있다.)
호텔 앞에는 '박쥐 공원'이라고 불리는 로열 가든이 길게 펼쳐져 있는데 특히 해 질 녘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운동을 하거나 물건을 판매하는 현지인들의 활기찬 모습과 함께 맛있는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호텔리어 PICK 씨엠립 추천 리조트

씨엠립에서 선택한 호텔은 ‘신타 마니 앙코르 & 빌 벤슬리 컬렉션 풀 빌라’. 이곳은 내게 일반적인 호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는데, 이 호텔 덕분에 씨엠립을 특별한 도시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메이드 인 캄보디아 마켓' 역시 2013년 바로 이 신타 마니 호텔에 의해 설립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소외된 지역 사회 청소년들에게 직업 훈련을 제공하는 작은 게스트하우스로 시작해 부티크 호텔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2022년 현재의 모습으로 리브랜딩 되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호텔 수익금의 5%가 호텔에서 운영하는 신타 마니 재단의 운영비로 사용된다는 점인데 호텔 내 '벤슬리 아웃사이더 갤러리'에서 판매되는 벤슬리의 그림과 현지 예술가들의 작품 수익 또한 재단 운영에 쓰이고 있다.
디자이너 빌 벤슬리의 이름을 달고 있는 이곳의 풀 빌라는 빌 벤슬리 특유의 지속 가능한 디자인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객실의 TV를 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흔한 호텔 소개 영상이 아니라 재단의 활동을 담은 영상과 벤슬리의 따뜻한 목소리였다. 호텔의 웰컴 레터도 일반적인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재단의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직접 방문해 보길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이곳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지역 사회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정말 의미가 있었다.
단순한 휴식을 넘어, 머무는 곳 자체가 가치 있는 경험을 선사하는 특별한 곳을 찾고 있다면 망설임 없이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 여행자 '에이프릴'
글 쓰는 호텔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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